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 독 성분...'고분자량 단백질, 저분자량 펩티드, 생리활성 분자'
주로 단백질로 구성된 강력한 알레르겐과 약리학적 혼합물
미국, 연간 평균 62명 말벌에 쏘여 사망...국내 지난 5년간 44명 사망
불개미, 말벌 등 식품사용불가 원료로 담금주·꿀절임 제조업체 적발

신경통이나 관절염, 부정맥, 고혈압 등에도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말벌, 불개미 등을 소주에 담가 술을 만들거나 꿀에 절여 섭취하는 것이 좋다는 민간요법. 말벌집(노봉방, 露蜂房)을 술로 담가 '노봉방주'를 만들어 먹는다는데 이러한 내용들은 온라인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말벌주를 마시면 정말 건강에 좋은 걸까?

'말벌주' 검색 결과 /유튜브 화면 캡처

말벌 독에는 어떤 성분이 들어있나.

약리학 저서 '말벌 독의 약리학·면역학적 특성'에 따르면 말벌 독의 구성 요소에는 ▲포스포라이페이스(phospholipase, 인지질가수분해효소), 히알루로니데이즈(Hyaluronidase), 항원 5 등을 포함하는 고분자량 단백질, ▲마스토파란(Mastoparan), 말벌 키닌 및 화학반응 펩타이드(peptide, 아미노산의 중합체)를 포함하는 저분자량 펩타이드, ▲히스타민, 세로토닌, 카테콜아민, 아테틸콜린, 티라민 등 생리활성 분자 등이 있다.

말벌은 꿀벌과 달리 종마다 성분이 더 다양하다. 주로 단백질로 구성된 강력한 알레르겐(알레르기 유발 항원)과 약리학적 활성 화합물의 복잡한 혼합물이다. 알레르겐 역할을 하는 세 가지 주요 단백질과 다양한 종류의 혈관작용 아민과 펩타이드를 포함하고 있다. 중요한 알레르겐은 항원 5, 인지질효소, 히알루로니데이즈다. '포스포라이페이스 A2'는 벌독과 살무사에 존재하는 효소로도 알려져있다. 말벌 독의 혈관작용 아민에는 세로토닌, 히스타민, 티라민, 카테콜아민을 포함하며 말벌 키닌과 마스토파란은 말벌 독 특유의 펩타이드다.

생리 활성 화합물의 공급원으로서의 말벌 독과 그 생물학적 활성 및 응용 /MDPI 저널 '말벌 독의 생화학 성분과 생물학적 응용 및 나노기술 개입 잠재력' 연구 갈무리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곤충의 독성분은 신경 마비와 혈구 파괴, 소화 작용에 따른 세포 및 조직 파괴, 출혈, 통증 유발 등 다양한 병증을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인구의 3%는 잠재적으로 과민성(아나필락시스) 또는 독성 반응을 겪을 수 있다고 한다. 곤충 독 알레르기는 일반 인구의 5~7.5% 범위에 속한다. 야생의학저널(WEM)에 실린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곤충에 쏘이는 것이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미국에서 곰과 뱀을 포함해 다른 어떤 야생 동물보다 더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다. 미국에서만 2000~2017년 사이에 말벌에 쏘여서 1109명이 사망했고, 연간 평균 62명이 사망한다는 것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내에서 44명이 벌 쏘임으로 사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말벌의 독은 소량으로도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장수말벌은 만다라톡신(Mandaratoxin)이라는 신경독이 많아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도 여러 번 쏘이면 위험에 빠질 수 있을 정도다. 말벌에 쏘여 사망하는 대부분은 아나필락시스를 유발하는 즉각적인 과민 반응의 결과다. 

알레르기 전문의들은 땅콩 알레르기 등 보다 곤충에 쏘일 때의 위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훨씬 낮다고 말한다.

안전성 확보되지 않은 식품 원료...담금주와 꿀절임 제조업체들 적발

국내에서 불개미, 말벌, 말벌집 등은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아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 게다가 지난 2018년 식약처가 '말벌주 안전주의보'라는 인포그래픽까지 만들어 홍보했지만 불법적인 제조·판매는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식품안전나라 '말벌주 안전주의보' 

17일 식약처는 말벌과 말벌집, 불개미 등을 원료로 담금주와 꿀절임을 제조해 판매한 업체 5곳을 적발해 행정처분과 수사 의뢰했으며, 제품 전량을 압류 및 폐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식품에 사용 불가한 원료를 사용했으며, 무신고 영업, 질병 예방과 치료 효능 광고했다. 또한 고혈압과 뇌졸중, 당뇨병, 관절염 치료 등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고 소비자와 지인 등에게 약 2천600만 원 상당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 5곳은 ▲지리산 명인효소(전북 남원시), ▲원양테크(경기도 화성시), ▲장수말벌 무료퇴치소(대전 대덕구), ▲심마니네 산약초 건강원(경기도 성남시), ▲자연산약초 세상사람들(서울 서초구) 등이다.

적발된 말벌 담금주와 꿀절임 제품 /식품의약품안전처

독과 면역요법

독은 의학에 사용된 최초의 표준화된 알레르기 항원이며, 종에 따라 독 알레르기를 제거하는데 98%나 효과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곤충의 독성은 많은 연구를 통해 해독과 의약품 개발 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곤충 독 알레르기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으로 벌독 면역요법(VIT)이 존재한다. 이는 향후 전신 반응의 위험과 발생 시 중증도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9년에 FDA가 59명의 군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위약 대조 연구 결과에 따라 독극물 면역요법을 승인했다.

벌독 면역요법은 성분에 대한 의학적인 과정을 거쳐 시행되는 것이다. 말벌주를 담가 마시면 면역력이 강화되거나, 원기회복, 정력 증가를 포함해 건강에 좋다는 것은 공식적으로 검증된 바 없다. 

또 사람은 체질이 각자 다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독성이 있는 곤충을 일반화해 식품으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몸에 좋다는 식품과 정식으로 승인된 건강기능식품들이 많이 있는데, 굳이 식품에 사용할 수 없다고 정해진 원료를 이용해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말벌주를 먹을 필요는 없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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