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가죽에서 벗어나는 자동차 실내 마감재
친환경 내장재는 기본, 버섯 균사체·세포 배양 인공 가죽 활용 등
재활용 섬유 소재는 이미 보편화 단계

비거니즘(veganism)이 확대되면서 단순히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다는 좁은 의미를 벗어나고 있다. 비거니즘의 개념이 우리 생활 전반에서 동물이 착취되는 것을 반대하고 거부하는 것임을 고려하면 당연한 흐름이다.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에서 비거니즘이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 업계도 다르지 않다.

그동안 자동차의 시트, 핸들, 대시보드 등과 같은 실내 마감재는 동물 가죽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고급 자동차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영국의 자동차 회사 롤스로이스의 경우 자동차 1대에 12마리의 젖소 가죽을 사용해서 최고급 이미지를 극대화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비건 자동차는 동물 가죽을 철저히 배제하고 인조가죽과 식물 유래 원료 사용을 표방한다. BMW의 전기 자동차 'i3'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유칼립투스 나무를 내장재에 적용하고 케나프를 대시보드 소재로 사용했다. 아열대성 식물인 케나프(kenaf, 양마)의 경우 이산화탄소와 이산화질소의 흡수력이 높고 플라스틱보다도 가벼워 친환경성이 매우 높은 소재다.

유칼립투스 우드 트림(왼쪽), 케나프 /BMW 갈무리

인조 가죽에 대한 아이디어도 다양하다. 특히 버섯 균사체를 통해 동물 가죽을 대체하는 것이 주목된다.

현대자동차의 사내 벤처 지원프로그램에서 출발한 '마이셀'은 버섯 균사체를 이용한 가죽을 만들고 있다. 버섯 균사체가 자라는 환경을 제어해서 스트레스를 받은 균사체가 덩어리로 얽히게 일종의 돌연변이를 유도하고, 이것을 바이오 복합재로 처리해 가죽처럼 만드는 것이다. 

2009년에 설립된 미국의 '볼트 스레드(Bolt Threads)'사(社) 역시 버섯 균사체를 통해 얻은 섬유를 압축해서 동물 가죽과 매우 비슷한 질감의 식물성 가죽 '마일로(MYLO)'를 만들어냈다. 이 회사는 현재 아디다스·스텔라 매카트니·룰루레몬과 같이 기능성을 추구하는 브랜드부터, 다양한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케링 그룹과도 협력하고 있다.

식물성 가죽 '마일로(MYLO)'와 버섯 균사체와 실내 수직 재배 시설 /MYLO 갈무리

미국 스타트업 '모던 메도우(Modern Meadow)'사(社)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단백질 콜라겐을 3D 프린터를 통해 '조아(zoa)'라는 인공 가죽으로 만드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동물로부터 피부 세포를 추출해서 세포를 연결하는 콜라겐과 함께 배양하면 세포가 빠르게 증가하게 되어 얆은 피부 표면을 구성하게 된다. 이렇게 배양된 피부 표면을 복층으로 구성해서 만들면 천연가죽과 굉장히 유사한 인조 가죽을 얻게 된다.

한편, 동물 가죽을 대신해 친환경 섬유를 활용하는 자동차 회사들도 많다. 아우디의 경우 재활용 페트병과 인조섬유를 섞어서 실을 만들어 활용한다. A3 모델의 경우 시트 하나에 1.5리터 PET 병 45개, 바닥 매트에는 62개를 사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볼보 역시 페트병을 재활용한 섬유 소재를 사용하고 있으며, 벤틀리는 와인 부산물인 포도 껍질을 소가죽 대신 활용하고 있다.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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