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추석 명절이다. 차례를 지내기도, 선물로 주고받기도 하면서 평소보다 과일이 풍성해지는 기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제때 먹으면 좋겠지만 남기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과일 갈변도 흔하게 경험하게 된다.

갈변현상은 특정 물질이 산소와 반응해서 산화 반응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사례로, 과일 중에는 사과, 배, 복숭아, 바나나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갈변현상이 나타나는 과일들에는 카테킨, 갈릭산, 티로신과 같은 폴리페놀(polyphenol)이 들어있으며, 이를 산화시키는 폴리페놀산화효소(PPO, polyphenol oxidase)도 들어있다. 이 두 가지 성분은 평소에는 떨어져 있지만 절단, 박피, 충격이 발생하면 만나게 된다. 그래서 과일의 껍질을 벗겨낼 경우 폴리페놀산화효소가 분비되면서 폴리페놀과 산소의 반응을 촉진하고, 폴리페놀 성분들을 퀴논(quinone) 같은 물질로 산화시킨다.

사과의 페놀과의 화학 반응(PPO는 폴리페놀 산화효소) /Depth of Processing: Chemistry 갈무리

이렇게 생긴 퀴논은 활성도가 커서 빠르게 산화되어 갈색 물질(멜라닌 색소 또는 검은 효소)을 생성한다. 이 같은 현상은 과일에 상처가 날 때도 나타난다.

갈변을 막기 위해서는 산소와 반응을 막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서 껍질이 벗겨진 과일이 남을 경우 가급적 빨리 진공팩이나 랩으로 싸거나 유리용기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마찬가지 원리로 소금물이나 설탕물, 식초에 담가두는 방법이 있다. 소금물은 염소 이온(CI)이 산소와의 접촉을 차단해 주고, 설탕물은 과일 표면을 코팅해 주는 효과로 산소와의 접촉을 막아주기 때문에 갈변을 억제한다. 갈변과 관련된 효소는 pH 농도 5.7~6.8에서 활성도가 가장 높은데 식초는 pH를 떨어뜨려 갈변현상을 줄여준다. 다만 이런 방법은 맛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불가피하다.

사과 조각을 신선하게 유지하는 방법 /사진=the make your own zone 갈무리

탄산수를 과일 표면에 바르거나 5분 정도 담갔다가 꺼내놓는 방법은 비교적 맛의 변화가 덜하다. 만약 물에 담가놓는다면 맹물보다는 끓인 물이 그나마 나은데 끓는 과정에서 용존 산소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일을 자르거나 깎을 때 스테인리스 칼을 사용하면 비교적 갈변이 덜할 수 있다. 폴리페놀이 구리나 철과 접촉하면 산화 반응이 더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포인트경제 김수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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