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 인경책 1270권 전권 포쇄 123년 만에 진행 예정 
팔만대장경과 인경책이 보관된 장경판전은 과학적 설계의 좋은 예
나무와 종이에 치명적인 화재·습기를 피하고 햇빛·환기·온도·배수 관리 고려

해인사 팔만대장경 인경책 포쇄 행사 전경/사진=해인사

오는 14일(토) 대한불교조계종 해인사에서는 팔만대장경 ‘인경(印經)책’ 1270권에 대한 '포쇄(曝曬) 행사'를 진행한다. 인경책은 팔만대장경을 종이에 찍은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고, 포쇄는 책이나 옷에 있는 습기를 햇볕과 바람에 말리는 건조 행위를 말한다.

폭서(曝書)라고도 하는 포쇄를 통해 부식과 해충의 피해를 막고 온전한 상태로 서적을 보관해온 것은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문화다. 기록에 따르면 주요 기록물(조선왕조실록, 의궤 등)에 대해 3년~5년에 한 번씩 포쇄를 했다고 전해지는데, 이번에 인경책 전체를 한 번에 포쇄하는 것은 123년 만에 처음이다.

이렇게 고서의 보존을 위해 포쇄를 중요 행사로 정기적으로 한다면 평소의 보관은 어떨까. 팔만대장경과 인경책이 보관되어 있는 장경판전(藏經板殿)을 살펴보면 놀라움을 느낄 수 있다.

장경판전이 자리하고 있는 대적광전 /사진=해인사

건물 자체가 국보(52호)인 장경판전은 조선 전기(13세기)에 만들어졌으며, 남쪽 건물 수다라장(修多羅藏)과 북쪽 건물 법보전(法寶殿)으로 이뤄져 있다. 화재를 피하기 위해 다른 건물들과 거리를 두고 주변 건물보다 높은 곳에 지었으며, 건물을 둘러 담장을 설치해서 수차례의 화재위험을 피했다.

세 개의 계곡이 있는 가야산 중턱에 위치해 있어 서남향 방향으로 건물을 지었는데, 이는 습기를 머금은 동남풍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풍부한 일조량이 확보되는 자리로 겨울철에도 하루 평균 7시간 이상 햇빛에 노출되고 장경판 전체를 비출 수 있는 장소에 위치해있다. 습기를 피하고 햇빛을 확보함으로써 목판과 서적을 보관하는데 최적의 장소로 터를 선정한 것이다.

장경판전의 구조 또한 대단히 과학적이다. 적절한 환기와 건물 안 공기의 흐름에 밀접한 창문을 크기를 다르게 배치해서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건물의 앞면은 윗창이 작고 아랫창을 크게, 뒷면은 윗창이 크고 아랫창을 작게해서 '굴뚝효과'를 유도한 것으로 공기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건물 내부의 온도차를 줄여서 나무와 종이의 원형을 유지하는데 적합하게 했다.

해인사 장경판전의 전면과 후면 /한국문화재재단 문화재청 해리티지채널 '해인사 2부, 대장경 팔백년의 비밀, 해인사 장경판전' 영상 캡처
해인사 장경판전 (서로 크기를 달리한 창을 마주보게 해 공기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건물 내부의 온도차를 줄여나가는 역할을 했다.) /한국문화재재단 문화재청 해리티지채널 영상 캡처

판전의 내부는 흙바닥으로 되어있는데 습기에 민감한 나무와 종이 재질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배수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바닥 아래의 지층구조를 3개로 나누어 소금을 채운 층, 숯을 채운 층, 모래·횟가루·찰흙을 섞어서 채운 층으로 구성해서 침수와 습기의 피해를 없앴다.

해인사 장경판전 내부 바닥 /한국문화재재단 문화재청 해리티지채널 영상 캡처

이런 치밀한 내용들은 선조들의 과학적인 지혜와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으로 지금까지 우리가 온전한 팔만대장경과 인경책을 볼 수 있는 배경이다. 장경판전은 풍수지리와 습도, 풍향 등을 과학적으로 조절하는 건축물의 가치를 인정받아 1995년 12월에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기도 했다.

해인사 장경판전 /한국문화재재단 문화재청 해리티지채널 영상 캡처

한편, 이번에 진행되는 '팔만대장경 인경책 포쇄 행사'와 '칠석다례'는 온·오프라인 동시에 진행된다. 행사에 관한 세부사항은 해인사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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