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지하층 주거공간은 불법이었다
오염물질의 노출이 지하에서 더 심하다
라돈의 실내유입이 높다
곰팡이와 냄새 그리고 해충과 쥐까지
습기 강한 건축자재사용, 공기정화식물 키우기

CJENM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반지하 주거공간 / CJENM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수상하며 빛나는 성과를 일궈낸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국내의 반지하 주택이 요즘 외신들에게까지 관심이 쏠리면서 이슈가 되고 있다.

빈부격차문제를 다뤘고 가난의 상징으로 반지하 삶을 반영했다지만 실제 반지하에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는 달갑지만은 않은 소식이다. 

사실 지하방에서 살기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한번즘 살아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피부로 와닿을 이야기이다. 환기가 잘 되기 어려운 구조에 습기가 많고 햇볕도 잘 들어오지 않는 반지하 주거공간은 언제부터 생겼으며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하층"이란 건축물의 바닥이 지표면 아래에 있는 층으로서 바닥에서 지표면까지 평균높이가 해당 층 높이의 2분의 1 이상인 것을 말한다.
<건축법 제 2조 1항>

원래 지하층 주거공간은 불법이었다

1960년대 건축법은 지하층을 주거공간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70년대 남북간 냉전이 심화되자 정부는 건축법을 개정해 유사시 대피용도로 주택 지하층 설치를 의무규정으로 신설하였는데 주택의 절대부족으로 불법적으로 주거용전환의 경우가 많았다. 

1984년 개정된 건축법은 이미 널리 퍼진 지하주거를 양성화하기 위해 규정을 대폭 완화했고, 80년외 90년대 초 수도권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공동주태에 대해서도 지하층 건축기준을 완화하고 지하1층에 한해 주거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염물질의 노출

국립환경과학원은 2009~2011년에 신축은 물론 기존의 아파트 지하 반지하를 포함한 단독 주택 및 다세대 연립주택을 대상으로 다양한 오염물질을 측정조사한 바 있다.

'서울시민의 주택실내공기질 인식과 관리행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이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모든 주택 유형에서 TOVC, 톨루엔, 포름알데히드, 박테리아는 주택 내부의 농도가 주택 외부 농도보다 높았으며, 그 크기는 4배~14배까지 오염물질별로 다양하게 조사되었다. 

환기에 부적절한 구조가 많은 지하 반지하 주택의 오염물질 농도가 지상층 주택보다 높게 조사되었고, 특히 곰팡이 박테리아 TVOC의 농도가 매우 높아 거주자의 건강에 적지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주택 실내공기질에 대한 관심도/서울시민의 주택실내공기질 인식과 관리행태에 관한 연구
주택 실내공기질에 대한 관심도/서울시민의 주택실내공기질 인식과 관리행태에 관한 연구

서울 시민들은 주택의 실내공기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편이지만, 거주층수나 주택규모, 가구소득에 따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주택규모가 클수록, 가구소득이 많을 수록 저층보다는 고층거주자가 더욱 실내 공기질 관심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적고, 상대적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하반지하 거주자등의 관심도가 적게 나온 것은 살면서 공기질보다 더 걱정할 게 많기 때문은 아닐까.

라돈의 실내유입

세계보건기구가 1급발암물질로 규정한 라돈은 자연 방사성 물질로 토양에서 나오기 때문에 토양과 직접 맞닿아 있는 지하 반지하 거주 공간은 다른 곳보다 더 위험하다. 공기보다 무거워서 실내에 쌓이게 되는데 환기가 쉽게 되지않는 구조인 반지하는 특히 라돈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안전사회시민연대 최창우 대표는 지역 신문에서 "전쟁에 대비하고 만든 방공호가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지로 변했으며, 국가는 경제성장이라는 미명하에 국민을 희생시킨 전형적인 예가 지하 거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 전두환 등의 군사정권의 주거정책의 실패로 이어진 이 지하거주의 문제는 곰팡이와 벌레, 환기안됨, 햇볕이 안들어오는 문제에서 그칠 수 없고 라돈 노출에 대한 문제하나 만으로도 더이상 인정되어서는 안된다."며 "지하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공공임대주택 입주기회를 주고 지하방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적절하게 보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곰팡이와 냄새 그리고 해충과 쥐까지

신림동 반지하에서 2년여간 자취를 했었다는 A씨는"20대에 집에서 독립하고 고생하면서 번 돈으로 처음 얻게된 월세 지하방에서의 첫날이 행복감으로 기억된다."고 했다.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편인 반지하가 장점이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햇볕도 잘 안들어오는 작은 방과 부엌이 딸린 반지하에 나만의 공간이 생긴 것에 기뻐하면서 열심히 살았다던 A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곰팡이와 바퀴벌레 그리고 쥐가 생활공간에 침범하는 것을 겪으며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밤에 잠을 잘 못들게 되었고 우울증까지 생겼다고도 했다. 

햇볕을 잘 쬐지 못하면 사람은 심리적으로 우울한 느낌을 갖게 될 수 있고 컨디션이 저하되거나 피곤함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고 한다. 

환기의 부족과 습기가 높아지면 유해물질 방출도 증가

환기가 잘 안되면 산소가 부족하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을 경우 답답함과 졸음, 피곤함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거나 습도가 높으면 알레르기 질환에 걸리기 쉽다. 집먼지와 곰팡이의 번식이 쉽고, 유해화학물질도 습기와 반응해 방출이 증가한다. 

포름알데히드는 물에 잘 녹기 때문에 습도가 높으면 실내 중에 농도가 증가하고 호흡부전, 식욕감퇴 등을 불러올 수 있다. 대기오염 물질인 아황산가스는 공기 중 습기와 결합해 천식 환자처럼 기관지가 민감한 사람의 기침을 악화시킨다. 

지하공간 실내공기질 권고기준/대전세종연구원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지하공간 실내공기질 권고기준/대전세종연구원

공간전문 매거진 호미파이에 따르면 반지하집을 리모델링 할때는 보일러를 틀어 집 전체를 충분히 건조해주고 벽지가 석고보드와 같은 일반 건축자재보다 방수처리가 되어 습기에 강해 썩을 염려가 적은 건축자재(방수 석고보다, 방수 합판)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한 반지하 집의 벽체 마감은 벽지보다 미장작업 후 도장작업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벽지는 습기와 만나면 들뜨거나 쉽게 곰팡이가 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지하방 인테리어에는 조명에 신경쓰고, 푸른 식물(스투키, 크루시아, 아이비 등)을 통해 공기정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깔끔하고 예쁘게 꾸며진 반지하 방 인테리어 /오늘의집

비교적 지상보다 가격이 싼 반지하집을 구하는 것은 소시민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누가 몰라서 지하에서 살겠나. 지하방이지만 최대한 깨끗하고 청결하게 유지하면서 예쁘게 인테리어도 해보기도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하지만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지하에서의 생활은 되도록 빨리 탈피하는 게 좋다. 또한 국가가 이런 열악한 주거환경의 문제해결을 위한 건축법 개정 등과 같은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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