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감각으로 느끼는 다양한 공해를 일컫는 감각공해
빛·소음·악취로 인한 문제는 건강·삶의 질과 밀접한 관계
동물들에게 장애와 생존의 문제로 작용
정책적 해결과 개인적 노력 필요

도시 /사진=픽사베이

밤에도 밝은 조명과 간판, 사방에서 발생하는 환경 소음과 층간 소음, 관리되지 않은 각종 악취 등은 우리의 일상을 괴롭힌다.

인간의 감각으로 직접 느끼는 이와 같은 공해를 감각공해(感覺公害, Sensory Pollution)라고 한다. 감각공해는 우리 삶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인공조명 공해

인간의 생체시계와 빛은 매우 밀접해서 밤에도 밝은 빛에 노출되는 것은 여러 가지 생리적 과정에 오류를 일으키는데 심혈관질환, 소화기 장애, 면역력 저하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버드 의과대학은 2017년 발표한 연구(Outdoor light at night linked with increased breast cancer risk in women)에서 야간에 실외 조명이 많은 지역에 사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유방암 위험이 더 높다고 밝힌 바 있다. 1989년부터 2013년까지 축적된 약 11만 명의 여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공조명이 실제로 멜라토닌 호르몬 수치 감소를 일으켜서 유방암 발생률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빛 공해 관련 민원은 지난 2014년 이후 계속 증가해 2018년 가장 높았으며 이후 꾸준히 감소 추세다. 지난해는 2019년(2168건) 대비 15% 가량 감소해 1844건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서울시는 2025년까지 현재 민원 건수의 절반을 목표로 빛 공해율 감축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소음 공해

층간 소음 문제가 대표적인 사회문제로 자리 잡은 만큼 생활환경에서 발생하는 소음공해는 심각성이 크다. 2011년 WHO(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보고서 '환경 소음으로 인한 질병 부담'에 따르면 소음이 심혈관 질환, 수면 장애, 이명, 어린이 인지장애 등과 관련 있다. 특히 지속적인 소음은 급성 스트레스를 유발해서 정신적·신체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인지 연구에 참여한 저자들은 공중 보건에 대한 위협 중 교통 소음을 2위(1위는 대기 오염)로 꼽기도 했다.

2020 유럽의 소음 /유럽환경청(EEA) 보고서 갈무리

악취 공해

유럽에서 두 번째로 일반 민원이 많은 문제가 악취일 만큼 냄새도 공해가 될 수 있다. 특히 도시 설계에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악취문제, 이를테면 하수·매립·소각·정화 등과 같은 시설 계획이 제대로 반영이 안될 경우 피해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가 된다. 악취는 식욕감퇴, 불쾌감, 스트레스, 메스꺼움, 두통 불면 등과 같은 증상과 삶의 질 저하를 가져온다.

국내에서는 악취방지법이 2004년에 제정된 이래 개정된 2015년 말 기준에도 생활악취 민원은 3천여 건에 달하며 매년 증가했으며, 올해 1월 기준으로 악취방지법은 일부개정 시행되고 있다.

냄새는 후각 신경을 자극하는 가볍고 작은 분자의 혼합물인데 반해 국내 법률상 '악취'의 정의는 황화수소, 메르캅탄류, 아민류, 그 밖에 자극성이 있는 물질이 사람의 후각을 자극해 불쾌감과 혐오감을 주는 냄새를 말한다. 특히 6~9월은 악취 관련 민원이 절반가량이 몰리는 계절이다.

종로구 관내대기중 악취 지도 작성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2015년 '도심지역 하수도 악취개선 시범사업' 내용 중

환경부와 서울시는 고질적인 하수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심지역 하수도 악취개선 시범사업'을 종로구·은평구·영등포구 등에서 실시한 바 있다. 지난해 울산시 울주군은 악취통합상황실을 개소하고 악취 민원을 관리하고 있다. 온산공단과 상습 악취 발생 사업장 주변 지역에 대표적 악취 원인 물질인 황화수소를 비롯해 암모니아, 휘발성 유기화합물질에 대한 복합적인 악취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악취 센서 37대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울산시 울주군 악취통합관리 상황실 /사진=뉴시스

동물에게는 생존의 문제

감각공해는 비단 인간에게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 유타주립대의 연구(Sensory danger zones: How sensory pollution impacts animal survival)에 따르면 빛 공해와 교통 소음이 자연적 자극을 모방해서 동물들에게 혼선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인공조명이 달빛을 가려 새나 곤충의 활동에 장애를 일으키거나, 교통 소음이 동물의 청각 주파수를 가리는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차량의 헤드라이트와 도로 소음이 야생동물의 주의산만과 흥분을 일으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진=픽사베이 ⓒ포인트경제CG
사진=픽사베이 ⓒ포인트경제CG

바다 역시 예외는 아니다. 더욱이 상대적으로 소리를 감지하고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해양 생물에게 인위적인 소음은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다. 해양생물학자 카를로스 두아르테(Carlos Duarte)는 선박, 지질조사, 시추활동, 다이너마이트 낚시, 서핑 등 다양한 인간활동이 해양 생물에게 견딜 수 없는 소음을 선물했고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고 최근 논문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소음으로 인해 영역의 이동을 강제당하거나 적응을 위해 자체적으로 개체 수를 감소시키는 현상, 해양 포유류의 청력 손상 등을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하며 해양 관련 기술의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요구했다.

감각공해는 개인적 문제가 아니고 원인 제거가 어려운 만큼 기본적으로 정부와 기관의 정책 수준을 높여야 한다. 여기에 개개인의 노력이 더해져야 하는데 전문가들은 생활패턴을 점검하고 수면 시 빛과 소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해 주는 것을 권장한다. 암막 커튼, 귀마개, 안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과 더불어 정확한 분리수거·음식물 쓰레기 처리·소음 자제와 같이 자신이 공해의 원인이 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기본적인 방편이 될 수 있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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