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풋살장 잔디는 인조잔디, 천연잔디, 하이브리드 잔디로 구분
하이브리드 잔디, 높은 천연잔디 비율에 인조잔디를 섞은 것
그라운드 관리 용이성과 선수들의 부상과 피로도를 예방하는 장점으로 대세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영상 캡처

요즘 한 방송사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골 때리는 그녀들'이 있다. 다양한 영역의 여성 방송인들이 팀을 이뤄 풋살경기를 펼치는 내용으로 실력을 떠나 진심을 다해 임하는 태도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낸다. 그런데 그들이 뛰고 구르고 울고 웃는 풋살장, 그리고 축구장의 푸르른 잔디는 과연 진짜일까?

축구장이나 풋살장에 쓰이는 잔디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인조잔디(Artificial Turf), 천연잔디(Natural Grass), 하이브리드 잔디(Hybrid Turf)가 그것으로 하이브리드 잔디는 인조잔디와 천연잔디를 섞어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INTEGRAL® TURF LTD 갈무리
인조 잔디(왼쪽)와 천연 잔디(오른쪽) /INTEGRAL® TURF LTD 갈무리

합성섬유로 만드는 인조잔디는 천연 잔디에 비해 가격이 싸고 관리가 쉽다. 그리고 부상의 위험을 어느 정도 낮춰주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천연잔디에 비해 충격 흡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무릎이나 발목과 같은 부위에 피로도를 높인다. 

또한 인조 잔디의 고무 부스러기에 포함된 독성 화학 물질로 인해 건강 위험 우려가 있다는 게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고, 인조 잔디의 온실가스 생산은 환경 문제로도 지적된다. 깔아서 설치하는 만큼 필연적으로 잔디 바닥 재질이 딱딱한 것도 지적되는 부분인데 이런 단점들을 보완하는 것이 최근 업계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다.

sispitches
인조 잔디 제조 과정 /SISPitches 갈무리

천연잔디는 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며 경기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발생 기원지와 생육형에 따라 난지형 잔디와 한지형 잔디로 분류가 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난지형 잔디가 유리한 환경이지만 프로 축구 경기장에는 한지형 잔디(켄터키 블루그래스)를 사용한다. 문수경기장과 전주 월드컵 경기장이 대표적으로, 이 같은 선택의 배경에는 난지형 잔디에 속하는 한국잔디보다 켄터키 블루그래스가 생육기간과 녹색 기간이 길고 질감이 우수해서 경기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잔디는 볼이 튀거나 구르는데 밀접한 관련이 있어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잔디를 주기적으로 깎되 잎 높이를 유지하고 계절별 광합성량 등을 고려해서 생육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병충해 관리·관수 작업·덧 파종 등 식물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관리가 병행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은 국내 최초로 하이브리드 잔디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의 기후환경 변화로 한지형 잔디의 관리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고 보수 비용도 상당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최초에 적용되던 하이브리드 잔디는 천연잔디 80%와 인조잔디 20%의 비율이었지만 최근에는 천연잔디 비율이 훨씬 높아지는 추세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의 경우 천연잔디 95%와 인조잔디 5% 비율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해외 명문 구단들은 물론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펼쳐졌던 모든 구장들이 하이브리드 잔디를 사용하고 있다. 천연잔디 사이에 인조잔디를 기둥처럼 박아놓으면 천연잔디의 결속력이 강화돼서 그라운드가 파지는 걸 상당 부분 막아주고 복원력도 높아진다. 하이브리드 잔디는 천연잔디보다 그라운드 표면이 균일한 형태를 띠기도 하는데 선수들의 부상 확률과 피로도를 줄여주는 효과도 가져온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을 위한 경기장 루즈니키 스타디움(Luzhniki Stadium)에 2016년 하이브리드 잔디를 적용하고 있는 모습 /The Institution of Engineering and Technology 갈무리
(하단)2018년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경기장 루즈니키 스타디움(Luzhniki Stadium), (상단)2016년에 하이브리드 잔디를 적용하고 있는 모습 /The Institution of Engineering and Technology(IET) 갈무리

원정 경기를 가거나 국제경기에 참가하게 되면 잔디 적응훈련이 필요하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우리나라에는 드문 하이브리드 잔디에 대한 적응훈련도 있지만 천연잔디 종류와 관리의 방식에 대한 대응도 있다. 실제로 지난 도쿄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경우 훈련 기간 동안 감독의 요청으로 파주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의 그라운드 잔디를 평소보다 짧게 깎고 스프링클러 작동은 늘렸다.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잔디와 많은 수분을 가지고 있는 일본 축구장을 고려해 미끄럽고 공이 빠른 특성에 익숙해지기 위한 대책이었다. 이렇게 승부의 관건은 잔디에도 숨어있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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