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김재익 교수팀, 도파민 신경세포 생사 조절기능 밝혀
오글루넥당화 활성화로 도파민 신경세포 사멸 억제·운동기능 회복… Brain 발표

파킨슨병
파킨슨병 증세 /이미지=프리픽

근육이 마비되거나 경련이 일어나 운동이상 증세가 생기는 퇴행성 뇌질환, 파킨슨 병을 치료할 새로운 단서를 국내 연구팀이 찾았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김재익 교수 연구팀은 도파민 신경세포에서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를 활성화시켜 파킨슨병 유발 운동 이상증을 정상 수준에 가깝게 완화시킬 수 있음을 동물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고 12일 밝혔다. 

파킨슨병에 걸리면 뇌 속 도파민 신경세포가 죽어 도파민 분비가 줄어들게 된다. 도파민 신경세포의 이상은 파킨슨병의 대표적 운동증상들인 떨림, 경직, 움직임 둔화 등의 원인이다. 

도파민은 우리 몸을 움직이게 해주는 근육의 움직임에 관여하는 물질이며, 현재 파킨슨 치료는 도파민을 보충해 운동이상을 치료하는 대중 요법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며, 도파민 신경세포 사멸의 생물학적 원인이나 파킨슨병의 근원적 치료법은 밝혀지지 않았다. 

도파민 신경세포의 '때 이른 죽음'의 원인을 알고 이를 막을 수 있다면 보다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가 도파민 신경세포의 생존과 기능 및 파킨슨병의 병리에 미치는 영향, 성체 마우스의 도파민 신경세포에서 O-GlcNAcylation이 줄어들면 세포가 사멸하게 되고 도파민 관련 뇌기능이 손상됨. 반대로 도파민 신경세포에서 O-GlcNAcylation이 증가하게 되면 세포의 생존과 사멸에는 해로운 효과가 없는 반면에 도파민의 분비가 증가하게 됨(위쪽 그림). 도파민 신경세포에서 O-GlcNAcylation이 증가하면, 파킨슨병의 질병모델 유도시 빈번하게 관찰되는 인산화된 알파시뉴클레인 단백질(실제 파킨슨병 환자의 뇌 조직에서도 관찰됨)의 발현이 현저하게 줄어듦. 또한, 파킨슨병 병리에 수반되는 뇌 조직에서의 도파민 분비 및 운동능력의 손상이 회복됨(아래쪽 그림). /연구그림=UNIST 제공

연구팀은 세포내 단백질의 변형 과정의 한 종류인 오글루넥당화가 도파민 신경세포의 기능과 사멸에 관여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동물 모델에 적용했다. 

파킨슨병의 원인물질로 연구되고 있는 알파시뉴클레인(α-synuclein) 단백질을 마우스 중외 흑색질에 발현시키는 방식으로 파킨슨병 마우스 모델을 제작했으며, 이때 유전적, 약물적으로 마우스 뇌의 도파민 신경세포에서 오글루넥당화를 증가시켰을 때 파킨슨병 동물모델에서 나타나는 세포 사멸과 도파민 분비의 감소가 크게 완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 개체의 행동수준에서 나타나는 여러 운동증상들이 정상에 가깝게 회복되는 것을 발견했다. 

김재익 교수 연구팀(김재익 교수 중앙) /연구진 사진=UNIST 제공

이것은 오글루넥당화 활성화를 통해 도파민 신경세포의 조기사멸을 억제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인데, 오글루넥당화가 경쟁관계에 있는 인산화를 억제시켰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인산화 역시 정상적인 단백질 번역 후 변형 과정 중 하나지만 최근 과도한 단백질의 인산화가 신경세포 조기사멸의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김재익 교수 연구팀은 파킨슨병 모델 쥐에 오글루넥당 분해를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하자 도파민 신경세포가 일찍 죽는 현상이 억제되고 운동 이상 증상이 크게 완화됐다고 밝혔다. 

중뇌(midbrain) 흑색질(SNc) 도파민 신경세포에서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를 증가시켰을 때의 변화, (A) 알파시뉴클레인(α-synuclein)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바이러스를 마우스의 뇌에 주입한 후에 파킨슨병과 유사한 병적 증상들을 관찰함. (B) 약물(O-GlcNAcylation 분해 억제제)을 사용하여 신경세포 내 O-GlcNAcylation을 증가시킨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파킨슨병 동물모델의 병적 증상이 완화되는 것을 확인함. /연구그림=UNIST 제공

또 당기와 인산기가 단백질 아미노산 사슬의 같은 위치에 경쟁적으로 붙는다는 점과 오글루넥당화가 뇌에서 가장 활발히 일어난다는 사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오글루넥당화는 그동안 신경세포와 신경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추측돼 왔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뇌 안의 다양한 종류의 신경세포 중 도파민 신경세포에 작용하는 오글루넥당화의 새로운 역할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난치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의 신경세포 조기 사멸의 원인으로 단백질 과인산화가 지목되고 있어 이번 연구는 오글루넥당화로 과인산화를 억제해 근본적인 퇴행성 뇌질환 치료의 가능성을 보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논문 '오글루넥당화는 파킨슨병에서 도파민 뉴런 기능, 생존 및 퇴행을 조절한다' /브레인지 갈무리

이번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 중견연구, 포스코청암재단 신진교수 펠로우쉽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으며, 연구 결과는 신경학과 중개신경과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 '브레인(Brain)'에 논문명 'O-GlcNAcylation regulates dopamine neuron function, survival and degeneration in Parkinson disease'로 11월 9일자로 공개됐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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