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하수로 처리되는 소변을 별도로 자원화하는 시도들 이어져
소변을 건조해 비료로 만드는 스웨덴 연구팀
우주인들의 소변 재활용은 필요가 아니라 필수
싱가포르에서는 소변과 오수를 재활용한 맥주 선보여

소변 /사진=픽사베이

과거에 사람의 소변은 귀하게 쓰였다. 농경사회에서 농작물의 비료로서는 물론 가죽을 무두질할 때, 옷을 세탁할 때나 화약을 만들 때도 소변은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하지만 현대적인 중앙 집중식 하수관리 시스템이 등장한 이후로 소변의 사용은 사라졌고 오히려 깨끗한 처리 및 관리의 대상이 됐다.(물론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 위주에 대한 이야기다)

생활하수로 분류되어 처리되는 소변은 미생물 처리를 포함한 다양한 정화 단계를 거치는데 이 과정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물론 질소를 포함한 여러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당연한 과정이지만 그 소요가 크고 소변의 경우 역사에서 보듯 재활용의 가치가 있어 자원화하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스웨덴의 가장 큰 섬인 고틀란드(Gotland)는 담수가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녹조를 일으키는 농업과 하수도 시스템으로 인해 오염과 싸우고 있는데 소변에서 개선의 가능성을 찾고 있다. 스웨덴농업과학대학(Swedish University of Agricultural Sciences, SLU)팀은 지난해부터 이동식 화장실을 임대하는 현지 회사와 협력, 물 없는 소변기와 특수 화장실을 통해 3년에 걸쳐 7만 리터 이상의 소변을 채취하는 것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고틀란드에서 소변으로 비료를 준 보리(오른쪽), 비료 없이 재배한 보리(가운데), 광물 비료로 준 보리(왼쪽)를 비교하고 있다
고틀란드에서 소변으로 비료를 준 보리(오른쪽), 비료 없이 재배한 보리(가운데), 광물 비료로 준 보리(왼쪽)를 비교하고 있다. /네이처지(Nature) 갈무리

이 과정을 통해 모아진 소변은 콘크리트와 같은 덩어리로 건조해 가루로 만들게 되는데 이는 비료 알갱이로 압축된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지역 농부들이 맥주를 만들기 위한 보리를 재배하는데 비료로 활용하게 되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프리스비 시마(Prithvi Simha)는 소변으로 인간이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질소 및 인 비료의 4분의 1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칼륨과 미량의 영양소들도 함유하고 있다며 높은 활용가치를 주장한다. 그러면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개념을 넘어서 실제적으로 전 세계에서 따를 수 있는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공간은 다르지만 우주 비행사들이 소변을 식수로 사용하는 것이 필수가 되어가는 것도 소변 재활용의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이 독자적으로 건설 중인 '톈궁(天宮)'에 참여하고 있는 우주 승무원들은 자체적인 소변 처리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소변을 증류수로 바꾸고 이를 식수로 사용하거나 청소 및 산소 발생에 활용하는 것인데, 한 번에 소변 6리터를 증류수 5리터로 바꿀 수 있으며 시간당 최대 2.5리터의 증류수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이미 소변을 정화해서 사용해오고 있었다. 우주에서 장기간 머물러야 하는 상황에서 물을 우주까지 조달하는 것은 엄청난 비용이 요구되기 때문에 소변뿐만이 아니라 땀·샤워에 사용한 물·실험용 동물의 소변까지 정수해서 사용하는 것은 필수적인 기술이다. 더욱이 더 먼 우주로의 여행을 준비하는 인류 입장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져 기술과 방식에 있어 지속적인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다.

 2020년 공개된 NASA의 소변정수기계 초기 버전 /NASA, CNET 갈무리

흥미로운 것은 ISS에서 함께 생활하지만 미국과 러시아 우주인의 달랐던 점이다. 우선 물을 정수하는데 미국의 경우 요오드를 이용해 물을 살균하고 요오드를 한 번 더 거르는 방식을 사용했지만, 러시아의 경우 항균작용을 하는 은이온을 사용했던 차이가 있다. 또한 러시아는 소변을 재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 우주인의 소변은 지상으로 보내거나 미국 우주인들이 정수해 식수로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브루(NEWBrew) /Brewerkz 갈무리

한편, 지난달 싱가포르의 한 양조업체는 오수와 소변을 재활용한 친환경 맥주를 출시했다. '뉴브루(NEWBrew)'로 불리는 이 맥주는 소변과 오수를 정화한 '뉴워터(NEWater)'로 만들어졌다고 홍보하는데, 지역 매체는 싱가포르의 재활용수가 국제표준을 준수하고 맥주 양조에 사용하기에도 충분히 깨끗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하고 있다. 시음한 사람들은 '부드럽고 구운 꿀 같은 뒷맛'이 있어 싱가포르의 열대 기후에 매우 적합한 좋은 맥주라고 평가한다는 후문이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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