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 등 상위 4개사 시장 점유율 축소...중소업체들 약진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 커져...'친환경' 제품 잇달아 출시
"국내 시장 전체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게 자체 검증 강화해야"

여성환경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2017년 9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공동행동 출범식'을 진행했다. [제공=뉴시스]

올 한해 뜨거웠던 유해물질 논란은 생리대 시장의 판도를 흔들었다. 

불과 3년 전까지 대형업체 4개사가 시장을 조밀하게 차지했지만, 연이은 유해물질 검출 이슈를 겪으며 중소업체에서 스타트업들이 군소하는 양상을 띄게 됐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한킴벌리·LG유니참·깨끗한나라·한국P&G 등 4개사의 시장 점유율은 2016년 95%에서 올해 1분기(1~3월) 기준 73%로 축소됐다. 

2016년을 기준으로 유한킴벌리는 57%를 점유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이어 LG유니참이 21%로 2위를, 깨끗한나라와 한국P&G가 각각 9%·8%를 차지하며 과점 구조를 형성했다.

이처럼 수년간 고착된 구조는 지난해 깨끗한나라가 유해물질 검출 논란을 빚으며 균열이 생겼다. 잇따른 논란에 불안감이 커지며 깨끗한나라의 시장 점유율이 1%대로 곤두박질쳤다. 부동의 업계 3위가 추락한 것이다. 여파를 받은 한국P&G 역시 시장에서 5% 남짓한 비율만을 유지했다. 

식약처 조사를 통해 인체에 유해물질이 없다는 사실을 밝혔지만, '위생'에 직결되는 생리대 제품에서의 재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국 한국P&G는 국내에서 30년 업력을 자랑해 온 '위스퍼'의 철수를 결정했다. 

화를 피한 대형업체들은 '위생'과 '안전'에 주력하고 있지만 시장은 대안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는 중소업체들로 재편성되고 있다. 

지난 8월 이탈리아 위생용품 전문 브랜드 콜만이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생리대 파동을 기점으로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 기준은 바뀌었다. 기존에는 '착용감'이 가장 우선시됐지만, 생리대 파동 이후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은 '커버' '흡수체' 등 성분의 안전성으로 이동했다. 

이 같은 소비 추세는 '유기농' '면생리대' 등을 앞세운 중소업체들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실제로 대형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축소되며 웰크론헬스케어는 지난해 대비 매출이 10% 가량 상승했다. 소규모 업체들의 약진도 이어졌다. 생리대에 대한 불안감을 대체할 수 있는 생리컵·위생팬티 등 영세 기업의 제품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인기를 얻으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업계는 일부 중소업체들의 실적이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이 오히려 중소업체들에는 제품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로도 작용하고 있다"며 "실제로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제품이라도 SNS 등에서 꼼꼼하게 찾아보고 구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안전'에 대한 경각심은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오랜 업력의 기업들도 유해물질 논란 속에 큰 피해를 입은만큼 영세 업체들에 영향이 미친다면 파장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0월 유기농 제품으로 관심을 끌었던 생리대 오늘습관은 라돈 검출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이 제품은 생활방사선 안전관리법상 안전기준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해당 제품을 사용해 온 소비자들의 신뢰는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향후 생리대 시장에서는 '친환경' '유기농' 등을 강조한 제품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안전'과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진만큼 제품의 카테고리를 다양화 해 대응에 나서는 것이다. 관련 업체들은 신제품 개발을 비롯해 기준이 까다로운 유럽 제품을 국내에 유통하는 등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지난 1월 기존 친환경 제품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샘 방지 기능을 강화한 유기농 생리대 '라 네이처'(La Nature)를 출시했다. 깨끗한나라 역시 지난 8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한 생리대 '메이앤준'을 선보였다. 웰크론은 이달 초 GS홈쇼핑에서 미국의 친환경 위생용품 기업 맥심(Maxim)의 순면 생리대 제품을 국내에 공식으로 출시, 1400세트 이상을 판매하며 소비자가로 1억1000만원 상당의 판매고를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생리대 제품에 대한 마케팅은 소비자를 안심시킬 수 있는 친환경 등의 요소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연이은 유해물질 논란이 국내 시장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업체들이 엄격한 자체 검증을 거치는 등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인트경제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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