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수와 단열재로 많이 쓰인 '석면'
1군 발암물질 지정, 2015년 국내 석면 사용전면금지
악성중피종, 원발성폐암, 석면폐증 등
2011년부터 국내 석면피해 인정 사망자 총 814명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1일 전국 82개소 한센인 마을의 석면 건축물 방치 현황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방치된 폐가와 폐축사의 석면 지붕이 주민 건강과 생존을 위협한다는 판단이다.

환경단체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 14일 송도 국제도시 소재 아파트 정원의 일부 조경석에서 석면의 일종인 트레몰라이트(tremolite)가 검출됐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트레몰라이트는 2003년부터 국내 사용이 금지된 석면이다.

포스코 발전부에서 38년간 일했던 노동자 A 씨는 최근 악성중피종으로 '업무상 질병'을 인정받았다. 악성중피종은 복막이나 흉막에 종양이 생기는 것으로 석면으로 인해 발생한다.

방수와 단열에 탁월해 과거 건물의 지붕재나 방음재로 인기가 높았던 석면은 하나의 광물이 아니다. 자연에만 존재하는 광물로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섬유 가닥이 얽혀있는 듯한 모양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는 광물들을 통틀어 석면이라고 한다. 석면(石綿)이라는 이름도 돌이지만 솜처럼 가볍고 부드럽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석면 원석과 섬유 /이미지=환경부 화학안전관리단의 '석면' 소책자

안정적인 화학구조로 불에 잘 타지 않고 물에도 녹지 않고 썩지도 않으며 변질되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한때 '기적의 물질'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석면의 유해성이 전 세계적으로 밝혀졌고 WHO는 석면을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는 1990년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석면을 허가대상 유해 물질로 규정한 것을 시작으로 2015년 4월 1일부터는 석면 사용을 전면 금지하였다.

우리 몸으로 석면이 들어올 수 있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로 석면광산 부근에서 날아오는 석면가루를 흡입하거나 석면으로 만들어진 건물의 실내 공기 중에 존재하는 석면가루 혹은 석면 제품에서 떨어지는 석면가루를 흡입하는 경우가 있다. 석면은 부식되지 않는 성질 때문에 우리 몸에 들어오게 되면 세포막에 반영구적인 손상을 준다. 더구나 배출을 시킬 수 없기 때문에 누적되고 15~40년에 달하는 잠복기를 거쳐 악성중피종, 원발성폐암, 석면폐증 등을 일으킨다.

영국 산업안전보건청(HSE)에 따르면 영국의 석면 관련 사망자가 연간 약 5000명에 달하는데 교통사고 사망자가 2000명 미만인 사실을 고려하면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영국인들의 경우 석면이 건축 자재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실내 인테리어에 변화를 주는 과정에서 석면에 노출되기 쉬운 조건이 형성된 것을 주목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코로나 역시 호흡기 질환이기 때문에 기존 석면 관련 질병이 있는 사람에게는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침묵의 살인자, '석면' 관련 질병이 증가하고 있다 /이미지=E&T '영국 가정의 석면

우리나라의 경우 2016년 발표된 경북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김수영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36년까지 1942명이 석면 관련 질환으로 사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흡연을 반영해 폐암 사망자를 석면 사망자에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석면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는 더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2021년 1월 31일 기준으로 2011년부터 석면피해를 인정받고 사망한 사람은 총 814명이다.

석면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서는 석면광산 부근이나 석면 건축물 철거 현장을 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근 가정에서는 창문과 현관문의 단속을 철저히 하고 젖은 걸레를 활용한 청소와 이불 세탁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자녀들이 석면 자재가 쓰인 학교나 유치원에 다닐 경우 석면 자재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교육하며 방치된 석면을 발견했을 경우 시·군·구청을 통해 신고한다.

석면피해구제시스템과 석면관리종합정보망 홈페이지 갈무리

건물의 석면 사용 여부는 환경부의 '석면관리종합정보망'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으며, 석면으로 인한 피해가 의심될 경우 '석면피해구제시스템'을 통해 제도를 확인하고 지정된 검진 의료기관에서 진찰과 검사를 받아 진행하면 된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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