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패트릭의 날' 축제 때 진행하는 '그린 비어 데이(Green Beer Day)'
부활절 기간 동안만 출시하는 녹색 맥주도 있어
정식 와인으로 인정받지는 못하는 블루 와인 '긱(Gik)'과 '빈디고(Vindigo)'

매년 3월 17일은 ‘성(聖) 패트릭의 날(St. Patrick’s Day)’로 아일랜드에 가톨릭을 전파한 수호성인 성 패트릭(386년~461년)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는 가톨릭의 핵심 교리인 삼위일체를 세잎 클로버(shamrock)에 빗대어 쉽게 설명하며 전도한 것으로 유명한데 그 덕분에 녹색과 클로버가 그의 상징이다.

성 패트릭의 날에 개최되는 축제는 1737년 미국 보스턴에서 처음 시작됐다. 초록빛 깃발과 의상을 갖추고 행진을 하던 것이 지금은 뉴욕을 비롯해서 캐나다·호주·뉴질랜드·남아공 등 아일랜드계가 많은 곳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린다. 백악관 연못과 시카고 강물을 녹색으로 물들인다든지 세계 주요 명소들을 녹색 조명으로 밝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녹색 빵과 클로버 모양의 쿠키가 등장하기도 한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녹색 맥주다.

축제가 열리는 지역의 술집들은 녹색 맥주를 판매하는 '그린 비어 데이(Green Beer Day)’를 개최한다. 다만 녹색 맥주라고 해서 특별한 제조 방식으로 따로 만든 것은 아니다. 아일랜드의 또 다른 자부심인 기네스 맥주에 초록 식용 색소를 첨가하는 정도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구글에서 'Green Beer'를 검색해 보면 성 패트릭의 날을 겨냥한 녹색 맥주 레시피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검색된 녹색 맥주 레시피 /구글 검색 갈무리

체코에는 '젤레니 피보(Zeleny Pivo)'라는 유명한 녹색 맥주가 있다. 물론 성 패트릭의 날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매년 부활절 기간에만 한정적으로 출시하는 특징이 있다. 부활절 기간에 있는 성(聖) 목요일은 독일에서 '녹색 목요일(Gründonnerstag)'로 부르는데 이때 녹색 음식을 즐겨먹는 것 과도 의미를 같이한다.

와인보다 전통을 강조하는 술은 없다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 파란색 와인이란? 그야말로 파격이다. 그래서 2016년 스페인에서 나타난 블루 와인 긱(Gik)은 그만큼 등장부터 충격이었다.

Gik /giklive

스페인과 프랑스 지역에서 생산된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 품종을 섞어 만든 긱은 적포도 껍질에서 얻은 안토시아닌(anthocyanin)에 식물 기반 유기농 색소인 인디고틴(Indigotine, 일명 '쪽 염료')을 더해 파란색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별도의 감미료는 들어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전통적인 와인 제조 방식으로는 나올 수 없는 색이었기에 당시에 논쟁을 낳았고, 100% 포도로 만들어야 하는 와인의 규정에 맞지 않기 때문에 정식 와인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독특한 색과 이단아적인 이미지로 젊은 층에게는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긱 이후로 프랑스 회사인 빈디고(Vindigo) 역시 지난 2018년 푸른색 와인을 선보였다. 회사 대표인 르네 르 베일(Leene Le Bail)은 샤도네이를 기반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하지만 여전히 자연적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의혹과 함께 정식 와인으로 인정받고 있지는 못하다.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프랑스 다 보니 프랑스 와이너리들이 협력을 해주지 않아 스페인에서 생산한다는 현실도 흥미롭다.

빈디고 블루 와인 /Decanter 갈무리

포인트경제 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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