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종을 그려 넣은 콘돔을 배포하는 '생물다양성센터'
인구 과잉을 막고 인간 활동으로 인한 동물 멸종에 경각심
동물성 단백질·독성 성분 제외, 공정무역을 지향하는 제품 출시 줄이어

170만 명 이상의 회원과 활동가를 보유한 비영리단체 '생물다양성센터(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는 2009년부터 100만 개 이상의 콘돔을 무료로 배포하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언뜻 쉽게 이해가 되지 않지만 콘돔의 효과와 포장 케이스를 보면 취지를 파악할 수 있다.

지난 50년 동안 인구수가 2배 이상 증가하는 과정에서 야생 동물 개체 수는 절반으로 감소했다. 인구과잉과 그로 인한 인간 활동이 야생 동물 멸종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는 것이 생물다양성센터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일환으로 콘돔을 이용한 안전한 성관계야말로 원할 때만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며 사람과 지구에 좋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멸종위기종을 알리는 콘돔(Shawn DiCriscio의 작품. Lori Lieber의 패키지 디자인) /사진=생물다양성센터(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

이런 의도와 함께 센터에서 무료 배포하는 콘돔의 포장 케이스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물의 그림과 정보가 들어있다. 올해 지구의 날(4월 22일)에 배포한 콘돔 포장에는 북극곰·수달·아메리카흰두루미·제왕나비 등 9종의 멸종 위기종이 그려져있다. 포장 케이스는 재활용 종이와 식물성 잉크로 제작되었으며, 콘돔은 공정무역 및 비건 인증을 받은 글라이드(Glyde) 제품이다.

참고로 글라이드 콘돔은 과거 거의 모든 콘돔에 사용되던 동물성 단백질의 일종인 카제인(casein) 없이 제품을 만들기 시작해서 비건 콘돔으로 불린다. ISO(국제표준화기구)·FDA(미식품의약국)·CE(유럽인증) 등으로부터 승인받았고 '비건'이라는 용어를 만든 단체인 비건소사이어티(Vegan Society)로 부터도 인증을 받았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지난해 설립된 콘돔회사 '젬스(JEMS)'는 다양한 성적 정체성과 안전한 섹스를 위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브랜딩 및 디자인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여성 대표들에 의해 탄생했다.

'젬스(JEMS)'의 창립자 Yasemin Emory(야스민 에모리)와 Whitney Geller(휘트니 겔러) /torontolife 갈무리
'젬스(JEMS)'의 창립자 Yasemin Emory(야스민 에모리)와 Whitney Geller(휘트니 겔러) /torontolife 갈무리

젬스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제품 투명성으로 기존의 콘돔 회사들이 성분표시를 하지 않는 것을 지적한다. 제품 목록에 없는 독성 성분을 첨가하는 경우가 많으며 여기에는 발암성 파라벤과 불필요한 향을 일으키는 방부제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첨가제들은 HIV 전염 및 효모 감염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분명히 유해하다는 주장이다.

젬스는 천연라텍스와 100% 실리콘 윤활제를 사용하며 이외의 어떤 것도 첨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생분해성이라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듯 콘돔이 환경과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정무역 고무와 천연라텍스를 사용하는 회사들이 점점 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여성 의료기관을 지원하기 위해 매출의 1%를 기부하는 '서스테인 내추럴(Sustain Natural)', 산부인과 의사가 승인한 생분해성 콘돔 'HANX', 비건 콘돔 브랜드를 표방하는 '페어 스퀘어드(Fair Squared)' 등은 친환경 무독성 윤리적 콘돔 브랜드를 지향하는 대표적인 회사들이다.

포인트경제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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