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 2위 굴 생산국..굴 껍데기의 자원화 필요
7월 21일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개선 기대
바다 정화·방파제·배연탈황흡수제·제철공정 등에 활용되고 있어
천연 접착제와 만나 가구로 재탄생 하기도

굴 /사진=픽사베이

우리나라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굴 생산국이다. 그만큼 굴 껍데기라는 수산부산물(水産副産物)도 상당량 발생하는데 굴의 특성상 그 양이 만만치 않다. 2020년 기준 약 35만 톤의 굴 생산량에서 굴 껍데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31만 톤 가량 된다.

이렇게 발생된 굴 껍데기는 60%가량 비료나 사료로 재활용되고 40%는 보관되거나 방치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비료나 사료로 재활용되는 것도 점차 기피되고 있는데 염분으로 인한 토양의 피해가 우려되고 석회질 성분이 땅을 단단하게 만들기 때문에 비료임에도 농사에 적합하지 않은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수산부산물은 쉽게 산패되는 문제로 처리 공정이 까다롭고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되어 관리 및 재활용이 엄격하다는 두 가지 커다란 제약이 있어왔다. 특히 굴 껍데기 같은 경우는 보관기간이 90일(중간가공 폐기물은 120일)로 제한되어 방치되어 온 것이 사실. 다행히 오는 7월 21일부터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 굴 껍데기의 처리와 재활용 방법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가 된다.

굴 껍데기는 자원으로서 가치가 충분한 수산부산물이다. 다양한 쓰임새 중에서 가장 먼저 관심을 받는 것은 바다를 정화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동부의 체사피크만(Chesapeake Bay) 인근에 90억 개(누적)의 굴 껍데기를 살포해서 해양을 정화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굴회복조합(Oyster Recovery Partnership) 홈페이지 갈무리

2010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굴회복조합(Oyster Recovery Partnership)'은 메릴랜드 천연자원부(Maryland Department of Natural Resources)와 미 육군 공병대(U.S. Army Corps of Engineers)와 함께 굴 껍데기를 다시 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 식당으로부터 수집한 굴 껍데기를 재생 공정을 거쳐 새로운 굴 배양처로 만들고, 부화시킨 새끼 굴을 이 재활용 굴 껍데기에 착상시켜 다시 체서피크만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과정은 수 년이 걸리지만 굴의 개체 수를 유지하고 바다 정화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굴은 해안가의 신장(腎臟)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물을 빨아들이고 내뱉는 과정에서 하루 약 50갤런(약 190L)을 정화하며 녹조를 발생시키는 질소도 흡수해서 껍데기에 저장한다. 뿐만 아니라 굴 껍데기는 암초 복원에도 역할을 해서 해안 생태계 개선도 돕는다.

네덜란드의 친환경 굴 방파제 암초 시스템 ①파도 ②굴 암초 ③염습지로 변하는 갯벌 ④맹그로브를 심기에 유리한 배후지 /이미지=네덜란드 물 부문(Dutch Water Sector)

굴 껍데기로 방파제를 만드는 곳도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州)와 네덜란드는 해수면 상승과 홍수를 막기 위해 굴을 이용한 방파제를 활용하고 있고, 미국 루이지애나주(州)와 방글라데시의 경우 해안 침식을 막기 위해 굴 방파제를 조성하고 있다. 실제로 루이지애나주 같은 경우는 굴 껍데기 방파제로 해안 습지의 침식 속도가 절반으로 줄었고, 방글라데시의 쿠투브디아 섬은 굴 암초 방파제 조성 이후에 해안 침식이 54%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굴 껍데기의 수분과 염분을 제거해서 산화칼슘이나 수산화칼슘을 얻는다든지 석회성분을 추출해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석회 성분은 황산화물을 걸러내는 배연탈황흡수제 원료로 쓰이기도 하고, 제철과정 중 소결공정(가루 상태의 철광석을 고로 투입에 적합한 형태로 만드는 과정)에 적용될 수 있는데 이미 일부에서는 굴 껍데기가 활용되고 있다.

굴 껍질, 생선 풀, 다시마(해초) 및 쌀 전분 등을 재활용해 만든 작품들 /캐롤라이나 헤르드 갈무리

스웨덴 디자이너 카롤리나 헤르드(Carolina Härdh)는 굴 껍데기의 기능성을 주목해서 테이블과 의자와 같은 가구들과 젓가락 받침대를 제작했다. 스웨덴 예테보리에 위치한 일식 레스토랑 '우라(Vrå)'에 사용된 가구들은 굴 껍데기를 분쇄한 뒤 녹말·생선뼈·다시마를 천연 접착제로 활용해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천연 접착제는 물에 녹기 때문에 이 작품들은 생분해되어 퇴비로도 활용될 수 있다.

포인트경제 심성필 기자

저작권자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