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 난입한 고양이 덕분에 발명한 '안전유리'
고양이 손톱에서 착안한 '바이오미미크리 핀'
과학자이자 고양이 집사 뉴턴이 시작한 '펫도어'

고양이 /사진=프리픽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3년간 고양이에 의해 발생한 전기레인지(인덕션) 화재가 총 107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인이 없는 사이 전기레인지 주변에 있던 고양이에 의해 발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고양이의 호기심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래서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들의 주의를 요하는데, 고양이의 호기심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인 예가 깨지지 않는 안전유리. 프랑스의 예술가이자 과학자였던 에두아르 베네딕투스(Edouard Benedictus)는 자동차 교통사고의 기사를 읽으며 부서진 유리 파편으로 인한 치명상에 대해 고민했다. 그래서 잘 깨지지 않는 안전한 유리를 만들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고, 15년의 시간이 지나서야 결실을 맺게 된다. 그런데 그 결실이 고양이에 의한 사고와 우연에 의한 것이었다.

열린 문을 통해 실험실에 난입한 고양이가 선반 위의 플라스크들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소동이 일어났는데 산산조각이 난 플라스크들 사이에 금만 가고 형태를 유지한 플라스크가 하나 있었던 것. 그 플라스크는 오래전 담아둔 셀룰로이드 용액이 말라붙어있던 것으로 셀룰로이드가 일종의 막을 형성해서 유리조각이 깨지는 것을 막아준 것이다.

트리플렉스 광고 / Museums Victoria Collections

여기서 힌트를 얻은 베네딕투스는 두 장의 유리 사이에 얇고 투명한 셀룰로이드 막을 끼워 넣은 안전유리 '트리플렉스(triplex)'를 출시하게 된다. 이렇게 개발된 안전유리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며, 트리플렉스에 적용된 개념은 방탄 유리나 스마트폰 액정 등의 바탕이 되었다.

디자이너 토시 후카야(Toshi Fukaya)가 발명한 '바이오미미크리 핀(BIOMIMICRY PIN, 생체모방 핀)'은 일명 '실리콘 압정'이다. 기존의 압정은 꺼내거나 사용할 때 손이 찔리기 일쑤였는데 고양이의 발톱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해결한 경우다.

바이오미미크리 핀(BIOMIMICRY PIN) /이미지=YANKO DESIGN

고양이가 발톱을 자유롭게 세웠다 넣었다 하는 것처럼 핀 부분이 사용하지 않을 때는 실리콘 덮개로 덮여있고 눌러서 사용될 때만 노출되어 꽂히는 형태로 제작한 것이다. 다시 뽑으면 자연스럽게 원래 형태로 덮개에 덮이게 되며, 힘을 가하는 압정의 머리 부분은 단단한 실리콘으로 구성해서 사용 시에 쉽게 구분이 된다. 이 바이오미미크리 핀은 세계 최고 권위의 디자인 공모전 중에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에서 2011년 '디자인 콘셉트'부문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우리에게도 점점 익숙해지는 펫도어(Pet Door). 그 시작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과학자인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이다.

평생을 미혼으로 보냈지만 개와 고양이를 함께 길렀던 그는 서재에서 연구를 하고 있을 때 문을 긁으며 열어달라는 고양이의 요청이 번거로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 아래쪽으로 고양이와 개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또 다른 문을 뚫어주었고 이것이 펫도어의 시초가 된 것이다.

뉴턴과 펫도어 / Three Million Dogs 갈무리

간단해 보이지만 펫도어는 반려동물의 배변활동은 물론 방충효과와 냉난방, 반려인의 수면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발명이다. 이는 지금과 같이 함께사는 개념의 반려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포인트경제 심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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