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에서 죽은 고래가 해변에 떠밀려 오는 일 이어져
세계자연기금, "해양생물종의 88%가 플라스틱에 부정적인 영향받고 있다"
인도의 코끼리 배설물에서 다량의 플라스틱 발견

필리핀 현지시간으로 지난 21일 민다나오섬의 주도 다바오 지역 해변에 18m 길이에 달하는 향유고래가 죽은 채 떠밀려 왔다. 몸 곳곳에 크고 작은 상처가 확인됐으나 아직 명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필리핀 해변에 향유고래가 죽은 채 떠내려 온 것은 올해에만 이번이 두 번째로, 첫 번째로 발견된 13m 길이의 향유고래는 해부를 통해서도 사인을 밝히지 못했다. 

다바오 지역에서 발견된 향유고래 사체 /다바오 환경자원부(DENR Davao) 페이스북 갈무리

이처럼 고래가 죽은 채로 떠밀려 나타나는 것은 비단 필리핀뿐만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미국 등지에서도 이어지고 있어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유고래의 죽음에 해양 쓰레기와 유독성 미세 플라스틱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죽은 상태로 발견되는 고래들의 위와 내장에서 나일론 밧줄 조각·플라스틱 컵 조각들이 발견되고 일부에게서 유독성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는 것을 근거로 제시한다.

올해 2월 세계자연기금(WWF)이 발간한 보고서 〈플라스틱 오염이 해양생물종, 생물다양성,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Impacts of plastic pollution in the oceans on marine species, biodiversity and ecosystems)〉에서는 해양생물종의 88%가 이미 플라스틱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바닷새의 90%, 바다거북의 52%가 위장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된다고 적고 있다.

WWF 독일본부 해양보전프로그램 하이케 베스퍼(Heike Vesper) 국장은 "바다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 회수는 매우 어렵다"라고 말하며 "작은 조각으로 분해되는 플라스틱으로 인해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플라스틱으로 인한 야생동물에 대한 피해는 바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최근 인도 자와하랄 네루 대학(Jawaharlal Nehru University)의 생태학 연구원 기탄잘리 카틀람(Gitanjali Katlam)은 쓰레기장에서 쓰레기를 먹고 있는 코끼리를 목격했던 경험으로 시작한 연구에서 코끼리 배설물에서 플라스틱이 배설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인도 우타라칸드 숲이 우거진 풍경 속 아시아 코끼리의 플라스틱 섭취량 /Sciencedirect 갈무리

인도 북부지역 생태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네이처 사이언스 이니셔티브(Nature Science Initiative)'와 진행한 연구에서 인도 우타라칸드(Uttarakhand)주의 코끼리 배설물을 수집 분석한 결과 마을 쓰레기장 일대는 물론 근처의 숲에서도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고 밝혔다. 아시아 코끼리의 경우 음식을 소화하는 데 약 50시간이 걸리며 하루에 약 6~12마일(약 9.65km~19.3km)을 이동하는 것을 고려하면 플라스틱이 전파된 지역은 더 넓을 것으로 추정한다.

연구팀은 배설물에서 발견된 쓰레기의 85%에 해당하는 플라스틱들에 식품용기·식기류·비닐봉지·포장지가 주를 이뤘고 유리·고무·직물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말한다. 이는 코끼리의 소화기관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체내에 화학물질을 축적시키며 죽음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코끼리 배설물을 통해 옮겨진 플라스틱이 다른 동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연쇄효과도 발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코끼리 배설물에서 확인된 플라스틱 유형(a-스티로폼, b-일회용 플라스틱 컵, c-플라스틱 튜브, d-세제 포장, e-일회용 접시, f-향신료 분말 포장, g-폴리에틸렌 봉투, h-케첩 포장, i-향신료 포장, j-우유 포장, k-담배 포장) /사진=BioRxiv

카틀람 박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정부가 고체 폐기물 관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개인들도 분리배출을 통해 생물들이 플라스틱을 섭취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매우 간단한 단계지만 매우 중요한 단계"라고 말한다. 이번 연구팀의 결과는 〈자연보호학술지(Journal for Nature Conservation)〉 8월 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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