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이후 화학물질관리, 등록, 평가에 대한 법률 개정과 정보 제공
소비자의 안전한 선택 보장 되고 있나.
12명의 관계자와 전문가들 참석한 간담회 열려
유해물질 통합 위해성 평가와 생활제품 안전관리 연계

우리 사회는 산업현장에서의 유해 화학물질 누출 사고뿐만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제품들에서의 유해물질 검출로 인해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많은 피해자들이 존재했고, 여러 과정들을 통해 제품에서 사용되었지만 파악하지 못했던 화학물질의 독성, 검출 여부 실험 결과 공개 등으로 우리는 여러 가지 정보를 얻게 되었고, 정부는 규제를 정비 강화했다. 기업들은 독성이 검출된 제품들을 회수하거나 중단시키고, 독성이 없는 새로운 제품들을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접촉 경로와 다양한 유해 화학물질의 종류에 따른 효과가 다르고, 얼마나 많은 양에 노출되어야 우리 몸에 유해한 것인지에 대한 이견도 있어왔다.

2015년에 개정 발의된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으로 정부가 관리하는 대상이 유해 화학물질로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체 화학물질을 포괄해 관리 대상으로 간주하게 되었다. 국내에서 유통되고 사용되는 모든 화학물질의 정보를 수집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화학물질에 대한 독성 정보뿐만 아니라 취급량, 배출량 등 통계와 제품 내의 화학물질 성분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팀장이 지난해 11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열린 '국내 화장품 내 과불화 화합물 분석 및 실태 조사 발표 기자회견'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국내 판매 중인 화장품 20개 대상으로 성분을 분석한 결과, 10개의 제품에서 유해물질인 과불화 화합물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소비자의 안전한 선택 보장 되고 있나.

생리대 제품에는 주성분만 표시되는 게 아니라 이제 전체 성분이 표시되는 등의 사례를 보면 국내 화학물질 관리는 나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보화를 강화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단순한 정보가 제공된다고 해서 소비자의 안전한 선택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성분 표시의 정보를 보고 그 의미를 인지할 수 있어야 안전한 선택이 가능하지만 화학물질에 대한 전문 지식은 일반 사람들이 다 가질 수도 없다. 의도치 않게 제품에 함유되어 있을 유해물질을 포함해 전성분이 표시되어 있더라도 일상 용품 사용 시 우리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요소는 존재한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 1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의류시험연구원에서 리콜 명령이 내려진 슬라임, 색종이, 찰흙, 팔찌 등 8개 제품을 공개하고 있다. 국표원은 유치원·초등학교의 2학기 등교에 대비해 총 169개 어린이 제품을 대상으로 안전성 조사를 실시하고 납, 방부제, 붕소 등 유해물질 등이 검출된 8개 제품에 리콜 명령을 내렸다. /사진=뉴시스

사람 중심의 통합 유해물질 총량 관리에 대해 논의하다.

어떤 개별 제품에 대한 위해성을 평가해 설정한 기준으로 관리해왔던 제품 중심의 기존 방침에서 다양한 제품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오는 유해물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게 필요했다. 최근 통합 유해물질을 총량으로 관리하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 정부와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지난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해물질 위해성 평가 전문가들과 함께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간담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식약처 처장, 소비자위해예방국장, 식품위해평가부장 등 총 6명과 서울대·서강대·중앙대·포항공대 등 교수 6명의 전문가 등 총 12명이 참석했다. 이번 간담회를 통해 식약처는 통합 위해성 평가와 생활제품 안전관리를 연계하는 중장기 목표 및 추진전략, 소비자 소통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통합 위해성 평가는 '인체적용제품의 위해성 평가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다양한 제품과 환경을 거쳐 우리몸에 들어오는 유해물질의 위해성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 중심의 통합 위해성 평가 /식품의약품안전처 

김강립 식약처장은 "그동안 제품군별로 유해물질의 위해성을 평가했으나 이제 사람 중심의 위해성 평가로 전화하는 출발점에 첫 발을 떼었다"며 "앞으로 통합 위해성 평가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들의 정책 제언을 토대로 유해물질 위해성 평가를 체계적으로 시행하는 기본계획(2023~2027년)을 수립할 것과 학계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강조했다.

한편, 지난 13일에 환경부는 고체형 벌레퇴치제 등 중복 규제를 받는 생활화학제품의 화관법 적용이 14일부터 당분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 심의 중인 화관법 개정안을 우선 적용함으로써 중복 규제 문제를 해소하고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고체형 벌레퇴치제와 인쇄용 잉크·토너, 미용 접착제, 문신용 염료, 습기제거제, 인공 눈 스프레이, 공연용 포그액 등이 해당된다. 당분간 이 제품들을 보관·판매하는 마트, 약국, 택배업체 등은 화관법상 유해화학물질 취급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철저한 화학사고 예방 관리가 필요한 고농도 원료 취급 제조사업장 등은 화관법상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유엔인권 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독성물질과 인권에 관한 특별보고관에 따르면 독성 유해 물질에 대한 노출은 종종 가장 취약한 인구인 빈곤층, 노동자, 이민자나 소수 민족을 포함해 영향을 미친다. 특히 가장 위험한 사람들은 어린이다. 소아과 의사들은 많은 어린이들이 이미 오염된 상태로 태어나 전 세계적으로 질병과 장애, 조기 사망의 '조용한 대유행'을 초래한다고 말한다. 이는 우리가 이러한 유해물질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이유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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