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년 간 20년 이상된 노후산단서 사상자 226명, 사망자 99명
산업단지 화학사고, 많은 사고 원인으로 꼽히는 '노후설비'
"일반설비처럼 특별법이 필요하다"
국민동의청원 진행, 6.21~7.21까지 '산업단지 노후설비 특별법 제정에 관한 청원'

근로자가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과 설비·원재료·가스·증기·분진 등에 의한 작업이나 업무로 인해 사망이나 부상·질병에 걸리는 것. 이러한 산업재해로부터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유해·위험요인을 제거하고 재해 및 직업병을 예방해 근로자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기업에서 관리하는 것이 '산업안전보건관리'의 정의다.(고용노동부)

여수국가산단전경 /사진=뉴시스

2017년도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관리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산업에서 하루에 평균 약 250명의 재해가 발생하고, 약 5명이 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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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를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올해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다. 하지만 이후로도 사고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산업단지 화학사고, 많은 사고 원인으로 꼽히는 '노후설비'

지난 2월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의 석유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여천엔씨씨(NCC) 3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노동자 4명이 숨졌다. 소방당국은 화학공장 내부 냉각시설인 열교환기 청소를 마친 노동자들이 시설을 조립하고 공기가 새는지를 점검하려고 내부 압력을 높이는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폭발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화학물질 새어나와 밸브 구멍나고, 철골 녹아내리고, 파이프 부식되고..."
<한겨레21> 지난 2월 '산업단지 노후설비 노동자는 불안하다'

여천앤씨씨의 산재 사고는 2001년 폭발사고 1명 사망, 2006년 냉매 오일 유출로 2명 중화상, 2008년 화재 발생으로 2명 부상 등이 계속되어왔다. 여수산단의 전체 산업재해는 2017년부터 올해 2월까지 사망자 15명, 부상자 10명으로 두 달 전엔 폭발사고로 노동자 3명이 숨지기도 했다.(한국산업단지공단 자료,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1년 여수플랜트노조에 접수된 산재 사고 72건 등 여수산단의 산재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여수국가산단여천NCC폭발사고 대책위원회가 2월 14일 오전 전남 여수시청 현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왼쪽), 2월 12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전남 여수제일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여수산단 여천NCC 폭발 사고 희생자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오른쪽) /뉴시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산업단지에서 노동자가 일하다가 다치거나 사망하고 있다. 전국 64개 산단에서 7건의 화재폭발 등 산재사고가 발생(9명 사망, 15명 부상)했으며, 이는 모두 20년 넘은 노후산단이었다.

"일반설비처럼 특별법이 필요하다"

지난 5월에는 울산시 온산공장에 위치한 S-OIL 공장 폭발 및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울산의 산업단지도 60년이 지나 설비 노후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 이후 매년 80여 건의 산업단지 화재와 폭발, 화학물질 누출 사고 등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도 불안과 공포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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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온산공단 S-OIL(에쓰오일) 공장에서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소방청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일과건강에 따르면 최근 6년 간 20년 이상된 노후산단에서 22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는 99명에 달한다. 이 중 40년 이상 산단에서의 사망자가 66명으로 65%에 달한다. 또한 전체 산업단지 중 노후산단 비율은 30%를 차지하고, 국가산단만 70%에 해당한다.

국내에는 교량과 터널, 항만, 댐 등 일반시설물 안전관리특별법은 있지만 더 위험한 산업단지 시설물에는 이러한 안전관리특별법이 없는 상황이다. 산업안전보건관리의 책임을 기업에게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일반시설물처럼 중앙정부와 지자체에게 감시감독 권한을 주고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 지역주민의 참여와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전한 시설에서 일할 당연한 권리, '산업단지 노후설비특별법' ⓒ포인트경제CG
안전한 시설에서 일할 당연한 권리, '산업단지 노후설비특별법' ⓒ포인트경제CG

시민 사회단체들과 노동계는 노후설비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수년에 걸친 산업안전보건법,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에도 노후설비에 의한 사고는 계속되고 있으니 노후설비를 별도로 규정하고 통합적 관리를 위한 노후설비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후설비특별법 제정을 위한 석유화학단지 토론회도 열렸다. 지난달 24일에는 민주노총 울산본부에서, 다음날인 25일에는 서산문화원에서 노후설비특별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특별법 제정으로 지자체장 의무를 강화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비용 문제로 노후 설비를 일부만 교체하면, 향후 몇 년간 유지보수 계획이 잡히지 않아 사고 발생 가능성 높아 특별법 필요하다"
"고압가스 저장 시설 등은 주기적으로 정기검사를 받지만, 파이프라인 등에는 법적인 근거가 없어 방치 상황이다. 현장점검 인력 부족도 해결해야 할 문제"

지난 5월 24일 (화) 오후 2시 민주노총 울산본부 2층 회의실에서 열린 노후설비특별법 제정을 위한 울산석유화학단지 토론회 /일과건강 갈무리

토론자로 참석한 노동부 중대산업사고 예방센터·환경부 화학재난방제센터·산자부 한국산업단지공단 지역 담당자는 특별법 제정 취지에 동의한다며 향후 관련부처간 협의가 잘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서산시 담당자는 법 취지에 동의하지만 지자체의 권한 의무 등 법 추진 과정에서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울산석유화학단지 토론회에는 지자체 담당자와 노동부 담당자 S-OIL 화재 폭발 사고로 바쁘다며 불참 통보했다고.

국민동의청원 진행, '산업단지 노후설비 특별법 제정에 관한 청원'

산업단지 노후설비특별법 제정에 관한 국민동의청원 갈무리
산업단지 노후설비특별법 제정에 관한 국민동의청원 갈무리

노후설비특별법 제정 추진단과 민주노총은 6월 21일~7월 21일까지 '노후설비 특별법' 국민동의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청원에서는 현재까지 노후설비에 대한 규정이 없어 명확한 관리대상 노후설비 정의가 필요하며, 그 범위에 대해 산업단지 내 20년 이상된 설비와 가동연한이 지나 재질의 열화, 부식, 마모 및 피로 등에 의하여 손상을 입은 노후화된 설비를 포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산업단지 노후설비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 그 주요 내용은 ▲관계부처는 노후설비에 대해 5년마다 기본계획 수립, 시행하고 통합관리체계를 구축 운영, ▲사업주는 매년 진행한 안전점검 결과에 따른 개선계획서를 3년마다 작성하여 노동자의 참여와 알권리 보장을 위해 사업장 노사 심의절차를 거쳐 정부 관계부처에 제출, ▲관계부처는 사업주가 제출한 개선계획서 적합 여부를 검토한 후 사업장 소재지의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제공, ▲개선계획서를 지역 주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홈페이지 등에 알기 쉽게 공개 ▲이행여부 확인을 위한 사업장 출입·조사 점검과 주민의 참여 보장을 위해 민산관이 참여하는 지역협의체를 구성 운영, ▲사업장의 개선계획서 이행에 대해 기술•행정•재정 지원 등이다.

산업단지 노후설비특별법 제정에 관한 국민동의청원 모바일 화면 캡처 ⓒ포인트경제

'산업단지 노후설비특별법 제정에 관한 국민동의청원' 진행 이틀째인 23일 오후 12시께 기준 945명(1%)이 참여했다. 국민의 입법참여 통로로 기능하는 국민동의청원제도는 30일 내에 10만 명의 동의를 얻은 청원이 국회 논의 대상으로 접수된다. 

해당 청원은 모바일에서도 쉽게 가능하다. 청원하기 버튼을 누르면 본인 확인 절차에서 국회 통합회원 로그인 혹은 비회원 인증하기(휴대폰 본인인증, 공동 인증서, 아이핀 인증 등)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안전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논의와 법 제정, 안전 문화 교육 등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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