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함은 창의성을 촉진하는 기회
뇌에 자극이 없는 편안한 지루함이 적절히 필요
아이들에게 흥미는 독촉이나 강요로 만들 수 없어

사진=픽사베이

아이들의 방학이 다가온다.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이 일반화되면서 물리적인 공간에서 오는 의미는 과거보다 작더라도 방학이 주는 심리적 해방감은 분명히 있다. 그래서 뭐라도 시켜야 할 것 같은 부모들의 마음과는 다르게 아이들은 조금은 게으르고 약간은 지루한 것을 꿈꿀지도 모른다.

어릴 적 이솝우화나 동화에서는 근면 성실과 부지런함을 덕목으로 내포하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분명한 계획은 대단히 중요하고 반드시 실천으로 채워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빈틈과 약간의 지루함은 우리의 창의성을 촉진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서 센트럴 랭커셔 대학(University of Central Lancashire)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영국 심리학 박사 샌디 맨(Sandi Mann)과 리베카 캐드먼(Rebekah Cadman)은 첫 실험에서 80명의 참가자들에게 컵 두 개를 주고 창의적으로 사용해 보라는 요청을 했다. 다만 컵을 주기 전에 한 그룹(40명)에게는 전화번호부의 전화번호를 옮겨 적는 지루한 직업을 15분간 시킨 뒤였다. 그 결과 지루한 활동을 했던 그룹이 컵 사용에 대한 더 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세 그룹으로 나눠 대조군, 전화번호를 옮겨 적는 그룹, 전화번호를 읽는 그룹으로 나눴다. 실험 결과 가장 지루한 작업을 거친 '전화번호를 읽은 그룹'이 더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첫 번째 실험의 전화번호를 옮겨 적은 그룹보다도 더 점수가 높았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수동적인 지루함을 느끼는 상황에서 '공상 효과(daydreaming effect)'가 더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Why Boredom is Good For You' /유튜브(Veritasium) 영상 캡처

지난 2019년 학술지 '아카데미 오브 매니지먼트 디스커버리스(Academy of Management Discoveries)'에 발표된 논문 「지루한 것도 결국 나쁘지 않은 이유(Why Being Bored Might Not Be a Bad Thing after All)」에서도 유사한 실험 결과가 나온다.

101명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30분 동안 한 그룹은 '한 손으로 색이 다른 콩을 색깔별로 분류'하고, 다른 한 그룹은 '콩 외에도 종이·접착제를 주고 미술 작업'을 하도록 했다. 이후 아이디어 생성 작업, 이를테면 '중요한 회의에 지각했을 때 창의적인 변명', '산책 시 강아지 배변을 치우는 창의적 도구에 관한 아이디어' 등을 요구하고 아이디어의 독특함을 1에서 5까지 평가하는 과정을 거쳤다.

결과는 한 손으로 콩을 색깔별로 분류한 비교적 지루한 작업을 한 그룹의 참가자들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지루함이 개별 생산성을 높이고, 지적 호기심과 인지력 그리고 개방성 등을 증가시킨다고 해석했다.

이런 연구들이 지루함만을 추구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건 현대사회에서 불가능하다. 집중할 필요가 없는 상황도 충분히 중요하고 창의성과 아이디어는 그 순간에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휴식으로 떠올리기 쉬운 음악 감상, 명상, 스마트폰 사용과 같은 상황이 아니라 '목적 없는 산책', '멍 때리기', '그냥 하는 목욕'과 같이 뇌가 편안한 상황을 연습하고 즐기는 것이 일종의 방법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 찾을 시간이 필요하고 그건 독촉이나 강요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지루함, 오히려 그곳에 더 많은 기회가 숨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저명한 인문학자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는 지루함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입니다.(Our inability to deal with boredom is one of our greatest weaknesses.)"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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