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기온은 산모의 건강, 사산·저체중아 출산·조산율 등 영향
개발도상국이나 가난한 국가 산모들 더 큰 피해 받을 것 우려
기후변화로 모기 서식의 패턴에도 변화.. 열대 기후 풍토병 옮겨질 수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일본 뇌염·소두증 일으키는 지카바이러스 특히 주의

임산부 /사진=픽사베이
[기후위기] 산모와 태아도 위험하다 /사진=픽사베이 ⓒ포인트경제CG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인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다각도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특수한 상태에 있는 산모와 태아가 겪게 되는 위협은 주의 깊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주제로 등장한다.

캘리포니아 환경 보호국(California Environmental Protection)의 대기 및 기후 역학 부서 책임자인 루파 바수(Rupa Basu)는 대기 오염과 더위가 사산·저체중아 출산·조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증거들을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대기오염 물질이 산모의 폐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오염물질이 태반으로 넘어가 임신성당뇨나 자간전증(임신중독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높은 기온은 산모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고 현기증과 심장마비를 유발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임신기간에는 스트레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기후변화는 환경적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작년 11월 하버드 연구팀은 '기후 요인과 임신성 당뇨병 위험-체계적 검토(Climate factors and gestational diabetes mellitus risk – a systematic review)'라는 논문을 통해 폭염과 임신성 당뇨병 사이에 연관성이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기후 요인과 임신성 당뇨병 위험 – 체계적인 검토' /과학·기술·의학 분야 학술저널 BMC 환경건강 갈무리

그런데 이 같은 현상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닐뿐더러 가난한 나라의 경우 그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 6월 국제학술지 〈환경연구(Environmental Research)〉에 실린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대(University of Queensland) 연구팀의 '임신 및 사산 시 주변 온도 노출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 : 방법 및 증거(Systematic review of ambient temperature exposure during pregnancy and stillbirth: Methods and evidence)'에 따르면 임신기간에 15℃ 이하의 저온이나 23.4℃ 이상의 고온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사산할 확률이 17~1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9.4℃ 이상의 환경에서는 그 위험이 가장 높아졌다.

논문에 참여한 환경 과학자 스콧 리스케(Scott Lieske) 박사는 "연구결과를 비추어 봤을 때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개발도상국 여성들이 더욱 그 영향을 느낄 것"이라면서 "가난한 국가들은 이미 사산으로 영향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 기후 위기로 인한 영향도 받게 될 것이다"라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지구가 더워지면 모기의 위협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전 세계에 서식하는 모기는 약 3500종으로 우리나라에는 50여 종이 살고 있는데, 이 중에서 특히 우려되는 것은 작은빨간집모기와 흰줄숲모기다.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감염병 예방은 개인방어가 최선이다'-플라비바이러스 매개모기 종류 /질병관리청 아프지마TV 화면 캡처

작은빨간집모기는 일본뇌염을 옮기는 모기로 질병관리청의 매개체 감시사업에 따르면 기온이 오르면서 우리나라에서의 발견 시기가 매년 빨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흰줄숲모기는 뎅기열과 지카 바이러스 등과 같은 열대 기후 풍토병을 옮기는 종으로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알 상태로 월동을 해왔지만 1월 평균기온이 10도를 넘게 되면 성충인 상태로 월동할 수도 있다. 이는 동남아 지역에서 감염된 모기가 넘어와 월동하게 되면 우리도 감염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본 뇌염은 초기에는 고열·두통·무기력·흥분 상태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병세가 지속되어 중추신경계가 감염되면 의식장애·경련·혼수 증상 등을 보이다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산모와 태아에게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2015년 브라질에서 3천 명이 넘는 감염환자를 일으킨 지카바이러스는 세계보건기구에서 국제비상사태를 선포하게 만들기도 했다. 임산부가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태아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쳐 소두증과 뇌 신경 장애 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인도에서 100여 명이 감염되며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치료법이 없는 상태다.

과학·기술·의학 분야의 학술 저널 및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바이오메드센트럴(BMC Public Health)에 소개된 논문에서는 우리나라의 부산 지역·울산광역시 서부·전라북도 군산·전라남도 무안 남부·제주 등지를 머지않아 뎅기열 위험 지역이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결코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과 일본의 잠재적인 질병 핫스팟 /BMC 공중 보건 '비뎅기열 발병 국가에 대한 기후 변화의 위협' 갈무리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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