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높은 먹방, 시청자들의 과식 초래
과식으로 인해 증가하는 활성산소는 노화 촉진
과식은 담석증과 위장질환의 원인.. 발암물질 많이 섭취하는 것
적당한 포만감 추구·식사 속도 조절·충분한 수분 섭취 등으로 과식 방지

한국의 '먹방(Mukbang)'은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옥스퍼드 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에 등재되기까지 한 콘텐츠 장르다. 유명한 음식이나 특이한 음식을 먹는 주제도 많지만 주로 인기를 끄는 것은 한 사람이 엄청난 양의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모습이다. 특별한 체질을 가지고 있는 유튜버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대리만족을 느끼는 대서 즐기는 포인트가 있는 것으로 그 인기가 상당히 길게 유지 중이다.

구글에서 검색해서 나온 '먹방' 콘텐츠들

문제는 먹방에 대한 중독이 실제 시청자들의 과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윤영호 교수 연구팀이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방문 조사를 한 결과 약 64%가 먹방 시청이 건강 습관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바 있으며,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지>에 실린 '20세 이상 성인의 먹방 시청 시간에 따른 식행동 비교'에 따르면 먹방 시청 시간이 길수록 과체중·비만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아이들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영국 리버풀 대학 연구진이 176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먹방의 영향으로 아이들의 섭취 칼로리가 26%가량 증가하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과식이 초래할 수 있는 비만과 과체중의 위험성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스트레스와 함께 만병의 근원으로 꼽히는 비만은 지방조직은 물론 간·근육·심혈관계·췌장 등의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다양한 합병증의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과식 /사진=픽사베이

중요한 것은 비만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과식 자체가 주는 위험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노화다.

사람이 음식을 섭취하고 소화, 흡수되는 일련의 과정에는 산소가 개입해서 연소하게 된다. 이때 남거나 불안정한 산소가 생성되기도 하는데 이것이 세포의 노화와 질병을 유발하는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 ROS)다. 과식을 할 경우 활성산소 역시 과잉 생성되게 되고 산화적 손상을 일으키게 된다.

산화적 손상이란 체내 세포막과 DNA를 손상시키고, 효소·호르몬의 활성을 저하 시키며 면역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을 말한다. 이는 질병과 노화의 지름길로 작용한다.

과식과 노화의 상관관계에 관한 대표적인 연구로 위스콘신-매디슨 대학(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과 국립노화연구소(NIA)가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를 통해 밝힌 논문 '칼로리 제한은 붉은털원숭이의 건강과 생존을 향상시킨다(Caloric restriction improves health and survival of rhesus monkeys)'를 꼽을 수 있다.

 '칼로리 제한은 붉은털원숭이의 건강과 생존을 향상시킨다(Caloric restriction improves health and survival of rhesus monkeys)' /네이처지 갈무리

리서스 원숭이 76마리를 대상으로 1980년대부터 시작된 이 연구는 식사량을 기준으로 구분해서 두 그룹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한때 제한된 식단이 수명과 질병예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UW 연구팀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발표했으나, NIA 연구팀은 큰 개선점을 찾지 못했다는 상반되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두 연구 팀의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은 실험 간 식단 구성과 원숭이의 나이 등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으며, 실험 정보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과식보다는 제한된 식사가 더 긴 생존과 관련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연구 저자인 UW의 로잘린 앤더슨(Rozalyn Anderson) 부교수는 "이 연구의 주요 메시지는 먹는 양이 노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라며 "이 연구는 영장류가 성인이 된 이후에 칼로리 섭취를 줄이면 건강과 생존에 있어서 이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노년층에서 주로 발병했지만 최근 젊은 세대에서도 늘고 있는 질환 중에 하나가 담석증이다. 음식물을 소화하기 위해 간에서 분비되는 담즙은 담낭과 담관을 지나는데 이곳에 농축되어 딱딱한 결석으로 맺히게 되는 것이 담석증이다.

담석증 /이미지=서울아산병원

복통과 소화불량 등을 일으키는 담석증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과식과 고지방·고콜레스테롤식이 주요 원인이다. 수일간 더부룩함이 지속되거나 몇 시간이나 오른쪽 옆구리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병원에 방문해야 하며 필요시 절제술도 진행하게 된다.

과식과 위암의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위염이나 위하수증과 같은 위장질환이 과식과 관련되어 있고, 발암 물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과식을 지양하라는 권고가 유지된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과식을 피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식사량을 60~70% 정도의 포만감으로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식사 속도를 천천히 하는 것이 좋은데 식사 중간에 틈틈이 수저를 내려놓는다든지 입속에 음식이 있을 때 다른 음식을 넣지 않는 식으로 습관을 조절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혹은 평소에 쓰지 않는 익숙하지 않은 손을 식사때 사용하는 것도 시도해 봄직하다.

많이 씹는 활동은 위의 부담을 확실히 줄여주고 소화를 촉진한다. 식사시간이 약간 길어지더라도 식사량은 증가하지 않는 바람직한 방법이다. 음식을 식탁 위에 전부 올려놓고 먹기 보다 적당량을 덜어서 먹는 것도 추천한다.

물은 몸에 있는 독소와 노폐물을 제거하는 해독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를 전체로 놓고 꾸준히 물을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한데 과식습관을 막아주기도 한다. 사람은 탈수를 배고픔으로 착각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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