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쓰담달리기(플로깅)
해변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해변 정화(비치코밍)
개인의 건강과 정신적 성숙, 환경보호 효과.. 다양한 조직 및 모임에서 유행 중
누구나 할 수 있는 시작이자 경각심 확산 등 긍정적 효과 기대

사진=프리픽 teksomolika
사진=프리픽 teksomolika

배우 김혜수가 친구들과 놀러 간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SNS에 올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배우 이시영은 등산과 함께 쓰레기를 줍고 오는 모습을 게재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5월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전북 부안 편'에서는 기상미션으로 팀을 나눠 코스별로 쓰레기 줍기를 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쓰레기를 줍는 행위에 대한 용어가 꽤 다양하다. 먼저, 쓰레기를 주우면서 달린다는 의미의 ‘플로깅(plogging)’은 이삭줍기를 뜻하는 스웨덴어 '플로카 업(plocka upp)'과 영어 'jogging(조깅)'의 합성어다.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2016년 스웨덴을 시작으로 북유럽을 지나 전 세계로 퍼져나간 플로깅은 일종의 모태가 된 캠페인으로 형태나 장소에 따라 용어가 새로 추가되는 모습을 보인다.

플로깅은 우리나라에서는 '줍깅'으로 통용(1박 2일에서도 '줍깅챌린지'로 표현) 되는데 이미 2019년에 국립국어원에서 대체 표현으로 '쓰담달리기'를 선정한 바 있다. 이 밖에 바닷속에서 수영과 잠수를 통해 쓰레기를 줍는 것은 '스윔픽(swimpick)', 해변의 쓰레기를 줍는 것은 '비치코밍(beachcombing)'이라고 표현한다. 비치코밍 역시 지난 7월 국립국어원에서 '해변 정화'를 대체어로 선정했다.

용어는 다양하지만 자신과 지구를 위한 일이자 선한 영향력이 발휘된다는 것은 동일하다. 일단 플로깅은 조깅을 기반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운동효과가 부각된다. 유산소 운동인 달리기와 함께 쓰레기를 줍기 위한 구부리는 동작의 반복으로 무산소 운동 효과까지 더해져 복합 운동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30분 운동량을 기준으로 조깅이 270kcal가 소모된다면 플로깅은 330kcal가 소모된다는 추정도 있다. 여기에 보람을 포함하면 만족도는 더욱 올라간다.

스웨덴 앱 Lifesum 화면-조깅과 플로깅의 칼로리 소모 비교 /이미지=myfitnesspal 갈무리

신체적인 건강과 정신적 성숙, 여기에 환경 보호가 어우러지는 활동이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조직, 기업, 친목모임 등을 통해서 캠페인을 소개하고 행사에 적용하거나 정기적인 활동으로 장려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플로깅' 검색 결과화면 /구글 검색

올해 5~6월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주관한 '제주줍깅'은 주목할 만한 사례다. 제주 해안의 쓰레기를 줍는 행사를 통해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실상을 모니터링한다는 취지로 기획되었는데 결과가 흥미롭다. 5월 29일 알작지해변, 6월 12일 김녕해수욕장, 6월 26일 곽지 한담해변을 대상으로 총 3회가 진행된 행사에서 약 332kg(3864개)의 해안 쓰레기를 수거했는데,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해안 쓰레기는 담배꽁초였다.

2021 제주줍깅 조사결과 /이미지=제주환경운동연합

전체 쓰레기의 34%에 해당되는 담배꽁초에 이어 플라스틱 파편류 19%, 밧줄과 같은 끈류가 11%로 뒤를 이었다. 담배꽁초와 플라스틱 파편류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미세 플라스틱 문제와 밀접하고, 밧줄과 같은 끈류 역시 해양 동물의 폐사와 선박 관련 안전사고의 주요 원인이다.

실제 해양 쓰레기 중 80% 이상이 플라스틱 물질로 이루어져 있고 육상에서 해양으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양은 연간 약 480만~1270만 톤으로 추정(Jambeck 교수 2015년 논문) 된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연간 10만 마리 이상의 해양 포유류와 100만 마리 이상의 바닷새가 폐그물과 같은 해양 쓰레기로 폐사하거나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규모는 다르지만 제주줍깅의 결과는 이 같은 현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달리거나 걷는 도중에 쓰레기를 줍는다고 해서 굉장한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이라는 의미, 경각심의 확산 등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하고 유의미한 변화는 따라올 것이다. 집게와 쓰레기봉투로 함께하는 유행, 오래가길 기대해본다.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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