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팀이 가시광선과 광촉매를 이용해 약물의 '뼈대'가 되는 사이클로뷰텐(cyclobutene) 화합물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새로운 합성 기술은 신약 개발이나 기존 약의 부작용 개선 연구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약물은 나무 기둥과 같은 골격체와 다양한 곁가지인 작용기가 붙어있는 구조를 갖는데, 사이클로뷰텐은 이 골격체 중 하나라고 한다.
UNIST 자연과학부 박철민 교수 연구팀은 이 사이클로뷰텐 합성법을 이용하면 작용기의 손상없이 높은 효율로 사이클로뷰텐 화합물을 합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약물은 체내에 존재하는 단백과 같은 분자와 결합해 그 분자와 관련있는 생물학적 기능을 활성화 하거나 억제함으로 치료효과를 발휘한다.
약물과 생체 분자간 결합은 마치 열쇠와 자물쇠 처럼 정교하기 때문에 약물 분자를 특정 구조로 합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약물과 천연유래물의 핵심구조체인 사이클로뷰텐은 합성이 까다로운 골격체 중 하나로 4개의 탄소 원자가 4각형 고리 모양 구조를 갖는데 고리의 꺽임 부분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자외선을 이용해 합성할 수 있지만, 자외선의 높은 에너지가 사이클로뷰텐 골격체에 첨가된 작용기에 영향을 줘 다양한 작용기를 갖는 사리클로뷰텐 화합물의 합성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낮은 에너지를 갖는 청색 가시광선과 이이듐(Ir) 광촉매를 이용해 사이클로뷰텐 화합물을 합성했다.

이 방법을 이용해 작용기가 붙은 사이클로뷰텐 화합물을 최대 99%의 효율을 얻었다. 자외선에 의한 작용기 손상 때문에 첨가할 수 있는 작용기 종류 제한에 관한 문제도 극복했다.
자연과학부 하수진 연구원은 “탄소 원자 2개가 이중결합된 ‘알켄’과 삼중결합된 ‘알카인’의 고리첨가반응(cycloaddition, 고리모양이 만들어지는 반응)을 이용해 사이클로뷰텐을 합성하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범밀도함수이론으로 가시광선과 이리듐 광촉매에 의한 사이클로뷰텐 합성 원리를 규명했다. 가시광선의 에너지를 받아 들뜬 상태가 된 이리듐광촉매가 ‘알카인’이 아닌 ‘알켄’의 전자를 먼저 활성화 시켜 고리첨가반응이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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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인(Alkane) : 탄소-탄소 간에 삼중 결합을 하고 있는 작용기를 일컬으며, 이러한 작용기를 포함하는 화합물을 알카인이라고 한다. 유기화합물의 골격이 되는 탄소 원자의 경우, 원자의 최외각 전자가 4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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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켄(Alkene) : 알켄(alkene) 은 탄소-탄소 이중결합(C=C)을 하는 작용기를 일컬으며, 알켄은 적어도 하나 이상의 탄소-탄소 이중결합(C=C)을 가지는 유기 화합물 전체를 이르는 말이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UNIST 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5월 19일(현지시각)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에 발표됐다.
박철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각종 약물과 천연유래물질의 핵심 구조인 사이클로뷰텐의 새로운 합성 방법을 개발했다”며 “개발된 합성법을 이용하면 다양한 작용기를 갖는 사이클로뷰텐 골격체를 만들 수 있어 약물뿐만 아니라 각종 화학 제품 개발에도 사용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다양한 작용기가 도입된 화합물을 온화한 조건으로 합성하여 생물학적 효능을 갖는 화합물과 신약 개발에 기여하고, 응용 연구를 통해 높은 파이 시스템 화합물로 변형시키는 방법을 제공함으로써 형광 센서를 포함한 재료 산업 발달에 유용한 방법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케미컬뉴스 김수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