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커피 원두 생산지 브라질의 이상기후로 가격 급등
라니냐·산림파괴·이상한파 등이 동시에 작용
기후 위기는 생산량뿐만이 아니라 커피의 맛과 품종에도 영향
높은 기온에 강한 커피 품종 '스테노필라', '대체 커피'도 부각

커피 /사진=픽사베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지는 브라질의 이상기후는 커피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불러왔다. 브라질이 전 세계 커피 원두 생산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시작된 극심한 가뭄에 이어 올해 7~8월 한파를 겪으며 커피 생산량이 전년보다 22%가량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이유로 커피 원두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2배 가까이 상승했다며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브라질의 강수량은 2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브라질은 100여 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가뭄의 원인에 대해서는 라니냐(동태평양의 저수온 현상)와 산림파괴가 지목된다.

라니냐 현상이 발생하면 증발되는 수증기의 양이 적어지게 되는데 이로 인해 강수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산림이 대규모로 파괴되어 습도가 낮아진 것이 영향을 키웠다는 것이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아마존 열대우림 삼림 벌채는 22% 증가했으며, 이는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양이다.

아마존의 숲 가장자리 생성, 침식 및 연령 구성. (A) 검은색 막대가 연간 숲 가장자리 증가율이고 파란색 선이 2001년부터 증가한 총 숲 면적이다. (B) 굵은 수평선이 중위인 아마존에 대한 숲 가장자리 침식률의 상자 그림(음수 백분율), 파란색 점은 평균이다.e 음영 영역은 빈도 분포 함수이고, n은 관측치의 수이다. (C) 아마존 쿠이안 쿠이안의 숲 가장자리의 공간 분포는 2015년에 아마존에서 노화되었으며, 나이는 시각화를 개선하기 위해 10km x 10km 그리드 셀에서 평균으로 집계되었다. (D) 숲 가장자리 연령의 도트 플롯 [C] 2015년 ntries는 수직 막대가 SD, 검은 점이 평균, 회색 점이 데이터 관측치, n은 관측치 수이다. 굵은 글씨는 임시 시험에 의해 정의된 그룹을 나타낸다. /아마존 숲에 대한 INPE MCTI 연구 'Persistent collapse of biomass in Amazonian forest edges following deforestation leads to unaccounted carbon losses', Science Advaces 갈무리

물이 부족해지면 농업 생산량의 감소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브라질은 수력 발전이 전체 전력원의 65%를 차지하는 국가로, 전력 생산 차질로 인해 더 비싼 화력 발전으로 부족분을 채워야 하는 과정에서 전력 생산 비용 증가도 발생하는 상황이다.

지난 7월 시작된 이례적인 브라질 한파는 남극 한파의 영향으로 해석한다. 브라질 중서부에 위치한 고이아스(Goiás) 주(州)의 경우 33년 만에 최저 기온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아라비카 커피 생산지를 비롯 주요 커피 재배지들이 광범위하게 서리와 폭설 피해를 받았고 생산량 급감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상기후의 배경에 지구온난화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기후 위기는 커피 맛과 품종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미국 터프츠대학과 몬타나주립대, 텍사스A&M대 공동연구팀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커피의 품종마다 생장에 최적의 조건이 있는데 조건에 변화가 생기면 커피의 맛과 향이 변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플랜트 사이언스(Frontiers in Plant Science)〉에 실린 논문에서 날씨의 패턴이나 온도, 일조량이 바뀐다거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이 변하면 커피나무가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수확물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2016년 호주기후연구소(Climate Institute of Australia)에서는 2050년에 커피 재배지가 반으로 줄어들고 2080년에는 야생 커피가 멸종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당시 연구소가 지목한 원인 역시 온난화와 기상이변 등의 기후변화였다.

그런가 하면 기후 위기로 새로운 커피 품종이 부각되기도 한다. 지난 4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플랜트(Nature Plants)'를 통해 영국·프랑스·시에라리온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서는 아라비카(Arabica)와 비슷한 맛을 지닌 스테노필라(Coffea stenophylla)가 기존의 커피나무들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잘 자란다고 밝히고 있다.

스테노필라 잎과 원두 / 사진=Perfect Daily Grind

스테노필라종은 19세기에 발견된 품종이지만 열매를 맺는데 아라비카의 2배가 걸리는 기간 때문에 농부들이 재배를 기피해왔던 종이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와 질병에 취약한 아라비카를 대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참고로 스테노필라가 잘 자라는 지역의 연평균 기온은 24.9도로 로부스타 보다 1.9도, 아라비카보다 6.8도 정도 높은 편이다.

'대체 커피'의 등장도 주목된다. 시애틀에서 창업한 스타트업 '애토모 커피(Atomo Coffee)'는 지난 9월 콜드브루 대체 커피를 온라인 판매한데 이어 내년에는 소매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원두를 사용하지 않고 씨앗이나 허브로 만들어지는 대체 커피는 커피 재배에 사용하는 농약과 잔류농약 문제에서 자유로우며 사용되는 물의 양과 탄소 배출도 압도적으로 적은 장점이 있다.

애토모 커피는 워싱턴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스타벅스 커피와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21 대 9로 승리한 바 있어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맛의 개선 가능성이 충분하며, 커피로 인한 체내 수분 불균형과 영양소 문제 등과 같은 건강 문제에 있어서도 우위에 있다고 강조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커피 수요의 증가와 기후 위기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모든 산업에서 친환경이 요구되는 시대인 만큼 커피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무엇보다 단순히 커피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환경을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즐기는 가벼운 커피 한 잔에도 무거운 위기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때다.

포인트경제 심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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