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모사한 섬유, 스핀텍스 엔지니어
달팽이관 원리, 소리까지 듣는 인공피부
홍합의 남다른 수중 접착력 모방, 고성능 무독성 접착제 'PCS' 개발

그야말로 자연에서 답을 얻는다. 생물체의 특성과 구조, 원리를 적용해서 방법을 찾는 생체모방기술(Biomimicry)은 지속 가능한 지구를 추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식물과 동물, 산과 바다를 넘나들며 힌트가 되어주는 자연을 닮은 기술은 그 영역이 점점 더 다양해지는데 다음은 그중 몇 가지다.

 거미줄 모사한 섬유, 스핀텍스 엔지니어(Spintex Engineering)

스파이더맨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히어로 캐릭터다. 거미줄을 이용한 날렵한 몸놀림으로 대표되는 액션은 시각을 사로잡으며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리고 그 상상력은 현실을 좀 더 발전시키기도 한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 개발한 스핀텍스 엔지니어는 거미가 거미줄을 만드는 것을 모사한 섬유다. 섬유의 재료가 되는 액체 젤에 가혹한 화학 반응을 사용하지 않고도 실온에서 방적(紡績) 할 수 있는 기술로 거미의 방적돌기 능력과 유사하다.

스핀텍스의 공정은 합성 고분자 섬유보다 에너지 효율이 1000배가 높고 부산물로는 물 밖에 없기 때문에 지극히 친환경적이다. 이렇게 생산된 섬유는 고성능이면서 생분해성이고 생체 내에 축적되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패션 섬유는 물론 항공 우주 및 자동차 산업, 생체 적합성 의료 섬유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기술은 미국의 비영리 단체 생체모방연구소(Biomimicry Institute)가 선정한 '2021년 희망의 빛 상(2021 Ray of Hope Prize)'에서 300개 팀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해서 상금 10만 달러를 받기도 했다.

▲ 달팽이관 원리, 소리까지 듣는 인공피부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고현협(에너지화학공학과)·김재준(전기전자공학과) 교수팀은 최근 사람의 동작과 촉감은 물론 다양한 소리를 인식하는 인공 피부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린 논문을 통해 소개된 이 기술은 귓속 달팽이관이 소리를 주파수별로 구분해 받아들이는 원리를 응용해 인공 피부 센서에 적용했다. 달팽이관의 기저막처럼 두께와 다공성, 면적 등이 다른 센서 여러 개를 연속적으로 붙여 다양한 자극에 민감도를 높인 것. 평면 형태 센서보다 압력 민감도가 최대 8배 향상됐다는 평가다.

소리듣는 인공피부 센서 기반 기계 조종 기술의 특징과 응용 분야 /연구 이미지=UNIST 제공

연구팀은 센서를 활용해서 주파수를 이용한 아바타 로봇 손 제어기술과 스마트 햅틱 장갑 같은 응용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아바타 로봇 손이 사용자의 움직임을 따라 하는 시연에서 유리·종이·실크 등 8가지 다른 물질의 질감을 93% 정확도로 인식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버튼이나 키보드를 누르는 대신 정보를 직관적으로 기계에 전달하는 사람-기계 인터페이스"라고 기술을 소개하며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사물 인터넷(IoT)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홍합의 남다른 수중 접착력 모방, 고성능 무독성 접착제 'PCS' 개발

거친 해양 환경 속에서도 바위 표면에 굳건히 붙어있는 홍합을 보면 어떤 힘으로 가능한 건지 궁금했을 것이다. 비밀은 바로 홍합 접착 단백질이다.

홍합의 접착력 /Mussel Polymers 갈무리

2019년에 설립된 '머셀 폴리머스(Mussel Polymers Inc, MPI)'는 홍합의 접착 단백질을 모방한 '폴리카테콜스티렌(Poly Catechol-Styrene, PCS)'이라는 고성능 무독성 접착제를 개발했다. 수중에서도 사용 가능하고 다른 수중 접착제에 비해 300% 더 강하다고 소개하며, 목재·강철·아크릴·우레판·애폭시·TPU(고무탄성 플라스틱) 등 다양한 재료에 적용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현재 해양생태계에 관한 큰 문제 중 하나인 암초 재건을 위해 새로운 산호를 부착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효과적인 코팅과 접착이 필요한 치과분야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사람의 입이라는 습한 환경에서 치과 부품은 접착과 코팅의 지속성을 필요로 하면서 안전함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PCS가 적합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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