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O·WHO·JECFA, MSG는 인체에 지극히 안전한 식품첨가물
'중식당 증후군'은 과학적으로 잘못된 것일 뿐 아니라 외국인 혐오증
'#RedefineCRS' 캠페인

MSG가 건강에 안 좋다는 인식이 한때 널리 퍼진 때가 있었다. 

100년 이상 음식의 양념을 위해 사용된 MSG에 대하여 그동안 광범위한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인과관계를 밝혀낸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UN 산하 국제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 합동식품첨가물 위원회(JECFA)는 MSG는 인체에 지극히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1일 섭취량 및 사용량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으며, 12주 미만의 영유아들도 성인과 차이 없이 신진 대사시킨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FDA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MSG가 인체에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고, 식품첨가물공전에 MSG는 '사용량을 규제하지 않는 첨가물(GRAS)'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언제부터 MSG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함에도 인체에 해로운 가공 성분으로 브랜딩(?) 되었을까. 


'중식당 증후군'은 과학적으로 잘못된 것일 뿐 아니라 외국인 혐오증

미국의 가장 오래된 사전 출판사 메리엄웹스터 사전에는 '중식당 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 CRS)'이라는 용어 항목이 있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에서 '중식당 증후군' 용어 검색 결과 갈무리

사전의 정의에서 "중식당 증후군'이란 "글루타민산염으로 양념을 많이 한 음식을 먹는 예민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증상군 : MSG 증상 복합체"라고 명시되어 있다. 

여러 문헌에서 MSG가 유해하다는 논란의 시작은 1968년 로버트 호만 곽이라는 의사가 미국에 있는 중국 식당에서 식사할 때마다 특이한 무감각함을 느꼈다는 증상을 보고하면서부터다.

이후 다른 의사들도 중국 음식을 먹은 후 무감각, 두통, 두근거림 등 유사한 증상을 설명하는 글을 발표하며 그 원인이 글루탐산나트륨(MSG)라는 성분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에는 이후 몇 년간의 연구는 부작용과 MSG 소비 사이에 명확한 연관성을 확립하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또 중국 식당 증후군이라는 용어는 오해의 소지가 있고 잠재적으로 불쾌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의학 문헌에서는 'MSG 증상 콤플렉스'로 용어가 대체되었다고 명시되어 있다. 

글루타민산나트륨(MSG)의 화학구조

미국 영양학회저널 '영양 저널'에 따르면 MSG(monosodium glutamate, 글루탐산 나트륨)는 1908년 일본의 생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가 처음 만들어낸 것으로 일본 수프의 근거지로 사용되는 식용 해초인 콤부의 고소한 맛을 분리·복제한 것이다. 

가장 풍부한 자연발생 불필수 아미노산이 글루탐산 나트륨이다.


'#RedefineCRS' 캠페인

지난 1월 CNN과 뉴욕타임즈 등에 따르면 활동가들이 이러한 인식은 구식이고, 인종 차별적이라고 주장하며 소셜미디어에서 '#RedefineCRS' 캠페인을 벌여 MSG의 이러한 오명을 벗기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다. 

아지노모토의 'MSG 안전 관련 웹사이트' 갈무리

일본 식품·조미료 회사 아지노모토(Ajinomoto)가 이끈 이 온라인 캠페인은 메리엄웹스터가 MSG에 대한 과학적 합의와 아시아 음식에 대한 미국 대중의 인식에 대한 잘못된 정보의 영향을 반영하기 위해 항목을 변경하도록 촉구했다. 

아지노모토는 캠페인 웹사이트에서 "현재까지도 MSG에 대한 신화는 미국의 의식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아시아 음식과 문화는 여전히 불공정한 비난을 받고 있다"라며 "중식당 증후군은 과학적으로 잘못된 것일 뿐 아니라 외국인 혐오증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MSG는 중국 음식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맥도날드의 햄버거에도, 자연적인 일부 토마토, 버섯, 치즈에서도 발생한다. 

tvN의 '수요미식회' 라면 편에서 라면 업계 임직원들이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전현무가 "라면에 대체 MSG가 얼마나 들어가냐?"라는 질문을 한다. 이에 농심 이정근 상무는 "라면 수프에 MSG는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라고 답해 출연진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MSG가 인체에 해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당시 MSG에 대한 거부감이 굉장히 많아서 뺏다는 것이다. 

안나 마리아 배리-제스터의 'MSG가 나쁜 평가를 받은 방법: 결함이 있는 과학과 외국인 혐오증'에 따르면 MSG에 관해 아직도 남아있는 속설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며, 사이비 과학과 편견에서 비롯된 문화와 정치의 산물이라고 밝혔다. 

화학조미료라고 우리가 쓰는 단어는 석유에서 뽑아낸 것 같은 화학적 합성물이 아니라 천연식품 속에 들어 있는 맛 성분을 화학적으로 합성 분해 추출에 의해 뽑아낸 것이다. 

부산대학교 미생물학과 이태호 명예교수는 'MSG가 몸에 해롭다는 허구'라는 글에서 "MSG는 화학적으로 합성해서 만드는 게 아니라 미생물 발효에 의해 생산되는 아미노산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MSG는 된장, 간장보다 더 깨끗하고 인체에 덜 해롭고 소금보다도 독성이 적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인체에 해가 없는 물질"이라고도 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여성위원회가 주최한 '화학조미료 안 먹는 날 기념 기자회견'에서 TV 방송에 노출되는 MSG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15일 국내에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환경운동연합 여성위원회가 '화학조미료 안 먹는 날 기념 기자회견'을 열고 TV 방송에 노출되는 MSG 퍼포먼스를 진행한 바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MSG 무첨가', ‘L-글루탐산나트륨 무첨가’라고 광고 표기하고 있는 제품들에 다양한 이름의 조미료가 첨가되고 있다며 "다양한 형태와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는 조미료가 어떠한 원료를 사용하였는지 알 수 있도록 식품 표기를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MSG를 먹지 말자는 이야기보다 MSG를 만들 때 사용하는 원재료가 저급의 원료는 아닌지를 알려달라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들린다. 

포인트경제 김수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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