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연구시설·공공연구기관, 수도권과 충청권 집중
전남, 여건과 환경 부족으로 많은 인재들 떠나
지난 8일, 충북 청주(오창) 가속기 조성 부지로 최종 선정 발표
호남지역 경제·산업계·정치권·시민단체 등 형평성 잃은 평가 비판

4세대 방사광가속기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뇌과학을 공부하며 치매연구를 향한 꿈을 가졌다고 밝힌 한 대학생이 지난달 27일 국민청원에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는 꼭 호남권에 유치되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청원마감은 이달 27일까지가 마감이며 19일 현재까지 10만7740명이 해당 청원에 동의했다.

그는 "연구라는 것은 과학자의 아이디어와 순수한 열정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며,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과 환경이 주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고등학교 시절 경험으로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남에는 그런 이유 때문에 현재도 많은 인재들이 이 지역을 떠나고 있으며, 본인 역시 지역 내에 뇌과학을 전공할 만한 대학이 없어 낯선 지역으로 진학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또한 "많은 과학자가 방사광 가속기를 찾는 이유는 살아있는 세포의 움직임은 물론 단백질과 같은 생체구조, 분자, 원자 수준까지도 관찰할 수 있는 초고성능 현미경이기 때문"이라며 "기초과학에서부터 신소재 개발, 반도체, 에너지, 화학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며,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개발하는 데 공헌한 것도 방사광 가속기"라고 설명했다. 

국민청원에 올라온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는 꼭 호남권에 유치되어야 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포스텍에 따르면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하면 이전보다 효과가 뛰어난 신약을 만들거나, 생체를 훨씬 정교하게 모방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거라 기대하고 있다. 살아 있는 세포 속에서 단백질 같은 생체분자가 움직이는 모습을 순간순간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며 치매와 당뇨 같은 난치성 질환이 일어나는 기작을 밝힐 수도 있다. 반도체 등 소재분야에서도 새로운 구조를 개발해내는 도약이 된다고 한다.

청원을 올린 과학도는 "대다수 국가 대형 연구시설과 공공연구기관은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호남권 R&D 투자액 비중도 전국의 3.1%에 불과하여 수도권(69.8%)은 물론 충청권(14.8%)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방사광 가속기가 호남에 유치된다면 지역은 물론 국가발전에도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방사광 가속기가 호남권에 유치된다면 언제든지 고향으로 돌아가 치매의 원인을 밝혀내고, 그 해결방안을 찾아내 많은 과학자들이 꿈꾸는 노벨상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호남권에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가 유치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국내 가속기 시설 현황/이미지=뉴시스

하지만 지난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부지선정평가위원회'가 충북 청주(오창)를 가속기 조성 부지로 최종 선정 발표하자 이후 호남지역 경제·교육·산업계와 정치권·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형평성 잃은 평가 방식 등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남 나주시의회는 정부가 공모한 '다목적 원형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나섰다가 최종단계에서 탈락한 이후 지난 15일 열린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허영우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다목적 원형 방사성가속기 나주 구축 약속이행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전남 나주시의회는 "100점 만점의 평가지표 중 수도권을 기준으로 한 접근성을 따지는 '지리적 여건'에 정부가 50점을 배정한 것은 애초부터 형평성과 공정성을 잃은 평가 방식이었다"고 비판했다.

전남 나주시의회 의원들이 15일 열린 제224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정부를 향해 다목적 원형 방사광가속기 나주 구축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나주시의회 제공) 

"특히 100점 만점의 평가지표 중 '국가균형발전 기여 가능성' 지표에는 단 1점만 배정한 것은 특정지역 밀어주기식 평가로 오해할 수밖에 없다"며 "의혹 해소를 위해서는 평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의회는 "방사광가속기는 지난해 7월10일 과기정통부 등 7개 부처 관계자 12명이 참여한 '한전공대설립 범정부지원위원회'에서 한전공대와 함께 나주혁신도시에 설치하기로 이미 의결했던 사항이고, 한전공대 설립기본계획에도 포함돼 국무회의까지 보고 됐던 사항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호남권 9개 상공회의소 회장단은 15일 입장문을 내고 호남지역 5600여 기업의 염원인 '다목적 원형 방사광가속기' 전남 나주 유치가 좌절된 것에 대해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호남권 대학교수와 총학생회는 14일 전남대학교에서 대표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나주에 방사광가속기 추가 구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사진=전남도 제공)

포인트경제 심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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