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문명부터 시작, 미용뿐만 아니라 종교·신분 등과도 관련
19세기 최초의 상업용 립스틱, 20세기 초 현재의 립스틱 형태 등장
다양한 립스틱의 효과와 경제학의 '립스틱 효과'
립스틱의 유해성은 고려하고 주의

립스틱 /사진=픽사베이 ⓒ포인트경제CG

립스틱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는 고대 문명의 발상지 수메르까지 올라간다. 역사학자들은 기원전 3000년경까지 올라가 수메르인들을 만나면 붉은색의 뭉개진 원석들로 입술과 얼굴을 장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이때 입술에 바르던 것을 립스틱의 시조라고 평가한다.

고대 이집트에서 화장을 하는 것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기도 하고 치유력이 있다고 믿는 분위기였다. 그 유명한 클레오파트라는 당시에도 딱정벌레와 개미를 부수고 갈아서 붉은색 립스틱을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의 립스틱은 납, 브로민, 요오드 등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고 색상을 구성하는 유독 물질들이 함유되어 있어 치유력과는 반대로 질병을 일으키거나 사망을 부르는 일도 많았다.

투탕카멘의 머리 모양을 본뜬 캐노피 컨테리너의 뚜껑. 이 유물은 기원전 14세기 이집트 젊은 파라오의 무덤에서 발견되었다. /ancient origins 갈무리

동양에서는 고대 중국의 문화와 일본의 게이샤 문화에서 립스틱의 도입과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고대 중국에서의 립스틱은 종교 의식에서 사용되다가 점차 미용목적으로 변화되었는데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사용한 것이 특징적이다. 원료는 동물의 혈액이나 광물, 식물의 즙에서 얻었는데 당시 적색 안료를 구성하는 황화수은은 당연히 유독성 물질이다.

가무와 손님 접대에 정통했던 게이샤는 특유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하얀 얼굴과 새빨간 립스틱을 사용했다. 이때 립스틱은 타르와 밀랍을 섞은 것으로 걸쭉한 혼합물의 형태를 띠었다.

최초의 상업용 립스틱은 1884년 프랑스 회사 겔랑(Guerlain)이 선보였다. 사슴 수지, 피마자유, 밀랍으로 만들어진 이 립스틱은 실크 종이에 싸여서 출시되었다. 한때 립스틱을 일컫는 표현으로 쓰였던 루주(rouge)는 프랑스어로 '붉은색'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립스틱을 떠올리는 형태인 슬라이딩 튜브는 미국의 발명가 모리스 레비(Maurice Levy)가 1915년에 선보였다. 처음에는 회전 막대기를 이용하는 방식이었으나, 이후에 슬라이드와 트위스트 기술을 넣어 지금의 립스틱 튜브의 시초가 되었다.

모리스 레비 초창기 립스틱 사진(1915년) /phaidon 갈무리

립스틱은 여성의 자신감으로 표현되곤 한다. 수없이 많은 종류의 색상이 있지만 대부분 여성들은 자신의 정체성이나 성격을 고려한 몇 가지의 색을 주로 사용하며 자신을 표현한다. 그리고 환경과 상황에 맞는 립스틱 선택으로 신뢰감 형성과 적절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는 효과와 자신의 패션에 정점을 찍는대서 립스틱은 탁월한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이는 스스로에게 큰 힘으로 작용한다.

한편, 영국의 맨체스터 대학(University of Manchester)의 빨간색 립스틱에 대한 실험은 흥미롭다. 남성 50명의 안구 움직임을 모니터링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빨간 립스틱의 여성을 응시하는 데는 평균 7.3초, 핑크 입술의 여성에게는 6.7초를 할애했다. 그런데 립스틱을 바르지 않은 맨입술의 여성을 응시하는 데는 2.2초만 소요되었다. 이전 연구결과였던 빨간 립스틱을 바른 종업원이 다른 색을 바른 혹은 립스틱을 바르지 않은 종업원보다 더 많은 팁을 받았다는 사실과 더불어 빨간색 립스틱이 여성을 매력적으로 보이는데 효과적이라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립스틱은 경기 상황을 파악하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경기 불황기에 소박한 사치품의 판매량이 증가하는 현상을 표현하는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는 미국 대공황 시절을 배경에 둘만큼 오래된 경제학 용어다. 코로나19 시대 마스크의 생활화로 립스틱을 필두로 한 화장품 매출의 급락이 나타나고, 백신 접종률의 증가와 함께 다시 회복세를 보이는 모습도 이색적인 부분이다.

립스틱 효과 /The Daily Omnivore 갈무리

화장의 용도 외에도 립스틱은 자외선 차단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입술을 보호하기도 하고, 수분 공급을 돕는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하지만 립스틱의 유해성 역시 주의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보통 여성이 평생 동안 립스틱에 지출하는 금액은 1780달러(약 205만 원), 사용하는 립스틱의 양은 9파운드(약 4kg)라고 본다. 미국 버클리대학(UC Berkeley)의 과학자들에 따르면 립스틱 사용자는 하루에 약 24mg의 제품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입으로 들어가는 만큼 립스틱 성분에 대한 이해와 선택이 중요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립스틱에 존재하는 납과 카드뮴은 대표적인 중금속으로 심장과 뇌, 신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체내에 납이 과도하게 축적될 경우 고혈압·관상동맥성 심질환·심박변이를 일으킬 수 있고, 납중독은 뇌전증·의식 상실과 같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카드뮴은 신부전증의 위험을 높인다.

립스틱에 함유될 수 있는 중금속, 알루미늄·크로미늄·망간·카드뮴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우리 세계의 과학:확실성과 논쟁(SC200) 갈무리

인증받은 립스틱은 어느 정도 괜찮겠지만 허용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부제를 함유한 저가 립스틱은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방부제로 인한 피부 자극 같은 경미한 부작용이 흔하게 발생할 뿐만 아니라 파라벤과 같은 방부제들은 유방암을 비롯한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혹시, 어린이가 립스틱을 먹거나 삼키게 되면 독성 효과로 설사나 구토를 할 수 있으므로 바로 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다.

립스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과학자들은 립스틱을 바르는 횟수를 하루에 2회 안팎으로 하는 것을 권유한다. 결국 립스틱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주의하고, 바르는 횟수를 조절하며, 아이들의 손에서 떨어뜨려놓는 것이 바람직한 립스틱 사용이라 설명한다.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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