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ASA, "넥소 공기 정화 효과는 과대광고"
"배기가스 배출 않지만 브레이크와 타이어 마모 등으로 인해 미세먼지 배출"
현대차, 웹사이트에서 'A car so beautifully clean, it purifies the air as it goes' 삭제 조치

FCEV 에너지 흐름도 /이미지=EVPOST 

현대자동차는 수소연료전기차 넥쏘(NEXO)가 공기 정화 효과가 탁월해 미래 자동차 산업의 중심에 서게 될 친환경 차라며 '달리는 공기청정기'라고 광고해왔다.

수소전기차(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인 넥쏘는 수소와 산소가 만나서 생긴 전기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소량의 물만 배출할 뿐 환경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넥쏘 1만 대가 도로 위를 달리면 디젤차 2만 대가 배출하는 미세먼지를 정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대자동차그룹 웹사이트에서는 넥쏘의 미세먼지 정화 기능 실험 관련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30초짜리 영상에서 넥쏘의 앞부분에는 오염된 공기가 있는 풍선을 연결하고 뒤 배출구에는 비어있는 풍선을 연결해서 자동차 주행 실험을 하는 영상이다. 앞부분의 오염된 공기가 주행 과정에서 흡입되어 배출구로는 맑은 공기가 나오며 풍선이 차오르는 장면과 함께 미세먼지를 99.9% 정화한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

이 밖에도 공기필터, 막 가습기, 기체 확산층 등 넥쏘의 3단계 공기 정화 시스템은 공기 중 초미세먼지의 99.9%를 제거한다고 설명한다. 2019년 서울모터쇼에서는 넥쏘의 미세먼지 정화 시연과 함께 수소전기차 넥쏘에서 배출된 물로 가꾼 친환경 정원 '넥쏘가든'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넥쏘가 영국 당국으로부터 과대광고로 적발됐다. 


영국서 '공기 정화' 관련 넥쏘의 과대광고 중단 결정

영국 광고심의국(ASA)은 현대자동차 영국법인이 수소전기차 '넥쏘(Nexo)'가 공기 정화 효과와 관련해 과대광고를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9일 오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문제가 되는 광고는 'A car so beautifully clean, it purifies the air as it goes'라는 표현이었다. ASA의 판결문에서 현대차의 광고 내용이 전반적으로 환경 영향이 미미하며 공기 중 불순물이 남지 않도록 주행하면서 대기 중 불순물까지 제거한다는 의미로 소비자들이 이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 측은 ASA에 가스와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차내 공기 정화 시스템을 탑재한 차량을 표현한다고 주장했지만, 영국 당국은 다시는 광고를 게재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이유는 넥쏘가 내연기관으로 달리는 차량처럼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지만 브레이크와 타이어 마모 등으로 인해 미세먼지를 배출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판결은 전기와 수소전지로 움직이는 자동차 주행도 오염물질 배출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함을 상기시켜준다. 영국 정부의 대기 질 전문가 그룹은 브레이크와 타이어, 노면 마모로 인한 미세먼지 오염의 절반 이상이 도로 운송에서 발생한다고 말한다.

포인트경제 기자가 당일 영국법인 현대자동차 웹사이트를 접속해보니 문구가 삭제되었음을 확인했다.

현대자동차 영국법인 웹사이트 해당 광고 문구 수정 전(상단)과 후(하단) 갈무리 ⓒ포인트경제
현대자동차 영국법인 웹사이트 해당 광고 문구 수정 전(상단)과 후(하단) 갈무리 ⓒ포인트경제

친환경 위장 제품, 그린워싱

블룸버그통신은 "도로에서 가장 깨끗하다는 차들도 그린워싱(greenwashing)에 대한 비난을 면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그린워싱이란 '친환경으로 위장된 제품'이란 의미로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친환경이나 녹색 관련 표시나 광고를 통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를 말한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그린워싱의 7가지 유형은 ▲상충효과 감추기, ▲증거 불충분, ▲애매모호한 주장, ▲관련성 없는 주장, ▲거짓말, ▲유해상품 정당화, ▲부적절한 인증라벨로 구분된다. 한국소비자원은 녹색관련 표시 제품 중 46%가 허위 과장 광고이거나 뒷받침할만한 관련 성분과 수치에 관한 정보를 누락한 채 친환경관련 표시를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지원법'에 따르면 그린워싱은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단속은 미흡한 실정이다. 

내연기관 차량처럼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지만 타이어 마모로 인한 미세먼지 배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차량. 친환경이라 광고하는 넥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생각해 볼 문제다. 또한 아직까지 수소 생산 방식이 기본적으로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수소전기차를 친환경차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넥쏘와 타 수소전기차(승용차)와의 성능 비교 /이미지=현대자동차그룹 갈무리

현재 출시되어 있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무겁기 때문에 고하중을 견뎌내는 내구성이 필수적이어서 아리미드(aramid) 타이어를 주로 사용한다. 전략적으로 설계된 패턴에 의해 접지력이 우수하고 마모를 늦추는데 최적화하고 있다. 물론 진행형이다.

현대자동차 영국법인 웹사이트 갈무리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친환경적 자동차'는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함께 안전과 신뢰를 쌓아가야 할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아직은 부족하고 광고가 앞서나가고 있지만 말이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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