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은 기능성과 함께 요리사의 의도를 내포
메뉴의 특성, 식당의 철학, 예술성 표현 등 다양한 선택 기준
샐러드를 담은 모양새에 따라 3배의 지불의사금액 차이가 나기도

음식은 입으로만 맛보는 것이 아니라고들 한다. 실제로 코로 느끼는 향과 눈으로 즐기는 모양과 색, 그날의 분위기와 흐르는 소리 등 식사를 하면서 영향을 받는 부분은 다양하다. 그래서 음식을 얘기할 때 그릇도 빼놓을 수가 없다.

요리사에게 그릇은 어떤 의미일까? 일본 요리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일본과 한국에서 활동한 요리사 A씨(42세)는 그릇 선택에 관한 의도와 실용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그릇의 광택과 질감으로 부드러움과 거침을 표현하고, 색으로 차가움과 따뜻함의 느낌을 의도한다."라고 기본적인 방식을 소개하며 "당연히 요리 재료를 중심으로 그릇과 메뉴 배치를 한다. 예를 들어 나무 그릇의 경우 계절감을 주기 좋지만 회 같은 음식과는 느낌과 위생을 고려하면 쉽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필요에 따라 신선도를 위해서 무갱이나 나뭇잎을 바닥에 깔아서 사용을 한다. 복어와 같은 얇은 회 같은 경우는 생선 살 너머로 비치는 자기 그릇의 그림을 즐길 수 있게 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라고 말한다.

A씨 일본에서 활동하던 시절 플레이팅 ⓒ포인트경제
요리사 A씨가 일본에서 활동하던 시절 플레이팅 ⓒ포인트경제

메뉴의 특성에 따라 특별히 주의하는 사례로 A씨는 "스팀 요리의 경우 수분의 유지, 튀김요리는 기름의 흡수성이 그릇에 요구된다. 그리고 손님에게 전달될 때까지 요리가 모양을 지킬수 있는 고정력을 고려해서 그릇을 선택한다."라고 꼽기도. 이 외에도 고객이 식사하기 편한 요리의 높이, 스포이트 소스와 같은 이색적 재미 등과 같은 것도 그릇 선택에 고려 대상이라고 언급했다.

우리가 흔히 가는 일반 식당에서도 메뉴와 그릇의 교과서적인 맞춤을 볼 수 있다. 냉면의 시원함을 부각시켜주는 스테인리스·놋쇠 그릇, 비빔밥의 맛과 운치를 살려주는 돌솥, 뜨끈한 국물을 지켜주는 뚝배기 등과 같은 예는 미적인 부분과 기능성을 모두 만족하는 그릇 선택이다. 생각해 보면 비록 반찬이지만 횟집에서 나오는 콘치즈조차 주물 팬이 아닌 곳에 나온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왼쪽 상단부터) 냉면, 돌솥밥, 뚝배기, 한국식 콘치즈 등은 열전도율을 고려한 그릇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사진=픽사베이, 한국 요리법 'Maangchi' 갈무리

유수의 레스토랑은 사용하는 그릇에 철학을 담기도 한다. 할머니가 해주는 음식을 표방하는 곳일 경우 인테리어 못지않게 접시와 식기가 그 분위기를 살려주도록 배치하고, 예술성을 강조하는 레스토랑에서는 캔버스의 일종으로 생각해서 흰색 접시를 선호한다. 공통적인 것은 만들어진 음식을 가능한 한 빨리 옮겨 풍미를 유지한 채로 서비스를 하기 위한 최적의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음식이 어떻게 보이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옥스퍼드 대학의 실험심리학자 찰스 스펜스(Charles Spence) 교수는 참가자 60명을 대상으로 3개의 샐러드를 이용한 실험을 한 바 있다. 똑같은 재료를 사용한 샐러드를 그냥 담은 것과 깔끔하게 배열해서 담은 것, 바실리 칸딘스키의 추상 회화와 같이 플레이팅 한 것으로 나눠 제공했다. 결과는 회화와 같이 플레이팅한 샐러드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는데, 다른 샐러드에 비해 29%나 더 맛있다고 느꼈고 가격에 있어서도 그냥 담은 샐러드에 비해 3배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칸딘스키의 맛이 나는 샐러드. Kandinsky의 그림 중 하나로 배열된 실험적인 접시
뜨거운 추상미술의 대표적인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Kandinsky) 작품의 느낌을 담은 샐러드의 그림 중 하나로 배열된 실험적인 접시/ 사진='Plating manifesto (II): The art and science of plating' 갈무리

정식 통계를 알 수는 없지만 SNS에서 가장 많은 사진은 음식 사진이 아닐까 싶은 시대다. 소박한 행복이나 기분전환에서 음식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고, 적절한 그릇을 기반으로 한 멋진 플레이팅은 음식의 맛 못지않게 중요하다. 유명한 식당일수록 식사 전 음식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음식의 모양과 담음새는 이미 아주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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