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신고자 6159명 중 병원 등 노출 360명(5.85%) 확인 "
하이크로정 원재료, NaDOC·아디핀산·탄산수소나트륨
NaDCC는 물에 용해되면 차아염소산 발생
"의약품 도매업체, 허위 문구 기재…당국 미적발"
"2007년 2월~2011년 6월 하이크로정 납품, 사용"
"오랜 기간 잘못 사용…감염관리지침 전수 조사 필요"

최예용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병원 내 가습기살균제 사용' 관련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 대학병원에서 식기 소독 용도의 화학제품 '하이크로정'을 4년이 넘게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한 사실이 파악돼 논란이 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병원의 감염관리지침서에 이렇게 사용하라고 명시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29일 명동 포스트타워 특조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같이 밝혔다. 

사참위는 "한 대학병원이 식재료와 식기를 살균하는 소독제를 가습기살균제로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병원은 감염관리지침서를 통해 '하이크로정'을 가습기살균제로 사용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하이크로정 제품 개요/사회적참사 특별위원회

조사를 통해 해당 병원이 2007년 2월부터 2011년 6월 하이크로정 3만7400정을 납품받아 가습기 살균 용도로 사용했으며, 사참위는 가습기 살균제 사용 다중이용시설 실지조사 과정에서 이 사례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하이크로정의 원재료는 NaDOC(50%), 아디핀산(25%), 탄산수소나트륨(25%) 등이다.

NaDCC는 이염화이소시아뉼산나트륨으로 물에 용해되면 차아염소산(HOCL)이 발생하면서 유효염소가 살균소독 작용을 한다. 세정제와 살균소독제, 해충방제, 음용수 정화제로 병원 농축산업, 식품 제조업, 급식 시설, 수영장 등에 널이 사용되고 있는 물질이다. 

NaDCC의 화학구조

식약처 식품첨가물공전에 따르면 NaDCC는 식품용 기구 등의 살균소독 목적 외에 사용해서는 안되며, 2015년 유독물질로 지정되었다. 2009년 4월 식약처는 NaDOC에서 멜라민 유사물질인 '시아뉼산'이 생성될 수 있다는 이유로 NaDCC의 식품첨가물 지정을 취소하고 기구 등의 살균 소독에만 사용하도록 개정했다. 

식약처 식품위해안내에 따르면 멜라민과 시아뉼산을 함께 섭취하면 멜라민의 독성이 상승하면서 신장, 방광 결석을 유발할 수 있다. 

사참위는 2018년 11월부터 2020년 3월 종합병원 22곳과 시립요양원 1곳에 대해 사참위는 용역을 통한 사용실태 조사를 벌인 바 있다. 

NaDCC는 국립환경과학원 동물(쥐) 실험결과 흡입독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물질이고, 반복흡입노출에 의한 조직병리학적 검사 결과 폐에서 독성 변화가 관찰되었다. 기존에는 가습기살균제 주요성분이 PHMG(옥시싹싹 등), PGH(세퓨 등), CMIT/MIT (가습기메이트 등), NaDCC(엔위드 등)로 알려졌으며 이번조사를 통해 NaDCC를 사용한 제품이 하나 더 추가로 확인되었다.

사참위에 따르면 NaDCC가 주성분인 다른 가습기살균제 제품은 엔위드(N-with)와 세균닥터다. 이 가운데 엔위드 제품과 관련해서는 건강피해 신고 사례가 있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가습기살균제 사건 진상규명 소위원회는 지난 2007년 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총 4년 4개월 간 한 대학병원이 식재료·식기살균소독제를 가습기살균제로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사진=뉴시스

사참위는 "해당 병원의 하이크로정 사용으로 인해 가습기 살균제 건강피해 관련 질환에 걸렸거나 사망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하이크로정은 식품위생법상 가습기 살균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하이크로정이 병원 내 가습기 살균 용도로 사용되는 과정에 의약품 도매업체의 잘못된 제품설명서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어 "의약품 도매업체는 하이크로정이 가습기 내 세균과 실내공기, 살균, 소독 목적으로 개발된 제품이라는 허위 문구를 기재한 제품설명서를 작성했다"며 "이를 전달받은 병원은 납품업체에 하이크로정을 주문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약품 도매업체의 광고 판매 행위는 2007년 당시 식품위생법 위반에 해당하며 행정 제재 대상이지만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정부기관은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참위는 "이번 사례는 병원에서 감염관리지침서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로 오랜 기간 잘못 사용된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정부는 유사 사례를 파악하기 위해 요양병원을 포함한 감염관리지침을 전수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A병원의 감염관리지침서의 소독제 사용지침/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사참위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환경노출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습기 살균제 건강피해 신고자 6159명 가운데 병원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사람은 전체 5.85%인 360명으로 집계됐다.

또한 병원 및 요양원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됐다고 응답한 480개 사례 가운데 살균제를 개별 구입한 비율은 60%, 병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제공했거나 그런 것으로 추정된다는 비율은 34.79%로 나타났다. 

병원 등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이후 새로운 질환이 발병했거나 악화했다고 응답한 경우는 121명이고, 폐 이외 질환으로 입원했다가 폐질환을 앓았다는 응답자는 78명으로 전해졌다. 

최예용 가습기살균제사건 진상규명 소위원회 위원장은 ”병원에서 식기소독제가 가습기살균제로 둔갑된 지 모른 채 ‘감염관리지침서’에 따라 오랜 기간 잘못 사용한 사실이 최초로 확인되었다”며, “보건복지부 등 관련 정부기관은 혹시라도 과거에 유사 사례가 있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병원 등의 ‘감염관리지침’을 전수 조사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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