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초를 비롯 백화현상 발생이 빈번해지는 추세
산호초는 해양생태계의 보고이자 식량·일자리·기후보호 등에 막대한 영향
지역을 넘어서 세계적인 대응 필요

198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는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대로서 일명 대보초(大堡礁)다. 우주에서도 보인다고 하는 이 산호초 지대는 면적 20만 7,000㎢, 길이 2,300㎞에 이르며 수만 년에 걸쳐 형성되었다. 이곳은 350종이 넘는 산호와 1500여 종의 물고기, 4000여 종의 연체동물, 240여 종의 바닷새들이 서식하는 터전이기도 하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의 산호초 /AFAR 갈무리

최근에는 백화현상에 대한 경고 소식이 주로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백화현상이란 산호초가 흰색으로 표백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산호초의 색을 담당하는 표면의 작은 플랑크톤이 수온과 압력의 변화로 인해 살 수 없게 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같은 현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산호초는 죽게 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오스트레일리아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에 따르면, 전 세계 기준으로 1980년대 초까지 25~30년마다 발생하던 심각한 백화현상이 2010년 이후로는 6년마다 발생하고 있다. 특히 대보초 지역은 1998년 이후 4차례의 대규모 백화현상이 나타나 그 심각성이 더하다.

주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상승이다. 연구팀은 엘니뇨와 같은 자연적인 변동으로 해수 온도가 올라가는 수준이 아니라 이와 무관하게 수온이 오르고 산호 사멸이 반복되는 것이 '뉴노멀'이 됐다고 말한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산호초는 1950년대보다 식량, 일자리, 기후 보호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50% 감소하여 수백만 명이 위험에 처해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최근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이 주도한 연구에서는 산호초의 식량·일자리·기후보호 능력이 1950년대 보다 50%나 떨어졌다고 주장한다. 유사한 연구들에서도 산호초가 상당한 손실을 반복하면서 서식 범위가 1950년대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종의 다양성도 60% 이상 감소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원주민들의 해산물 소비는 물론 지역사회의 생계와 문화, 역사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보존연합의 보고서에서도 산호의 파괴는 10억 이상 되는 사람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인자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산호의 유무형의 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호주의 경우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통해 얻는 연간 경제적 효과가 64억 호주달러(약 5조 50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관광자원과 그에 관련된 고용 창출 효과 등은 엄청나다. 그뿐만 아니라 산호초 지대는 파도나 해일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해주고 산호의 각질이 쌓인 석회암은 시멘트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호주의 경제적, 사회적 및 아이콘의 총 가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재단 갈무리

산호를 둘러싸고 있는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만들어낸다. 1㎡당 1천500~3천700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이는 같은 면적의 열대우림 못지않은 이산화탄소 흡수율이다. 하지만 이런 혜택들이 심각한 속도로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 주변 카리브해와 태평양 산호초에서는 백화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일본의 세키세이쇼코 산호초는 소멸 위기에 있다. 또한, 지난해 7월에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에서 대만 해역에 산호초 백화 위험 최고 경보를 발령했을 정도로 전 지구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결국 지역적 차원을 넘어 세계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는 문제다.

태평양 지역에 대한 NOAA 산호초 감시 위성 표백 경보 지역(최대 7일) 제품.
2020년 8월 당시 태평양 지역에 대한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호초 감시단의 백화 위험 경보 /Coral Reef Watch 갈무리

기후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노력을 비롯, 산호초에 위협적인 토사나 오염물질 유입, 무분별한 어로활동과 관광, 천적생물 등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100년 안에 전 세계 산호초의 99%가 심각한 백화현상으로 손실될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부디 이 경고가 현실이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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