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골을 가열해서 생기는 결정체를 간직하는 보석장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 저변이 확대되는 중
유골의 결로 현상·부패·해충 문제가 없으며 보관과 이동 용이

사랑하는 사람이나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일은 언제나 힘들다. 당장의 슬픔도 크지만 그 여운도 짧지 않아 아픔을 극복하는 나름의 방법들을 찾게 된다. 그 감정과 과정은 자연스럽게 장례문화에 반영이 되고 이제 우리는 선택을 하는 시대에 왔다. '보석장(葬)'도 그리운 대상을 추억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생물은 유기물이고 탄소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결정체가 된다. 여기서 착안해서 분골을 높은 온도로 가열해서 다양한 형태로 기념 및 보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보석장이다. 돌이나 보석 원석과 같은 모습으로 보관하는 방법에서부터 펜던트, 구슬, 목걸이, 반지와 같은 액세서리의 형태까지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떠나간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메모리얼 스톤', '루세떼'와 같은 형태가 보편화되고 있다. 화장을 마친 분골을 고압 가열해서 결정으로 나온 것을 모은 것이 스톤이라면, 특정 공법을 통해 보석화 과정을 거치는 것을 루세떼라고 이해하면 된다. 간혹 순수 유골분이 아닌 화학첨가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업체 간의 경쟁과 신경전도 존재한다.

(상단) 주식회사 스페라레의 'THE 고마워' 순수유골분 스톤 로제, (하단) 반려동물 장례식장' 21그램'의 루세떼 공정 갈무리

사람에 대한 보석장도 그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분골을 1600℃ 이상으로 가열하면 녹게 되고 상온으로 다시 배출될 경우 굳어 결정체가 되는데, 이를 '유골보석'으로 보관하게 되는 것이다. 독특한 것은 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유골보석의 색은 똑같지만 사람들마다 다 다른 색을 띤다는 것이다.

(주)천옥의 유골보석 갈무리

해외에서도 'Cremation Jewelry(화장 보석)', 'Memorial jewelry(기념 보석)'의 명칭으로 불리며 다양한 형태로 정착되고 있다. 2019년에 설립된 '파팅 스톤(Parting Stone)'이라는 업체는 화장된 재를 다양한 색상의 매끄러운 돌로 바꿔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람은 695달러(약 80만 원), 개는 345달러(약 39만 원), 고양이는 295달러(약 34만 원)의 서비스로 올해 매출 1000억 원을 넘어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

사람을 위한 응고된 유해 /파팅 스톤(partingstone, 크로니클 화장 디자인 LLC)갈무리

'에테르네바(eterneva)'라는 업체는 사람의 재 또는 머리카락을 다이아몬드로 바꿔주는 서비스를 2999달러(약 343만 원)에 제공하고 있다. 북미 화장 협회(Cremation Association of North America)는 2030년이면 화장률이 73%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들 산업의 성장성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그들만의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에 색상을 선택할 수 있고, 그들의 이름을 새길 수 있다 /에테르네바(eterneva) 갈무리
그들만의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에 색상을 선택할 수 있고, 그들의 이름을 새길 수 있다 /에테르네바(eterneva) 갈무리

보석장은 유골의 취약점인 결로 현상이나 부패, 해충의 문제가 없다는 게 장점이다. 또한 보관과 이동이 용이하고 곁에 함께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이유들로 몇 년 전부터 중국에서도 친환경 장례의 하나로 수목장, 해양장과 함께 보석장이 주목 및 권장되고 있다.

장례문화는 우리 사회에서 인식의 벽이 꽤 높은 분야다. 어떤 사람은 분골을 다시 한번 태운다는데 거리낌을 느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함께 있다는 느낌 못지않게 미묘한 꺼림칙함을 느낄 수도 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보석장은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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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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