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리그닌과 셀룰로오스의 분해로 종이 노화 유발
새 책, 목재·잉크·접착제 등 다양한 유기화합물 반응해 VOCs 방출

도서관의 책들 /사진=픽사베이

서점에 들어서거나 오래된 책을 꺼내면 특유의 책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보통 종이나 인쇄물 냄새를 특별히 악취로 여기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어떤 이는 새 책들이 가득한 서점 안에서 새집증후군과 같이 휘발성 화학물질의 방출로 갑갑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색이 바랜 오래된 책은 새 책과는 또 다른 냄새가 나며 당시의 추억을 되살려주기도 한다. 어떤 이는 그 냄새를 커피나 달콤한 초콜릿 향 같다고도 한다. 


책에서 나는 냄새는 무엇 때문일까? 

책 /사진=픽사베이

2017년 헤리티지 과학에 실린 런던칼리지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연구원들은 오래된 프랑스 소설책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을 추출했다. 오래된 책에서 주요 냄새 성분을 식별하고 화학적 흔적뿐만 아니라 79명의 냄새 테스트에서 초콜릿과 커피 향을 가장 많이 연상시킨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저자는 사람들은 무슨 냄새인지 모를 때 자신이 친숙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냄새를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또한 초콜릿과 커피에는 리그닌과 셀룰로오스라고 불리는 발효되거나 볶은 화학 화합물을 함유하고 있고, 이 화합물은 부패하는 종이에도 들어있다고 한다. 

종이에 포함된 리그닌과 셀룰로오스가 산으로 분해되어 오래된 종이의 노화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종이는 습기 등을 흡수해 곰팡이 등이 서식하게 되고 그로 인해 냄새도 나게 된다. 또 연구저자는 이 냄새를 "풀이 무성한 산이 뒤얽히고, 뿌리에 있는 곰팡이 냄새에 바닐라 향이 섞여 있다"고 표현했다.

우리의 후각은 두뇌에 있는 기억의 중심과 매우 가까우며, 우리는 종종 기억을 특정 냄새와 매우 강력하게 연관시킨다고 한다. 

오랜만에 책장에 꽂혀있던 옛 책을 펼쳤을 때 잊고 지냈던 기억을 떠올리며 추억 여행을 떠나게 하는 것은 누군가의 끄적댄 흔적도 있겠지만 종이로부터 나오는 냄새 때문일지도 모른다. 새 책의 경우 대부분 종이 자체의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물질과 책을 인쇄하는 데 사용되는 잉크, 제본에 사용되는 접착제 등에서 다양한 화학물질이 포함된다. 

서적의 분해 생성물 방출관련 논문 /미국립생명공학센터 갈무리

국립생명공학정보센터에 게시된 '책의 분해 생성물 방출:지질산화 및 셀룰로오스 가수 분해 평가' 연구논문에 따르면 책 전체에서 다양한 유기 화합물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확인된다.

종이는 목재 펄프에서 만들어지는데 수산화나트륨과 같은 화학물질을 첨가해 pH를 높여 섬유질을 유발할 수 있고, 과산화수소를 포함한 여러 다른 화학물질로 표백되며, 알킬 케틴 다이머 등의 내수성 보조 첨가제 등도 사용된다. 

또한 책에 있는 이러한 화학물질 중 일부가 반응해 또 다른 방식으로 우리가 감지할 수 있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s)은 공기 중으로 방출될 수 있다. 잉크에 사용되는 화학물질과 책에 사용된 접착제 등 많은 작은 분자들이 화학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그렇다고 모든 책에서 같은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니며, 일반적으로 오래된 책 냄새를 생성하는 것은 종이 내 화합물의 화학적 분해 때문이다. 

현대의 고품질 종이는 리그닌을 제거하기 위해 화학적 처리를 거치지만 산이 존재하기 때문에 종이에서 셀룰로오스의 분해가 여전히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산의 가수분해라고 하는 반응은 광범위한 휘발성 유기 화합물을 생성하며 이들 중 상당수가 오래된 책의 냄새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새 책과 오래된 책에 포함된 화학물질과 방출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자료=compoundchem, ⓒ포인트경제CG

벤즈알데히드는 아몬드와 같은 향을 더해주고, 바닐린은 바닐라 향을 낸다. 에틸 벤젠과 톨루엔은 달콤한 향기를 풍기며, 2-에틸 헥사놀은 약한 꽃향기를 낸다. 1800년대 중반 이후에 출판된 책은 지금보다 많은 푸르푸랄을 방출하며 린넨 종이로 구성된 오래된 책에 비해 출판 연도에 따라 증가하는 등의 책의 연령과 구성을 결정하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특정의 화합물과 화합물 계열을 정확히 책의 냄새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잠재적인 화학물질들을 식별할 수 있으며 오래된 책 냄새의 경우 다양한 화합물이 제안되었고, 또 책 만드는 과정의 많은 변화로 정확한 냄새의 기원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다.

책은 외부 물질에 반응할 수 있어 환경으로부터 강한 냄새를 흡수할 수 있고 담배 연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책은 직사광선을 피해 시원하고 건조한 환경에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새집 증후군처럼 '새 책 증후군'

10년 전 즈음에도 새집 증후군처럼 새 책에서 나오는 이러한 VOCs 방출로 인해 어린이들이 피부질환이나 천식 등을 앓게 된다는 '새 책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책을 구매하고 나서 바로 접하게 하지 않고 며칠 동안 바람이 잘 드는 곳에 책을 펴서 화학물질을 날려버리는 일명 '북 사워'를 통해 유해함을 없애야 한다는 예방법도 잘 알려져 있다. 

또 새것보다 도서관이나 재활용 도서를 이용하거나, 어린이들의 잠자는 곳과 책 보관하는 공간을 분리하라는 말도 다 이런 이유와 연관된다. 어릴 적 책을 읽을 때 30cm 떨어져서 읽으라고 배운 것도 유해 물질을 막는 데 도움이 되는 데다 시력도 지킬 수 있고 허리도 곧게 필 수 있으니 자세도 좋아진다. 

코로나 시대에 사는 요즘 우리는 집에 있는 시간도 많아 책 볼 수 있는 시간도 비교적 많아졌다. 

책 냄새를 좋아해서 책을 산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고, 우리는 아이들에게 자주 책을 보라고 권하기도 하지만 너무 장시간 책만 보는 것보다는 운동과 산책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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