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클링 와인의 거품소리는 '천사의 박수'
오크통 숙성과정의 자연 증발 위스키는 '천사의 몫'
맥주 마케팅의 성공사례 '엔젤링'

애주가들은 분명 '천사'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이를 뒷받침할 몇 가지 이야기가 있다.

스파클링 와인의 거품소리는 '천사의 박수'

스파클링 와인/사진=픽사베이

코로나 여파로 홈술족이 늘어난 가운데 지난해 와인 수입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편의점에서의 매출 상승이 가장 가파를 정도로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와인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된다. 특히 스파클링 와인은 그 용도가 선명하다.

프랑스 상파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만 '샴페인'으로 부를 수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 상파뉴 지방에서 30명이 넘는 프랑스왕의 대관식이 치러졌다는 사실과 축포와 같은 오픈이 샴페인의 '축배'이미지를 구축했고, 스파클링 와인에게도 자연스레 전이됐다.

스파클링 와인은 특유의 탄산이 다른 와인들과의 차별점이다. 이는 추가적인 당분을 넣는 2차 발효를 통해 탄산이 발생하기 때문인데, 잔에 따른 스파클링 와인에서 끊임없이 거품이 올라오는 이유다. 이때 올라오는 거품 소리를 애호가들은 '천사의 박수'라고 일컫는다.

오크통 숙성과정의 자연 증발 위스키는 '천사의 몫'

선천적으로 예민한 후각과 미각을 타고나 위스키 감별 재능을 펼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엔젤스 셰어 : 천사를 위한 위스키 (The Angels' Share)'. 에든버러를 배경으로 한 영화답게 위스키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내어 칸영화제 심사위원 상 수상을 비롯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영화 '엔젤스 셰어 : 천사를 위한 위스키 (The Angels' Share)' 포스터 /이미지=IMDb

제목의 엔젤스 셰어는 위스키 업계의 오랜 단어로, 오크통에 보관하는 숙성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기 중으로 증발하는 위스키를 말한다. 대기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 그 양이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1년 기준 스코틀랜드에서는 약 2%, 버번위스키를 생산하는 켄터키에서는 약 3~5%, 대만의 경우 약 15%가 '천사의 몫'으로 증발한다.

증발한 위스키는 물과 알코올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숙성 창고에 들어가기만해도 알코올 기운을 충분히 느끼게 되는 이유다. 때문에 화재 위험이 매우 높고,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천사의 유무와 상관없이 항상 조심해야 한다.

맥주 마케팅의 성공사례 '엔젤링'

한때 일본 맥주 광고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단어 '엔젤링(Angel Ring)'. 맥주를 마시다 보면 컵을 둘러 생기는 거품띠를 일컫는 말로 쓰이며, '좋은 맥주를 즐겨라'라는 표어와 함께 제품 차별화를 꾀하는 표현이었다.

사실 맥주를 마시면서 생기는 띠는 일반적으로 레이싱(Lacing)이라는 표현을 쓴다. 보통 마시는 동안 탄산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위해 맥주를 따를 때 일정량의 거품을 발생시키는데, 이때 맥주의 단백질(맥아로부터 발생한)이 거품과 맥주잔에 달라붙어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다.

맥주 광고에 나오는 '엔젤링' /이미지=일본 맥주회사 유튜브 영상 캡처

그래서 맥주컵의 상태가 깨끗하지 않거나 혹은 마르지 않았거나, 기름기가 남아있다면 레이싱이 줄어들거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맥주컵의 상태를 평가하는 데는 이상적이다. 다만, 레이싱 자체로 좋은 맥주 여부를 평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독특한 레이싱만으로 유명한 맥주들이 IPA(India Pale Ale), 라거, 에일, 니트로 스타우트 등 다양한 종류에 존재하며 개성의 영역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결국 엔젤링이라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쓰이는 말은 아니다. 마케팅으로써는 꽤 성공한 일본식 표현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사실 천사의 머리 위에 있는 링처럼 보이는 후광은 영어로 헤일로(Halo)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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