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릴 수 있는 혼자만의 공간 'T.T ZONE'
억제된 감정 표현은 스트레스와 많은 질병의 원인
정서적 눈물은 카테콜아민 배출해 관련 위험 낮춰
눈물은 스트레스 해소와 면역력 증가, 유대감 강화 효과

억제된 감정 표현은 스트레스와 많은 질병의 원인이다. /사진=프리픽(rawpixel)

누구나 기분전환이 필요한 요즘이다. 코로나 우울이 사회 전반을 집어삼켜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고 생활의 제약으로 광범위한 피해를 받게 된 지 2년이 다 되어 간다. 굳이 웃을 일을 찾아 기분전환을 시도해보려 하지만 대부분 한시적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감정을 쏟아내며 울어보는 건 어떨까?

2018년 화성시 정책공모전에서 당첨되어 2019년 9월에 문을 연 'T.T ZONE', 일명 '눈물방'. '중년 남성도 마음껏 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라는 아이디어로 시작되었지만, 남녀는 물론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영상을 통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을 제공한다. 신청자의 사연에 따라 짧은 영상 여러 편을 모아 20분 정도로 편집한 영상이 상영되며, 은은한 조명·아로마 향·편안한 소파와 쿠션·인형이 있는 곳에서 50분 동안 혼자 감정을 쏟아낼 수 있다.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을 위한 애도의 공간 T.T ZONE (티티존)

눈물을 흘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이지만 성 역할과 나약함, 유난스럽다는 식의 사회적 편견이 결부되어 자제되는 경향이 많다. 이는 고스란히 스트레스로 연결이 되고 강박과 우울증 등 다양한 정신질환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 감정에 솔직해야 한다면 눈물에도 솔직해야 한다.

우리는 크게 울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지고 개운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데 이와 같은 눈물의 효용에 관해서는 오랫동안 연구가 이어져오고 있다.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스트레스를 연구하던 미국의 윌리엄 프레이(William H. Frey) 박사는 1977년 논문에서 자극을 받아 흐르는 눈물과 감정으로 인해 흘리는 정서적 눈물의 성분이 다르다고 밝히고 있다. 기본적으로 눈물은 수분과 나트륨은 물론 라이소자임, 망간 등과 같은 다양한 효소와 항체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서적 눈물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종인 '카테콜아민(catecholamine)'의 농도가 3배 이상 높다는 것이다.

카테콜아민(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도파민(dopamine), 에피네프린(epinephrine))의 화학구조 /basicmedicalkey 갈무리

자극을 받아 흘리는 눈물이 뇌관의 신호에 따라 즉각적인 반응으로 나온다면, 정서적 눈물은 대뇌의 전두엽에서 보낸 신호를 뇌관이 받아 눈물을 내보내는 단계를 거치게 되기 때문에 화학 성분이 달라지는 것이다. 카테콜아민은 스트레스를 받은 뇌의 신호로 발생하는데 그대로 쌓일 경우 심장을 압박해서 심장병과 고혈압은 물론 각종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그래서 눈물을 통해 카테콜아민을 배출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호흡과 심장박동이 안정되는 것은 물론 관련 위험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눈물을 흘리는 동안에는 심장박동이 증가하면서 혈액 순환이 빨라지는데 이로 인해 산소 공급이 원활해진다. 증가한 호흡량으로 많은 산소를 흡수, 면역과 관련 있는 림프의 순환을 자극해서 면역력이 증가하게 되는데 엔도르핀, 엔케팔린, 세로토닌 등 긍정적인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게 된다. 이런 호르몬들은 평온함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고 통증을 완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눈물을 통해 유대감이 강화되기도 한다. 인간관계에서 눈물을 보인다는 것은 자신의 진솔한 모습을 기꺼이 보여주는 신호로 작용한다. 신뢰하는 사람들에게만 감정을 표현하는 인간의 특성상 눈물을 나눔으로써 적절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기회와 관계의 발전을 가져오는 것이다.

2016년~2020년 ‘기분장애’ 질환 성별 진료인원 /국민건강보험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우울증이나 조울증 등 기분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100만 명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억눌리거나 표현하지 못한 감정에 대해 가볍게 지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자기 파괴적인 감정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그리고 자신을 아끼는 만큼 웃음도 눈물도 아끼지 말자.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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