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국내 6만~8만명 암으로 사망...직업성암, 산재 인정자 1년에 150명
WHO의 직업성암 인정비율인 4%에 턱없이 부족한 수치
"우리나라는 암 사망원인을 담배나 술, 유전적 요인으로 치부"
3D프린터 프린팅 작업을 해온 교사 3명 희귀암 걸려

전세계적으로 선진국의 직업성 암은 아주 흔한데 우리나라의 직업성 암환자로 인정된 사람의 수는 적다고 한다. 

비교적 우리나라에 직업적인 영향으로 암에 걸리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일까?

국가암등록통계 /2018년 국가암등록통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8년 암유병자는 약 201만 명이며, 국민 25명 중 1명이 암유병자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일과건강에 따르면 매년 국내에서 6만~8만명이 암으로 사망하지만 직업성암과 산재로 인정받는 사람은 1년에 150여 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수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직업성암 인정비율인 4%에 턱없이 부족한 수치라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암의 직업 관련성은 산재보험을 관할하는 국가기관에 의해 인정된다. 특정 암의 직업 관련성이 인정되는 근로자는 국가의 현행 산재보상법에 의거해 비용지원과 보상을 받게 된다. 

등재제도에 따른 인정으로 국가별 직업병 목록에 등록되어 있거나 암을 야기할 수 있는 원인 물질의 등록으로 다양한 유형의 암이 있으나, 각국은 해당 암의 직업 관련성을 인정받기 위해 충족해야 할 자체 인정 기준인 병명, 노출 기간, 강도 등을 두고 있다. 

국가별 직업병 목록에 포함된 암 유형 및 그 유발인자 /'직업성 암-유럽의 산재 인정 현황', 한국노동연구원

또한 비등재제도에 따른 인정으로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직업병 목록에 언급되어 있지 않은 수 십건의 암 사례가 매년 인정되고 있으며,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사례들을 목록화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실제로 피해자들은 자신의 질병과 업무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해야만 이러한 지원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질병이 직업상 원인에 기인함을 보여주는 증거를 제시할 책임이 환자에게 있으나 암의 경우 특히 원인을 문서화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직업성·환경성 암환자찾기119(이하 직업성암119)'는 우리나라는 암 사망원인을 담배나 술, 유전적 요인으로 치부하고 환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선조 탓을 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산업재해로 인한 암 인정폭이 넓어져 더 많은 사람들이 산재신청과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직업성으로 암이 생겨도 그 사실을 모르거나, 인지하더라도 연관성을 입증하지 못해 인정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주얼리분회, 직업성·환경성 암환자찾기 119 회원들이 직업성암 2차 집단산재신청과 전수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2월23일 직업성암119는 국회 정문 앞에서 포스코 직업성 암 전수조사와 안전보건진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최근인 지난 2일 직업성암 2차 집단산재신청과 전수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일 기자회견에서 한 고등학교 물리교사로 일하다 지난해 7월 비인육종 진단을 받고 사망한 아들의 아버지인 서정균씨는 "2013년 부터 창조경제 무한상상실 메이커 교육이라는 정부의 시책에 따라 3D 프린터를 열심히 사용해왔던 아들의 죽음은 정부의 잘못된 시책과 기획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첨단 기술과 새로운 유해

1990년대 이전의 직업병은 금속·중금속, 진폐, 소음성 난청, 유기용제 노출 등에 의한 재래형 직업병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와 더불어 2000년대 들어와서는 근골격계질환, 뇌심혈관계질환 등도 발생함에 따라 노동자 건강보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최첨단 기술인 3D 프린팅의 발전은 자동차와 각종 물건 뿐만아니라 인간의 장기까지 만들어 이식수술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유용한 3D프린팅의 발전과 보급도 유해성이 논란되고 있다.

몇년 전부터 국내외로 3D 프린팅의 유해성에 대해 알려져왔는데, 사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3D 프린팅 소재는 필라멘트, 파우더, 액체 등 3가지 형태로 존재하며 폴리머, 금속, 세라믹 등이 현재 사용되고 있다.

3D프린터 /사진=픽사베이

2019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3D 프린터에 사용되는 소재의 종류 및 유해물질 특성연구'에 따르면 3D 프린터 소재 중 PLA, ABS, 금속, 기타 소재 등에서 관리대상물질과 고분자물질 등이 다양하게 검출되었다.

PLA는 약 180℃의 노즐 온도와 상온 근처의 바닥판 온도에서 인쇄하는 생분해성 옥수수 기반 플라스틱이며 ABS는 대부분 상업적으로 사용 가능한 장치에서 220℃ 전후의 노즐 온도와 80℃의 바닥판 온도에서 인쇄되는 더 강한 열가소성 수지다. 

이러한 고온에서는 가스와 입자가 방출되는데 일산화탄소와 시안화수소 뿐만아니라 다양한 휘발성 유기 화합물을 포함하고 있다. ABS 열분해 산물에 노출되면 독성영향을 받는다. 3D 프린팅 작업에서 발생되는 초미세입자가 가스보다 독성이 강하다고 한다. 

직업성암119에 따르면 고등학교에서 3D프린터 프린팅 작업을 해온 교사 3명(각 35세, 37세, 43세)이 희귀암에 걸렸고 사망자도 나왔다.

또 전신주 설치 제거 업무를 40년 간 해오다 폐암으로 사망한 노동자 1명과 고압전류 활선 사선 일을 20~30년간 해오다 각각 뇌암과 백혈병에 걸린 50세 51세 노동자도 집단 산재 신청에 참여했으며, 백혈병에 걸린 보석 세공 노동자 1명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한다.

암발생률 국제 비교 /2018년 국가암등록통계

국제적인 암발생률에서 보면 세계표준인구로 보정한 우리나라 암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270.4명으로 OECD 평균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 미국과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보다는 낮은 수준이며, 일본에 비해서는 다소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포스코 직업성암 전수조사와 안전보건진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선진국가의 일반암 중 직업성암 비율 4%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매년 9600명이 직업성암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와 인구가 비슷한 이탈리아의 경우 연간 1만명의 암사망자가 직업성암으로 인정되고 있다. 

직업적으로 환경적으로 생기는 암을 줄일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이 당연히 필요하고, 발암물질 관리노력과 함께 근로자와 사업주의 관심과 노력이 직장과 가정에서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고통받고 있는 직업성·환경성 암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 산재 신청과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사회와 일부 전문가들만의 목소리만으로는 힘에 겹다.

직업성·환경성암환자찾기119 갈무리

포인트경제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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