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C 만성 노출이 테스토스테론 감소·고환수축으로 이어진 포유류 실험 결과
마리화나가 고환 생식세포종양의 발달과 관련 있어
DNA 메틸화의 다음 세대 전파는 알 수 없지만 주의해야

마리화나 /DukeHealth 갈무리

우리나라에서는 의료용으로만 인정되며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마리화나(Marijuana, 대마초)가 남성의 생식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오리건 보건과학대학 연구팀은 미국생식의학회 학술지 〈임신과 불임(Fertility & Sterility)〉을 통해 마리화나에 함유된 THC(Delta-9- tetrahydrocannabinol,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에 만성적으로 노출될 경우 고환 기능이 감소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Chronic exposure to delta-9-tetrahydrocannabinol impacts testicular volume and male reproductive health in rhesus macaques(THC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붉은털원숭이의 고환 부피와 생식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Fertility Sterility 갈무리

연구팀은 이전에 마리화나에 노출된 적이 없는 생식 연령의 붉은털원숭이(rhesus macaques) 6마리를 대상으로 7개월 동안 매일 한 번씩 식용 가능한 THC를 지급했다. 이 기간 동안 동물의 정자 발달 주기에 맞춰 70일마다 지급되는 양이 증량되었고 사람이 처방받는 복용량까지 적용되었다.

정액 샘플은 THC 투여 전과 투여 종료 이후에 수집했는데, 비교 분석을 진행한 결과 THC의 투여가 테스토스테론의 감소와 심각한 고환수축 등 생식호르몬에 심각한 역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험에 이용된 붉은털원숭이의 고환 크기가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관찰됐다. 또한, 연구팀은 THC의 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용량의존적 효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2019년 11월 〈미국의사협회지(JAMA)〉에는 지속적인 마리화나 사용이 남성의 고환암 발병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이 실렸다. 마리화나를 피우는 남성을 대상으로 폐암·구강암·두부경부암 등 25가지 암과의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로 고환암을 제외한 다른 암에 대한 증거는 불충분했다.

'Association Between Marijuana Use and Risk of Cancer(마리화나 사용과 암 위험 사이의 연관성)' /Jama Network 갈무리

연구팀은 연구 결과에 대해 마리화나의 고환암에 대한 증거의 강도가 높지는 않았으나 마리화나가 고환 생식세포종양(germ cell tumor)의 발달과는 관련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2018년에 국제적인 저널 〈후생유전학(Epigenetics)〉에 실린 듀크대학교의 연구에서도 THC가 생식능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연구팀은 6개월 동안 매주 1회 이상 마리화나를 피운 24명의 남성들과 6개월 동안 마리화나를 피우지 않은 사람, 평생 마리화나 사용 횟수가 10회 이하인 사람을 비교했다.

비교 결과 남성의 소변에서 THC의 농도가 높을수록 정자의 유전적 변화가 뚜렷한 성향, 즉 정자의 농도가 낮아지고 DNA 메틸화(화학적 변형)가 발견됐다. 함께 진행한 쥐를 대상으로 THC를 주입한 실험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

논문의 주저자인 수잔 머피(Susan K. Murphy) 박사는 "대마초가 정자 DNA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다음 세대로 전파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영구적일지 알 수는 없지만 예방 차원에서 임신을 시도하기 최소한 6개월 동안은 대마초를 사용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권유한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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