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Sinkhole), 석회암 지대에 빈 구멍 발생해 땅이 꺼지는 자연현상
국내의 석회암지대, 남한 면적의 약 18% 정도 차지
도심지 도로 함몰은 노후화된 지하매설물 파손 등으로 지하수 영향 흙 유실
강우량이 많은 여름철에 도로 함몰 발생이 빈번
국토부, 국내 주요 도로 정밀조사...유동성 채움재로 복구작업

내가 살던 집이, 혹은 자주 걷던 길에 갑자기 커다란 구멍이 생겨 순식간에 모든 것이 떨어지고 만다면 그 공포감은 생각만 해도 상당하다. 이러한 초대형 재난을 다룬 영화(싱크홀, 2021, 김지훈 감독)도 현재 상영 중이다.

연합뉴스 갈무리
(왼쪽) 현재 상영 중인 재난 영화 '싱크홀', (오른쪽) 당진서 발생한 싱크홀 사진 /다음 영화, 연합뉴스 갈무리

영화가 아니라 실제로 1일 오전 충남 당진시의 한 공터에 주차돼 있던 차량 1대가 싱크홀로 차체 절반이 빠졌다는 소식으로 시민들의 우려를 낳고있다.


싱크홀은 무엇이며 왜 생기는 걸까?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싱크홀(Sinkhole)은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는 빗물이나 지하수에 의해 용해되어 지반 내에 공동이 발생해 지표층이 침하되거나 함몰되어 땅이 꺼지는 자연현상으로 지질학적 용어다.

돌리네(Doline)라고도 하는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발견되며, 탄산염암(석회암, 백운암)의 화학적 용해나 지하 침윤 과정으로도 발생한다. 이와 관련한 용어는 싱크홀, 지반침하(Depression), 지반함몰(Cave-in), 공동(洞空, Cavity), 돌리네 등 다양하다. 

싱크홀은 자연적 발생과 인위적 발생으로 나뉘는데 자연적 발생은 탄산염암 지대에서 탄산가스를 함유하고 있는 물에 의한 용식작용으로 생긴 공동(빈 공간) 상부의 지층이 갑자기 함몰되어 생긴 공간이다. 반면에 갱도, 채광장 등 인위적 공동 상부의 지층이 함몰되어 생긴 공간이 인위적 발생에 해당한다.

국내의 석회암지대는 남한 면적의 약 18%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강원도 남부에서 충청북도 북부에 걸쳐 넓게 분포하고 있으며 경상북도 울진, 봉화, 문경, 상주를 비롯해 전라남도 장성, 화순, 무안 등지에도 일부 퍼져있다.

한국의 지질분포도와 석회암 분포면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싱크홀 유형별 원인조사 및 정책 제언 연구(2014)' 

2013년 광해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폐광산은 1692개로 국내 폐광 지역은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갱도 상부의 지층이 지지력을 상실해 붕괴되는 현상이 빈번하다. 이러한 폐광산들은 잠재적인 싱크홀 발생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지반침하는 지표면이 상재 하중 이외의 요인으로 넓은 면적에 걸쳐 지반이 가라앉는 현상이며, 지반 함몰은 지표면이 붕괴되어 아래로 꺼져 내려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종종 들려오는 도심지의 도로 함몰은 석회암 지역에서 발생하는 싱크홀과는 발생 구조와 원인이 다르다. 도심지에서 공동(빈 공간)이 발생하는 원인은 주로 노후화된 지하매설물의 파손, 토목공사나 지하구조물에 의한 지하수 영향으로 흙이 유실되어 발생한다.

강우량이 많은 여름철에 도로 함몰 발생이 빈번하고, 대부분 비가 올 때와 온 후 많이 발생한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이 해외의 싱크홀과는 그 원인이 다른 현상으로 싱크홀이라는 단어보다 지반 함몰이나 지반침하 등 그에 맞는 해당 용어를 사용하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강하다. 2014년 서울시는 도로 함몰에 대한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용어 정리를 한 바 있다. 진정한 싱크홀은 석회암 암석과 카르스트 지질이 있는 지역에서 형성된다.

국내 석회암지대의 싱크홀은 전남 무안읍 일대가 대표적이다. 13년간 19번의 싱크홀이 발생한 무안읍은 시가지와 농경지 등에서 여러 차례 싱크홀이 발생해 집이 붕괴되고 농경지가 유실되었다. 경북 가은읍 왕능리의 경우 석회암이 분포되어 있을 뿐 아니라 석탄 채광으로 주변 지하수가 유출되어 인위적으로 지하수위가 하강하면서 석회암 공동 상부가 함몰되어 싱크홀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경기 구리시에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진=뉴시스

지난해 8월 경기 구리시 교문동 인근 도로에서 직경 16m, 깊이 21m의 땅꺼짐이 발생했는데 조사 결과 사고지점 하부 별내선 복선전철 터널공사에서 시공관리가 미흡해 땅꺼짐이 발생했다고 국토교통부가 당시 밝혔다.

지난해 10월 한국시설안전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전년대비 싱크홀 발생 건수는 15% 증가했으며, 이러한 원인으로 긴 장마와 홍수의 영향이 꼽혔다. 국토부의 최근 5년간(2015~2020년) 연도별 지반침하(싱크홀) 발생현황을 보면 2020년에 221건, 2019년 192건, 2018년 339건, 2017년 279건, 2016년 255건, 2015년 186건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최근 5년간 경기도가 302건으로 가장 많고, 강원도 199건, 서울 156건, 충북 149건, 광주 122건, 대전 102건 등이다.

서울은 점차 감소 추세고, 부산과 광주 등은 다소 증가 추세다. 


땅꺼짐 현상에 대한 선제적 대응은 없을까

지난해 9월부터 국토교통부는 주요 도로에 대한 위해요소 정밀조사를 실시했다고 지난 4월 밝힌 바 있다. 7년 이상된 일반국도 구간 중 땅꺼짐이 에상되는 구간을 대상으로 차량형 지표투과레이더를 이용한 조사와 천공내시경 촬영을 통한 2차 조사 결과 땅꺼짐 현상이 발생한 구간에 유동성 채움재로 복구작업을 했다.

위해요소 정밀조사 설명그림-조사 개요도(상단), 차량형 GPR(하단) /국토교통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위성과 드론, 공중레이더 등으로 지형자료를 분석하고 싱크홀을 예견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상에서 땅꺼짐은 외벽이나 잔디밭, 정원, 인도, 오래된 우물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장소는 가슴 높이보다 깊은 구멍에는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 구멍이 깊을수록 벽이 가파를수록 붕괴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당국에 신고하고 전문가를 통해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포인트경제 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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