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테로사이클릭아민(HCAs)과 다환방향족 탄화수소(PAHs)
고기 구울 때 PAHs 수치...조리되지 않은 음식의 130~13000배
급식실 노동자 요구...지하·반지하 조리실 폐쇄, 환기실태조사·개선, 특수건강진단 등
찌기·끓이기 등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의 조리법 택해야

주방 /사진=픽사베이

우리는 매일 나를 포함한 가족을 위한 음식을 준비한다. 굽거나 튀기는 음식을 조리할 때 환기구를 작동하거나 창문을 여는 것은 조리 연기가 보통 우리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가정뿐만 아니라 대량의 음식을 조리하는 급식실은 특히 환기가 중요한데 최근 학교 급식실에서 19년여간 근무하다 폐암에 걸린 조리실무사가 역학조사 없이 80일 만에 산재 승인을 받은 가운데 조리 작업환경의 위험이 재조명되고 있다.

가스로 요리하면 폐암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는 10년 전에도 있었는데,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비흡연자인 대만의 여성들이 식용유를 이용한 음식을 요리하는 습관이 폐암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제공한 연구도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고기 등의 조리 시 나오는 연기가 인간에게 미칠 수 있는 유해한 영향에 관한 연구 문헌은 계속 생성되었다.

고기를 굽거나, 고온 튀김 조리 시 생기는 연기는 이미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암까지 일으킨다는 조리 시 연기 속에는 어떤 물질이 들어있을까?

HCAs와 PAHs

미국 뉴욕대학교 의과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적색육과 가공육을 굽거나 튀길 때의 발암성에 대한 메커니즘은 다양한데, 이중 ▲헤테로사이클릭아민(Heterocyclic amines, HCAs), ▲다환방향족(多環芳香族) 탄화수소(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 PAHs)라는 화합물이 있다.

바베큐와 같은 고기를 굽는 조리 시 HCAs가 발생한다. /사진=픽사베이

HCAs는 하나 이상의 헤테로사이클릭 고리를 가진 유기 분자다. 150℃ 이상의 고온에서 특정 아미노산으로 크레아틴을 열분해하여 조리된 고기에서 형성되는 돌연변이원 또는 DNA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니아신(비타민 B3), 니코틴, 핵염기가 있다.

둘 이상의 방향 고리를 형성하는 탄화수소인 PAHs도 유리 물질의 불완전 연소하는 동안 고온에서 형성된다. 일반적으로 화석 연료, 쓰레기, 담배 및 목재가 불완전 연소하는 동안 연기에서 발견될 수 있다. 조리 중에 고기 표면에 부착된 PAHs는 우리 입 속으로도 들어간다. 고기를 구울 때 PAHs 수치는 조리되지 않은 음식의 130~13000배에 달할 수 있다.

PAHs는 화석연료가 불완전하게 연소하는 경우에 생겨나는 성질이 비슷한 20종류 이상의 발암성 물질을 총칭한다.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벤조피렌이 이 PAHs에 속하며, 15개의 다른 PAHs는 발암 가능성으로 분류된다.

산업용 공기 중 PAHs에 노출된 근로자가 폐암, 피부 및 방광암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은 이미 20여 년 전 프랑스 리옹 국제암연구소의 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다. 디젤 배기가스, 철강 주조 공장, 화석연료 처리, 도로 포장, 굴뚝 청소 및 카본 블랙 생산에 노출된 근로자가 가장 취약하다.

PAHs에 대한 설명 /이미지=오리건 주립 대학교 갈무리

HCA 및 PAH 등이 발견되는 이러한 조리 시 연기, ‘흄(fume, 연기)’은 공기 중에 부엌 벽과 선풍기와 같은 인접한 표면에 침착되어 궁극적으로 실내 공기 질과 이를 흡입하는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1994년 초부터 연구자들은 육류 조리 시 발생하는 공기 중 발암물질에 대한 우려해왔는데 실내에서 고기를 요리하는 사람이 야외에서 고기를 요리하는 사람에 비해 폐에 축적되는 발암성 입자의 양이 10배 증가할 수 있다고 한다. PAH에 단기간 노출은 관상동맥질환자의 천식이나 혈전증에서 폐 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 피부 자극과 염증을 유발하거나 용혈성 빈혈이 생길 수 있다.

폴란드 임산부 432명 대상 사전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구운 고기로부터 공기 중 PAHs에 노출된 사람들은 출생 시 체중·머리 둘레·키 감소와 관련이 있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발암물질의 발생을 줄이는 방법은 튀기거나 직화로 굽는 높은 온도의 조리법을 피하고 찌기·끓이기 등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의 조리법을 택하는 것이다. 조리 시간은 가능한 짧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리 고기를 살짝 익혀 요리를 하거나 고기가 숯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발암물질 발생을 줄이는 방법이다. 

 27일 오전 제주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급식실 노동자에 대한 건강진단 실시와 조리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사진=뉴시스

한편, 전국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은 지난 5월, 17개 시도교육청 앞에서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고 유해한 조리실 노동환경 개선과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그 주요 내용은 지하나 반지하의 조리실을 폐쇄하고 환기 실태 전수조사와 개선, 튀김 전류 식단 최소화, 가스레인지 오븐·인덕션으로 교체, 독성 약물 이용한 청소노동 중단, 후드 청소 전문업체 위탁 등이다. 또한 노동자 건강관리를 위해 사업주가 비용을 부담해 실시하는 건강진단도 포함되었다.

지난 7일 울산시교육청은 전담팀을 구성해 지하나 반지하 급식실 환기실태를 집중 점검에 나섰으며, 지난 24일 직업성·환경성암119는 아직도 학교 급식실 관련 17명이 폐암 산재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포스코 19명을 포함한 이들에게 직업성암 추정의 원칙을 확대 적용해 신속히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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