외국인 노동자의 산재 현황, 재해자 수 크게 늘음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위험의 외주화 가속화
병원 안가는 이유 27%는 한국어를 잘하지 못해서
의사와 환자를 연결해 주는, ‘실시간 통역지원 콜센터’ 설치 필요

[출처=픽사베이]
[사진 출처=픽사베이]

500여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서울의 한 건강검진센터 직원 A씨는 병원에 외국인 노동자가 검진 받으러 오면 항상 불려간다고 했다. 의사를 제외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직원이 본인밖에 없는데다 영어가 아닌 몽골, 이집트 등의 외국인 일 경우에는 제스처 등으로 겨우 소통하거나 번역기앱을 통해서 어렵게 검진을 도와준다고 했다. 

진선미 국회의원(서울강동갑/보건복지위원회)이 보건복지부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건강보험 의무가입 제도 도입으로 외국인 가입자는 크게 늘었으나, 언어상의 문제로 병원에 가지 못하는 외국인 가입자가 많았다. 진선미 의원은 이와 관련하여 “실시간 통역지원 콜센터 설치 등 적극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전체 재해율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e-나라지표의 통계 자료를 보면 2011년 0.65에서 2017년 0.48로 산업재해율은 크게 줄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 현황을 보면 재해자 수는 2014년 6천명 남짓에서 2018년 7,239명으로 크게 늘었고, 사망자 수는 74명에서 114명으로 더 큰 비율로 늘었다. 

외국이 노종자 산재 현황[자료 제공=진선미 의원실]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가 가속화 되고 있다고 추정된다. 외국인 노동자가 산재 신청을 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사정을 고려하면 이 보다 훨씬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죽고 있다고 봐야하며, 그 수가 얼마나 많을 지는 집계할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의 산업현장에서 다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시스템이 제공해야할 당연한 의무이다.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하여 외국인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는 과도한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건보 재정은 항상 흑자였다. 전체 건강보험 재정이 아니라, 적자가 발생한 지역건보 재정만을 부각한 과도한 우려가 있어왔던 것이다.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의 흑자 규모는 매년 2천억원에서 2천4백억원 사이의 규모로, 적지 않은 규모이다.

외국인 및 재외국민 건강보험 재정 수지 현황[자료 제공=진선미 의원실]

앞으로는 이 흑자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지역건강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었기 때문이다.

올해 7.16.부터 6개월 이상 국내 거주하는 모든 외국인과 재외국민들은 건강보험에 당연가입 되도록 제도가 개선되었다. 외국인이 부담해야할 최소 보험료는 한 달에 113,050원이며, 이 금액은 내국인 가입자가 부담하는 평균 보험료를 기준으로 산정되었다.

외국인 노동자가 실직 등의 이유로 소득이 없을 수도 있지만 소득과 재산상황에 따라 보험료를 낮출 수 있는 예외규정은 없다. 통계청의 외국인근로자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현황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147만원으로 내국인의 67% 밖에 되지 않는다(2017년 기준). 이런 외국인 노동자들이 실직하는 경우 지역가입자가 되고, 소득이 없는 경우에도 지급하여야 할 11만원은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보험료를 낮출 수 있는 예외규정은 없다.

외국인 및 재외국민 건강보험 지역가입 당연적용 현황[자료 제공=진선미 의원실]

진선미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16. 지역건강보험 의무가입으로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는 크게 늘었다. 9월말까지 30만명 가까이 늘었다. 보험료 산정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과 그 가족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언어적인 문제로 인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외국인은 여전히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병원에 가지 못한 경험[자료 출처=통계청]

통계청과 법무부가 작년 한 해 동안 만 15세 이상 외국인 1만 3천 5백 명에게 물었더니, 1년간 병원에 가지 못한 외국인이 7.8%였고, 그 중 27%는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치료비 문제는 외국인 건강보험이 정상적으로 안착되면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겠지만, 언어의 문제는 현재의 제도로는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진선미의원실에 접수된 민원 중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아파서 병원에 가 봐도 한국어나 영어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의사에게 증상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의사가 질병 관리를 위해 해주는 말도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은 채 집으로 돌아오기에 병원에 가기를 꺼려한다는 민원이 많다. 

이러한 의사소통의 문제는 외국인 환자가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게 만들 뿐만 아니라,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가 병을 키워 결국에는 건강보험 재정 수지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진선미 국회의원은 이와 관련하여 “건강보험공단은 외국인 환자가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났을 때 진료 현장에서 환자와 의사 사이의 통역을 담당해 줄 수 있는 ‘실시간 통역지원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콜센터 운영에는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다누리 콜센터 운영 현황[자료 제공=진선미의원실]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고 ‘다누리콜센터’의 경우 13개 언어로 폭력피해 이주여성 등에게 전화 및 대면상담을 제공하고 있고, 365일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외국인 상담사 75명을 포함해서 99명의 직원이 있고, 서울과 전국 6개 도시에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서 작년 한 해 동안 15만 건의 상담이 이루어졌다. 2019년도 ‘다누리콜센터’의 예산은 총 36억원이었다. 이는 사무실 임대료를 포함한 금액이다.

진선미 국회의원은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의 산업현장에서 한국인을 대신하여 위험한 작업에 투입되고, 한국인을 대신하여 다치거나 죽어가고 있다는 것, 그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라며, “산업현장에서 다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나라 보건의료 시스템이 제공해야할 당연한 의무이며, 인간을 인간으로 대접하는 최소한의 예의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건강검진 근무자인 A씨는 "사실 왜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들의 의료급여까지 책임져야 하는 지 모르겠다."며 "그 돈을 다른데 쓰는게 합리적이지 않을까요?"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 했다. "치매, 노인요양이나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게 더 시급한 의료개선 사항이다."라고도 했다.

다치고 죽어가는 환자들에게서 경중을 따질 수는 없는 문제이지만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탄탄한 제도적인 마련이 필요하다. 

포인트경제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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