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연에 전기 흘려 그래핀 벗겨내는 전기화학 박리공정 개발
화학연-㈜엘브스지켐텍, 국내 채굴 흑연으로 고품질 그래핀 대량생산

한국화학연구원 이제욱 책임연구원(우)과 권연주 연구원(좌)이 멀티 전극 시스템으로 생산한 그래핀 용액과 가루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두 연구원 뒤에 있는 장치가 차세대 전기화학 박리공정이 적용된 멀티 전극 시스템이다./사진=한국화학연구원

올해 내로 국내에서 채굴된 흑연으로 지금까지 중국 수입에 의존하던 고품질의 '그래핀'을 대량 생산한다. 

19일 한국화학연구원은 국내 중소기업이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올해 내 양산화한다고 밝혔다. 

산업현장에서 쓰이며 10여 년간 대량생산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그래핀'은 흑연을 한 층만 벗겨낸 것으로, 강도와 열 전도성, 전기전도성 등 성능이 매우 뛰어나 꿈의 신소재로 일컬어져 왔다. 

한국산업평가관리원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그래핀 시장은 900억 달러로 추정되며, 2025년에는 2,400억 달러로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 산업용 그래핀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각국의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된 적은 없는데, 이것은 고품질의 그래핀을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생산하는 게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한국화학연구원 화학공정연구본부 이제욱 박사팀은 '차세대 전기화학 박리공정'을 개발하고, 이 공정을 적용한 멀티 전극시스템을 제작했다. 

이제욱 박사팀이 개발한 ‘차세대 전기화학 박리공정’을 적용한 멀티 전극 시스템
이제욱 박사팀이 개발한 ‘차세대 전기화학 박리공정’을 적용한 멀티 전극 시스템/한국화학연구원

'멀티 전극 시스템'은 전해질 용액 수조에 금속 전극-흑연 전극-금속 전극'을 샌드위치처럼 배치한 묶음을 여러 개 담가놓은 장치로 흑연 전극에 전기를 흘려보내 그래핀을 아주 얇은 층으로 벗겨내는 방식이다. 

이렇게 벗겨진 그래핀은 장치 하단의 필터를 통해 용액과 분리되어 가루 형태로 추출되는 것이다. 

이 장치로 고품질의 그래핀을 1시간이면 생산할 수 있으며,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또한 그래핀 1g당 가격도 2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기존 그래핀 생산기술인 '화학적 합성 공정'은 흑연을 강산으로 처리해 그래핀을 얻는 방식으로, 현재 주로 연구용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보다 생산시간과 가격, 품질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한 성과이다. 

한국화학연구원 이제욱 박사는 “화학적 합성 공정의 경우, 강산 처리로 인해 그래핀의 강도, 열 전도성, 전기전도도 등의 품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나중에 환원처리를 하지만 100% 수준으로 품질이 회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화학연구원 화학공정연구본부 이제욱 책임연구원/한국화학연구원

이 기술로 한국화학연구원은 (주)엘브스지켐텍에 이전하고 올해 연말까지는 고품질의 그래핀을 대량 생산한다는 목표로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주)엘브스지켐텍은 모회사 엘브스흑연(주)가 국내 흑연광산의 채굴권을 확보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흑연 채굴에 들어가며, 고품질의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대량 생산되는 그래핀은 우선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의 열을 방출하는 방열부품, 전기자동차의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도전재와 전극 등에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현재 전자제품의 방열 부품에는 흑연 시트가 주로 쓰이는데, 유연성이 떨어져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생산의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그래핀은 유연성과 가공성이 뛰어나 흑연 시트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엘브스지켐텍 박철용 대표는 “값싼 고품질의 그래핀을 대량으로 시장에 공급해 지난 10년 동안 열리지 않았던 그래핀 상용화의 문을 2021년까지 활짝 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엘브스지켐텍은 안성에 엘브스흑연연구소를 설립하고, 그래핀 양산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인트경제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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