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것은 통증과 열에 대한 감각.. 신체 반응도 그에 대한 현상
위궤양·담낭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심각한 매운 음식은 자제 필요
극도의 매운맛은 소화 과정에서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
통증 완화 효과·면역력 증가·당 섭취 자제 효과 기대

매운맛, 캡사이신 /사진=픽사베이 ⓒ포인트경제CG

'맵부심(매운 것을 참고 잘 먹는 것을 과시할 때 사용하는 언어)'이 흔한 요즘이다. 각종 챌린지는 수년 전부터 인기를 끌어왔고, 가학적이던 이미지는 재미와 놀이로 변해 받아들여지고 있는 매운맛이다. 그렇다면 매운맛, 캡사이신(capsaicin)은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용을 할까?

우리가 캡사이신을 섭취하게 되면 미뢰를 우회해서 바닐로이드 수용체(TRPV1, Transient Receptor Potential Vanilloid 1), 소위 캡사이신 수용체에 화학반응을 일으켜 뇌에 신호를 보낸다. 이때 우리 뇌는 매운 것에 대해 열과 통증으로 인식을 하고 반응을 한다. 결국, 매운 것은 맛이 아니라 통증과 열에 관련된 감각이다. 

고추를 먹으면 캡사이신 분자가 혀 표면에 있는 통증 수용체에 결합하고, 이 수용체가 매운맛의 신호를 뇌에 보낸다. 이 신호는 뉴런에 의해 전달되고 각 뉴런은 뇌 화학 물질을 방출한다. /이미지=미국화학학회 갈무리

캡사이신으로 인해 우리 뇌는 체온에 변화가 있다고 속는데 우리가 땀을 흘리고 호흡이 빨라지는 것이 그에 대한 반응이다. 그리고 그 정도가 심할수록 침, 점액, 눈물의 생성이 많아지는데 이는 매운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신체의 노력이라고 보면 된다. 이때 물을 마시면 오히려 열을 퍼뜨릴 수 있기 때문에 진정하기 위해서는 캡사이신을 용해시키는 방법으로 지방·오일·알코올이 포함된 음료를 마시는 게 효과적이다.

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도 지속시간이 오래가지 않는 것은 자극의 기반이 화학반응이기 때문이다. 캡사이신 분자가 중화돼서 수용체에 결합이 중단되면 자극도 마찬가지 줄어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열과 통증의 불편함으로 인해 소화기관에 화상이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도 있지만 보통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뉴욕의 위장병 학자인 데이비드 포퍼스(David Poppers) 박사는 "건강한 위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캡사이신만으로 만성 문제를 유발하지는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어떤 사람들에게는 적당한 양의 매운 음식이 소화불량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물론 기존에 위장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매운 음식이 일으키는 속쓰림과 불쾌감은 위궤양이나 담낭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 소화불량의 일종인 소아지방변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문제가 될 수 있으며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매운 것을 먹었을 때 딸꾹질이 나는 경험을 많이 해봤을 것이다. 매운 음식이 위장으로 내려가는 과정에서 횡격막의 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데 이때 횡격막의 비자발적 경련으로 딸꾹질이 발생하는 것이다. 위장으로 내려와 매운 것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통증과 경련을, 아주 매울 경우는 메스꺼움과 구토를 일으킬 수도 있지만 이 정도는 매우 과하게 매운 것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일반적이지는 않다.

위장에 도착한 캡사이신은 위 점액 생성을 자극해서 소화 속도를 빠르게 하는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동시에 신경을 자극해서 소장의 팽창과 수축을 촉진시켜 설사를 일으킬 수도 있다. 사실 매운맛의 심한 후유증이랄 수 있는 순간은 이 마지막 부분이다.

매운 음식을 섭취할 때 타는 느낌 못지않게 배변을 할 때 항문 주위에 화상을 일으키며 고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치질이나 항문 균열, 항문 상처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매운 음식의 효과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우선 매운 음식이 통증을 덜 느끼게 해준다는 견해다. 캡사이신이 통증을 신호로 전달하는 뇌 속의 ‘P 물질(substance P)'을 감소시켜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서 착안해서 캡사이신을 포함한 젤이나 크림, 패치 타입의 통증 억제제가 이미 나와있고 지속적인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통증 억제제인 다이악센크림(다림바이오텍), 유럽의 Qutenza 패치, Capzasin-HP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할라피뇨와 핫 소스 마니아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매운 음식이 면역체계를 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신념에서 시작됐다. 매운 향신료에 포함된 비타민 A와 E, 엄청난 비율의 비타민 C가 있어 건강과 면역력 확보에 매우 유익하다는 것인데 학계의 많은 전문가들도 동의하는 내용이다.

매운 음식을 먹을 경우 단것을 덜먹게 되어 건강에 이롭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영양사들은 매운맛을 섭취한 직후에 단것을 선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매운 음식을 자주 즐기는 사람의 경우 과도한 당 섭취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당뇨병이나 심장병, 구강건강 위험에서 비교적 유리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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