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본회의 200개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 신청
민주당, 오늘 대신 12월 2일 본회의 소집
본회의 무산 후 국회 정론관서 스쿨존 사고 부모들 울음바다
민식이법·유치원법..정쟁에 갈 곳 잃은 어린이법안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본회의 개의와 필리버스터 보장을 촉구하는 문구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29일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로 했던 오늘,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 즉 무제한 토론을 신청하면서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안을 비롯해 200건에 가까운 모든 안건을 대상으로한 개정안이 본회의에 오르지도 못하게 됐다. 

민주당은 본회의를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시도를 무산시키자는 의도로 오늘 본회의를 열지 않기로 했고 국회가 이러는 동안 다른 법안들은 또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어린이 교통안전 사고 피해자 부모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들의 소극적 법안 처리를 규탄하며 빠른 법안 처리를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어린이 교통안전 사고 피해자 부모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들의 소극적 법안 처리를 규탄하며 빠른 법안 처리를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이게 대한민국 정치 현실입니까. 이 나라가 진짜 싫습니다"

29일 오후 국회 정론관 연단에 선 '태호아빠' 김장회씨는 연신 눈물을 흘렸다. 함께 있던 해인이, 하준이, 민식이의 어머니와 아버지도 함께 흐느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국회를 찾았고, 본회의가 열리지 않음에 따라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해인이법'(어린이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앞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본회의서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으면 '민식이법'을 가장 우선으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나오는 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 출처=뉴시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나오는 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 출처=뉴시스]

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모든 법안을 필리버스터할 필요도 없고 처음부터 민식이법에는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이 없다. 법사위에서 늦게 통과된 법"이라며 "결국 오늘 민식이법을 비롯한 민생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것은 민주당 탓이다. 마치 한국당 탓인 것처럼 얘기하는 데 대해선 굉장히 심한 유감"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국당은 민식이법 등은 처리하겠다며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문 의장은 관례대로 의결 정족수, 과반수의 의원이 모여야 본회의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오늘 국회에 온 부모들은 어린이 교통안전 법안을 정치협상에 이용하지 말라며 나 원내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고(故) 김태호군의 어머니 이소현씨는 "왜 여야 간 협상이 안되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선거법(개정안)에 왜 민식이, 해인이, 하준이 이야기가 나와야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아이들의 생명을 지켜달라는 부모의 목소리가 왜 정치적으로 이용돼야 하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태호군의 아버지 김장회씨는 '"아내가 (지난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자유한국당 이채익 간사에게) 어머님들과 함께 무릎을 꿇었을 때 그만하고 싶었다. 비굴했다. (그래도) 아이들 법을 하나라도 (통과)되면, 아이들을 위한 거니 참았다"며 "그런데 저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니 너무너무 화가 난다. 민식이법 하나 해달라는 게 그렇게 어렵나"고 울먹였다.

고 이해인양의 아버지 이은철씨도 "지금 여기있는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를 살려달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제발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안전할 수 있게 만들어 달라는 건데 그게 그렇게 힘든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최하준군의 어머니 고유미씨는 "여기까지 온 게 국회의원의 선의에 의한, 부모의 마음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나경원 (원내)대표께서 사실을 말해줬다"며 "정말 금수만도 못한 야만의 정치는 누가하고 계신지 얼굴 좀 보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고 김민식군의 어머니 박초희씨는 "우리 아이들을 이용하지 말아라. 그렇게 하라고 우리 아이들 이름을 내준 게 아니다"라며 "우리 아이들 협상카드로 쓰지 말아라.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을 만난 민식 군의 아버지 김태양씨는 "그 질문에 대해서는 거꾸로 나 원내대표에게 묻고 싶다"며 "저희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물어봐달라"고 말했다. 어머니 박초씨는 "그 답은 나 원내대표가 갖고 있다"며 "저희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전했다.

전날 국회 행안위는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해인이법을 의결했다. 지난 27일에는 민식이법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 두 법은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다.

다음주 월요일 12월 2일이 예산안 법정기한인데 기한을 넘길 가능성도 있지만 예산안과 함께 민식이법을 본회의에 상정하면 표결할 수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도 민식이법은 통과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의원
박주현 민주평화당 의원

민주평화당은 29일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국민은 절망한다.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소상공인기본법을 비롯해 유치원 3법, 민식이법, 데이터 3법 등 반드시 통과돼야 할 민생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민생을 외면한 자유한국당의 만행을 규탄한다. 자유한국당은 국민을 대변할 자격이 없다"며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는 20대 국회 역사에 가장 큰 오명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야는 서로 상대방을 탓하는 동안 민생법안과 아이들의 안전관리 법안처리는 불투명해져지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포인트경제 김수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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