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은 스포츠계에서 주로 사용하던 표현
대회전 일정 기간 훈련 강도를 줄이고 충전 기간을 갖는 방식
육상 선수 에밀 자토펙이 주요 사례로 '자토펙 효과(현상)'로 불리기도

사이클링 /사진=프리픽

연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tapering, 자산 매입 축소)' 소식이 주요 경제뉴스로 부각되고 있다. 테이퍼링은 '점점 가늘어지다', '끝이 뾰족해지다'라는 원래 뜻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서는 양적완화 정책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의미로 출구전략을 일컫는 표현으로 쓰인다. 2013년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벤 버냉키(Ben Bernanke) 의장이 연방의회에서 사용하면서 일반화되었다.

그런데 사실 이 표현은 스포츠, 그것도 극한의 인내력과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마라톤이나 사이클링, 철인 3종 경기와 같은 종목의 훈련 전략으로 주로 사용되어 왔다. 경기를 앞두고 고강도의 훈련을 하다가 경기 일정의 1~2주 전부터는 점진적으로 훈련 강도를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훈련법으로, 강한 훈련으로 지친 근육에 휴식을 부여하고 경기에 사용할 에너지인 글리코겐(glycogen)을 최대 수준으로 합성해서 경기 당일 최상의 운동 수행능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것이다.

테이퍼링을 포함한 훈련과 그렇지 않은 훈련에 대한 훈련량, 누적된 피로, 골격근 글리코겐 함량 /리서치게이트 갈무리

여기에는 심리적 압박감을 개선하고 긴장을 완화시키는 부가적인 효과도 포함된다. 적당한 긴장감은 유지해야 하지만 심신이 함께 피로한 상태라면 성과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완화시키고 경기에 대한 이미지트레이닝 기간을 부여함으로써 상황에 적응하는 시간을 갖는 효과도 추구하는 것이다.

테이퍼링의 시작은 흥미롭다. 1948년 런던올림픽 5000m 은메달·1만 m 금메달, 1952년 헬싱키올림픽 5000m·1만 m·마라톤 3관왕에 빛나는 '인간 기관차' 에밀 자토펙(Emil Zatopek)의 일화가 그 시작이다.

1950년 유럽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있던 자토펙은 무리한 훈련으로 인해 대회 2주 전에 입원을 하게 됐고 대회 시작 이틀 전에 퇴원을 했다. 경기에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5000m와 1만 m에서 우승을 하는 쾌거를 얻었는데, 입원 기간이 완벽한 휴식이 되어 오히려 효과를 일으킨 것으로 분석됐다. 그래서 테이퍼링을 '자토펙 효과(zatopek effect)' 또는 '자토펙현상(zatopek phenomenon)'이라도 부르기도 한다.

이후에 관련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테이퍼링은 발전해 왔고 선수들에게 적용되고 있다. '스포츠와 운동의 의학 및 과학(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ercise)' 저널에서는 마라톤이나 이와 유사한 강도 높은 지구력 운동에서 2주간의 테이퍼링 기간을 계획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싣기도 했다. 첫 주에는 훈련하던 주행 거리의 40%를 줄이고, 두 번째 주에는 60%를 줄이는 것이 경기 당일 최고의 성과를 낸다는 연구결과를 얻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테이퍼 지속 시간이 성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용량-반응 곡선 /이미지=미국 스포츠 의학 대학 '테이퍼링이 성능에 미치는 영향'

한편, 에밀 자토펙은 1930년대 고안된 '인터벌 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을 증명해낸 인물로도 유명하다. 인터벌 트레이닝은 달리는 구간을 나누어 달리되 중간에 쉬는 시간에 가벼운 움직임을 넣거나 충분히 쉬지 않는 불안정한 휴식을 취하는 훈련법으로, 중장거리 선수들의 지구력을 향상시키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지만 그만큼 괴로운 것으로 유명하다. 19세가 되어서야 정식으로 육상을 시작한 에밀 자토펙, 그의 성공에는 이런 노력도 숨어있었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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