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는 관중으로 인해 '사회적 촉진' 발휘
응원은 선수의 운동 수행능력과 적극성·공격성 유발 효과
일부 종목의 특정한 상황은 응원보다는 매너 필요

이달 23일 개최를 앞두고 있는 도쿄 올림픽의 관중 수용에 관한 세부사항이 아직도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경제적 손익을 배제하더라도 방역을 위한 부담과 책임, 스포츠 행사나 경기에서 관중이 갖는 중요성이 상충되다 보니 쉽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도쿄올림픽의 관중 입장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선수에게 관중은 어떤 의미일까?

심리학자들은 운동선수와 관중의 교차점에 '사회적 촉진(social facilitation)'이 결부되어 있다고 말한다. 사회적 촉진이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어 하는 현상이다. 그리고 관계적 존재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이 충동이 운동선수들에게는 실제로 생리적 변화와 효과까지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승부 전에 관중에게 선보이는 퍼포먼스, 구기 종목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세리머니, 육상 종목에서 박자를 위해 관중들로부터 유도하는 박수 등은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실제 손바닥에 땀이 나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와중에 집중력은 높아지는 느낌. 선수 출신들은 "에너지를 얻고 그것을 느낄 수 있다"라고 말하며, 어떤 경우에는 "야유 조차도 동기부여가 된다"라고 회상한다.

경기 중 세리모니를 하고 있는 선수들 /사진=뉴시스

실제로 지친 상태에서도 자주 응원을 받으면 운동 수행능력이 최대 7%까지 상승한다는 연구가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블룸스버그대 보건 체육학과에서 실시한 연구로, 28명(남성 12명, 여성 16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아무런 응원 없이 트레드밀을 통해 최대산소섭취량(VO2max)을 측정, 1주일 후에 대조군과 실험군으로 나뉘어 다시 측정을 실시했다.

두 번째 측정에서 처음 측정과 마찬가지로 응원이 없었던 대조군과 각각 20초, 60초, 180초 단위로 구두 응원을 받은 실험군을 구분해서 기록을 측정했고 테스트 값을 비교해봤다. 그 결과, 대조군과 180초마다 응원을 받은 그룹은 첫 번째 테스트와 큰 차이가 없었으나, 20초 및 60초마다 응원을 받은 그룹은 최대산소섭취량 뿐만이 아니라 운동 시간, 혈중 젖산 농도 등 전반적인 테스트 값이 상당히 올라간 결과를 얻었다.

20초 및 60초마다 응원을 받은 그룹은 최대산소섭취량 뿐만이 아니라 운동 시간, 혈중 젖산 농도 등 전반적인 테스트 값이 상당히 올라간 결과를 얻었다. /이미지=과학연구원 네트워크 '리서치게이트' 갈무리

아일랜드의 리머릭 대학의 연구에서는 구두 응원과 더불어 시각적 도구(깃발, 플래카드와 같은)를 활용한 응원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해봤다. 22명의 건강한 여성을 대상으로 일주일 간격을 두고 실시한 실험에서 응원을 받는 상황일 때 대퇴사두근과 햄스트링의 능력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결과를 얻었다.

응원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곳은 선수가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것이 홈경기다. 영국 노섬브리아 대학의 심리학자들은 19세 미만의 축구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홈경기에서 적극성·공격성과 밀접한 테스토스테론이 훨씬 많이 분비된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훈련과 원정 경기 전에는 평균 수준이었던 것이 홈경기 전에는 상대팀에 따라 40~67%까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증가했다.

홈 및 원정 경기와 중립 훈련 전 19명의 축구 선수 평균 테스토스테론 수치 / '테스토스테론, 홈경기 그리고 홈 어드벤티지(2003)' 리서치게이트 갈무리

물론 관중이 항상 좋은 경기력을 이끌어내는 것은 아니다. 골프·양궁·볼링 등에서 나오는 정중동의 순간이나 농구의 자유투·축구의 페널티킥과 같은 순간에 발생하는 응원을 빙자한 방해는 선수의 경기력 뿐만 아니라 경기 자체를 훼손시킨다. 다만 이것은 응원의 문제라기보다 매너의 문제다.

어쩌면 수치를 굳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인정하는 홈 어드벤티지라는 말은 계산이 필요 없는 진리로 공감되고 그 가운데 관중의 존재가 가장 크기 때문에. 잠시 잊고 있던 선수와 관중이 같이 호흡하며 뿜어내는 환상적인 순간들이 돌아오길 기다려본다.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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