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다양한 멍 때리기의 유행이 외신에 소개되고 있어
삼림욕과 유사한 효과가 나타나며 '주의 회복 이론'과도 관련 있어
멍 때리기는 뇌의 DMN 부위 자극, 뇌 정상화와 창의력 발휘 등 촉진

숲에서 나무와 하늘을 바라보는 '숲멍', 모닥불을 피워놓고 쳐다보는 '불멍',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비멍', 달을 보는 '달멍', 바다나 냇물 혹은 어항을 바라보는 '물멍' 등 그야말로 멍 때리기의 전성시대다.

올해 초 NBC 'The Today Show'에서는 우리나라의 웰빙 트렌드로 '멍 때리기(Hitting mung)'를 주목해야 한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한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빠른 속도에 스트레스를 받는데서 멍 때리기의 인기와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서, 디지털 환경에서 벗어나 마음을 편안하게 내려놓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 활동이라고 말한다.

'스트레스? 한국의 웰빙 트렌드 '멍 때리기'를 해보세요' /Today 갈무리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지난해 11월 서울발 기사를 통해 한국의 멍 때리기 유행을 조명한 바 있다.

WP는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와 치솟는 부동산 가격, 빡빡한 근무 일정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압박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피난처를 찾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선택한 것이 멍 때리기라는 것. 이와 함께, 지난해 5월 제주도 서귀포시 치유의 숲에서 열린 '2021 웰니스 멍 때리기 대회'를 소개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우리에게 익숙해진 멍 때리기 대회는 우리나라 예술가 '웁쓰양'이 2014년에 서울에서 처음 개최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을 기준으로 심박측정기를 지니고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주요 골자다. 현재는 우리나라 외에도 중국·대만·홍콩·네덜란드 등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멍 때리기 /사진=프리픽

멍 때리기가 실제로 뇌를 쉬게 해준다는 연구는 많다. NBC와 인터뷰를 진행한 캐나다 트렌트 대학교(Trent University) 심리학과 부교수인 엘리자베스 니스벳(Elizabeth K. Nisbet)은 멍 때리기를 삼림욕에 비유한다. 삼림욕은 누구나 알다시피 스트레스를 줄이며 혈압과 심박수를 낮추는 등 편안한 상태를 만들어준다.

니스벳 교수는 "멍 때리기는 자연의 경험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산만하지 않게 체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삼림욕과 매우 흡사하다"라면서 "자연적인 자극이 건축된 환경에서 고갈되는 자원을 복원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주의 회복 이론(Attention Restoration Theory, ART)과 관련이 있다"라고 멍 때리기를 설명한다.

미국의 뇌과학자 마커스 라이클(Marcus E. Raichle) 박사는 아무런 인지 활동을 하지 않을 때 오히려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를 발견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라고 명명한 이 부위는 컴퓨터를 리셋해서 초기설정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멍 때리기와 같은 상황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마커스 라이클 박사의 논문 '뇌 기능의 기본 모드'

DMN은 뇌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스위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사람의 경우 DMN 활동이 거의 없다는 것을 발견했고, 일본 연구팀은 DMN이 활성화되면 백색질의 활동과 혈류의 흐름이 활발해져 창의력 발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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