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윈의 마지막 책은 지렁이에 관한 40여 년간의 연구 결과
지렁이의 활동과 배설은 토양에 큰 이로움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지렁이가 나노플라스틱을 배설
아직 나노플라스틱의 문제와 규모는 파악이 안됨

'진화론'의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책은 1881년 발간한 '지렁이의 행동을 통한 식물 곰팡이의 형성(The Formation of Vegetable Mould Through the Action of Worms)'이다. 지렁이에 관한 40여 년간의 연구를 담은 것으로 지렁이가 흙을 생산하고 순환시키며 토양에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찰스 다윈(왼쪽)과 그의 책 'The Formation of Vegetable Mould Through the Action of Worms'

전 세계 약 3100종이 존재한다는 지렁이는 단순해 보이는 몸이지만 잘 발달된 신경계와 소화계·배설계·순환계·근육계·생식기관을 가지고 있다. 찰스 다윈도 주목한 지렁이의 가장 큰 효과 두 가지는 큰 활동성과 소화·배설 능력이다. 낙엽이나 유기물을 먹기 위해 흙을 부지런히 헤집는 활동이 땅속 통로를 만들어 땅의 통기성과 배수성을 좋게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먹이를 소화해서 배설하는 분변토가 식물에게 매우 유익한 영양분이라는 것이 두 번째다. 

특히, 지렁이의 소화·배설 과정을 거친 분변토는 양이온치환용량, 질소함량, 인산 함량 등이 3배 이상 증가하며 석회 함량도 4배 이상 많아진다. 하루에 자기 몸무게 50% 이상의 먹이 활동을 하고 그만큼 배설을 하며 생물이 자라기 적합한 중성토양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지렁이가 먹이를 소화하는 과정 /농촌진흥청 흙토람 갈무리

이렇게 이로운 역할을 하는 지렁이의 활동에 곤란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9월 18일 환경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해저드스 머티리얼스(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게재된 건국대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토양 내 미세 플라스틱이 지렁이에 의해 나노 플라스틱으로 분해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된 토양에서 3주 동안 배양한 지렁이의 분변토를 채취해 주사전자현미경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미세플라스틱보다 작은 입자를 발견, EDS(Energy Dispersive X-ray Spectroscopy, 에너지 분산형 X-선 분광법)를 통해 입자의 성분분석을 한 결과 나노플라스틱인 것을 확인한 것이다.

지렁이에 의해 작게 쪼개진 나노플라스틱 배출 규명 모식도 /한국연구재단

뿐만 아니라 연구팀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지렁이의 경우 정상적인 정자 생성에도 문제가 발생, 번식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앞서 2019년 9월 학술지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게재된 영국 환경학자 바스 부츠(Bas Boots)의 연구 '토양 생태계에서 미세 플라스틱의 효과(Effects of Microplastics in Soil Ecosystems'에 따르면 플라스틱에 오염된 흙에 투입된 지렁이의 체중이 대조군에 비해 감소한 결과를 얻은 바 있다.

5㎜ 이하의 합성 고분자화합물인 미세플라스틱은 이미 해양생물을 비롯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며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에게도 위협적인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하물며 크기가 더욱 작은 나노플라스틱은 그 위험과 영향력이 미지에 가까운 상태다. 보다 많은 연구와 추적이 필요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지렁이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의 잘못이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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