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들의 대마 합법화 분위기와 추세는 진행형
의료용과 기호용 대마는 성분 함유량으로 구분
대마에 있는 카나비노이드는 통증 경감과 우울·불안·뇌전증 등에 효과
2025년 세계 대마 시장 규모는 468억 달러 이상으로 예측하기도
정확한 정보와 사회적 인식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준비 필요

9월 26일에 예정되어 있는 독일 총선 너머에는 '대마(마리화나) 합법화' 여부가 주요 의제로 자리하고 있다. 병원의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의료용 대마를 구매하는 것은 합법인 독일이지만, 기호용 대마에 관해서는 '규제물질법'의 경계가 모호한 상태다. 그러다 보니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각종 설비를 파는 '그로우 숍'은 합법이지만 이를 이용한 개인의 대마 재배도 더 이상 비밀이 아닌 수준이다.

독일인들 약 30%가 대마초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 만큼 대마 합법화는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지난해 녹색당의 발의가 부결된 바 있지만, 주요 정당들의 당론이 합법화 찬성 쪽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번 총선 이후의 결과가 주목된다.

미국 대선에서도 마리화나 합법화 여부는 관심 높은 주제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선거운동 기간 TV 토론을 통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마리화나를 합법화할 것"이라고 밝혔고, 바이든 대통령 역시 대선 공약으로 마리화나 규제 완화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대마의 분류 /이미지=Cannabis Sativa PHD, Kotra해외시장뉴스 갈무리

대마와 마리화나는 혼용해서 사용하지만 엄밀히 구분하자면 대마가 헴프(Hemp)와 마리화나로 나뉜다. 업계에서는 의료용 대마를 CBD(cannabidiol, 칸나비디올), 기호용 대마를 THC(delta-9 tetrahydrocannabinol,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로 부르는데 두 가지 성분의 함유량이 구분 조건이 되며, 헴프(THC 성분이 0.3% 이하)는 다양한 산업용 대마를 지칭한다고 보면 된다.

CBT와 THC는 모두 카나비노이드(cannabinoid)의 일종이다. 카나비노이드는 신체의 생리적 기능을 다양하게 조절하며, 통증을 경감시켜주고 우울·불안·뇌전증(간질)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THC의 경우 CBD와 달리 환각 및 중독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카나비노이드(cannabinoid) 목록 /텍사스 중독 치료 센터 갈무리

현재 전 세계에서 대마를 전면 허용한 국가는 캐나다, 우루과이, 네덜란드, 남아공 네 곳이다. 미국의 경우 CBD와 THC 모두가 합법화된 주가 뉴욕, 버지니아 등 총 17개 주이고 CBD만 합법인 주는 36개 주에 이르는데 규제를 푸는 주는 더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UN 마약위원회(CND)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받아들여 대마를 마약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대마가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성장성이 높은 신소재/바이오산업이라는 매력도 작용을 하고 있다. CBD를 기준으로 의료용 외에도 식용, 미용, 애완용 상품 등 다양한 산업으로의 확장이 진행 중에 있으며, 이미 CBD 관련 미용제품은 2019년 기준으로 미국에서만 6억 4500만 달러(약 7600억 원)의 시장을 형성했다는 평가가 있다.

미국 대마 산업 분석 기업인 아크뷰 마켓 리서치(ARCVIEW Market Research)와 비디에스 애널리틱스(BDS Analytics)에 따르면, 2025년 세계 대마 시장의 규모는 468억 달러(약 5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 전문 리서치 기관인 M&M(Markets and Markets)은 이보다 더 크게 예측하는데, 2020년 205억 달러(약 24조 원)에서 연평균 28%씩 성장해서 2026년이면 904억 달러(약 106조 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2025년 세계 대마 시장 예측 /Kotra해외시장뉴스 갈무리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마약류 관리법'에 의해 대마를 생산할 수 없었지만 '규제자유특구'를 조성해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특구로 지정된 안동시는 '의료용 대마 특구팀' 신설, 스마트 팜을 활용한 의료 목적 헴프 재배 및 활용을 진행 중에 있으며 최근 수확도 이루어졌다. 춘천시의 경우는 헴프 산업을 시차원의 역점 사업으로 선정,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그린바이오 한국형 헴프 플랫폼 및 산업화 사업'을 따내기도 했다.

의료용 대마의 시장 잠재력과 성장성은 예견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치료 목적의 의료용 대마 제품 중 극히 일부만 수입을 허가할 정도로 제약이 높은 편이다. 또한 아직 국내시장이 작은 것과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라이선스가 필요하다는 것이 투자와 개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해서 당연히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양을 떠나서 환각성분이 분명히 존재하고 오남용의 우려도 쉽게 지울 수는 없다. 일단 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통해 사회적 인식과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단순한 우려를 배제하고 규제로 대응하기보다는 활용의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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