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Pb)과 같은 환경 신경 독성 물질에 조기 노출
아이들의 지능·학습 능력에 악영향
"사회적 활동과 흥미로운 환경이 납의 부작용 완화 가능성 시사"
"안전한 납 노출 수준은 없다"

생활 속의 중금속인 납(Pb)과 같은 환경 신경 독성물질에 어릴 적부터 노출되면, 신경 및 인지·행동 발달을 지연시키고 평생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발달 단계의 납 노출은 미국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지속적인 공중 보건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도료의 성분으로 납을 사용하는 것이 금지된 1978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에 사는 아이들은 납 먼지로 인한 납에 노출되거나 집에서 납 함유 페인트가 벗겨져 노출될 위험이 높다" 미국의 최근 추정치에 따르면 인지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양 이상의 혈중 납 수치가 나타난 어린이가 최소 50만 명이 있다.(CDC) 

납 광물 /사진=픽사베이
납(Pb) 광물 /사진=픽사베이

납은 녹는 점이 낮고 무거우며 쉽게 늘어나는 금속으로 부식이 잘 안 된다. 납땜, 총알, 납 파이프, 방사선 차단 특성을 이용한 차단벽과 방사선사들의 납복(앞치마) 등에 사용된다.

우리 몸에 노출된 납은 신체의 연부조직(간, 신장)과 뼈에 축적되며, 운동장애, 균형소실, 뇌손상, 심혈관계와 콩팥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몸 속으로 들어온 납의 농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약 5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주요 배설 경로는 소변과 대변이며, 땀과 침, 머리카락, 손톱, 모유 등을 통해서도 일부 배출된다.(식품의약품안전처 유해물질 정보지)

노출원별 납 농도는 식품>식수>환경>담배>피부접촉>생활용품 순이다 /이미지=식품의약품안전처

납 노출의 영향에 대한 새롭고 흥미로운 연구

미국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대학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납에 노출된 어린 쥐들을 두 가지 환경(자극 많고 사회적 활동 강화된 환경과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 관찰했는데, 사회적 활동이 많은 환경에서의 쥐들은 기억력 결핍 등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학습과 기억에 관여하는 뇌의 일부인 해마에 있는 3500개 이상의 유전자가 납 중독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생후 21일째 이유 시까지 납에 노출된 쥐를 조사했는데 21일 된 쥐들을 두 가지 다른 사육 조건으로 분리했다. 한쪽(사회적 자극 강화)에는 총 6마리의 쥐와 함께 더 많은 사회적 활동을 하게 했는데 장난감과 오르고 파고들 수 있는 다양한 물건을 매주 두 번 새로 교체해 주었다. 나머지 한쪽(사회적 자극이 적은)에는 더 작고 3마리만 수용하고 추가 자극을 주지 않았다.

 '자극이 적은 환경에 사는 납에 노출된 동물은 훈련 후 1, 2, 10일에 기억력 결손이 감지되었다. 대조적으로, 풍부한 환경에 살고 있는 납에 노출된 동물은 심각한 기억력 결핍이 없었다. 표시된 데이터는 그룹 평균 ± SEM이다. N = 그룹당 6개; *p < 0.05.' /네이처 갈무리

인지 행동 건강 측면과 신체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설치류에게 사회적 환경을 자극하는 것이 인간 어린이에게만큼 중요하다. 납 노출이 흔히 일어나는 시기인 2~3세의 사람과 21일 된 쥐는 페인트 조각이나 장난감 등 많은 것을 입에 넣을 가능성이 높아 비슷한 시기로 보는데, 연구팀은 이들 쥐 실험에서 기억과 관련된 뇌 부분인 해마 영역에서 유전자 발현의 변화를 관찰했다.

3500개 이상의 유전자의 발현 수준이 납 노출에 의해 영향을 받아 비정상적으로 더 많거나 더 적은 양의 유전자가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전체 게놈 수준에서 다양한 생물학적 과정과 기능에 관여하는 많은 해마 유전자가 납 노출에 의해 영향을 받고 풍부한 환경에 의해 추가로 변형된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준다"라고 말한다.

납에 노출된 쥐의 경우, 영향을 받은 유전자는 기억과 신경 신호 전달 경로, 그리고 뇌 발달에 관여한 유전자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55일째까지 자극적인 환경에서 살았던 동물 집단에서 납 노출로 인한 유전자 발현 변화의 약 80%가 역전되었다. 이는 인간의 청소년기와 거의 동일하다. 게다가, 자극적이지 않은 환경에 사는 동물들은 기억력이 결핍된 반면, 자극이 풍부한 환경에서 사는 동물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유아기에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환경과 활동의 제공으로 인해 어린 뇌에 납의 광범위한 부작용을 완화하는 것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메디컬엑스프레스에 따르면 연구를 이끈 제이 슈나이더(Jay Schneider, 선임 저자) 교수는 "불행히도 이러한 종류의 자원은 납 중독의 위험이 가장 높은 인구가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빈곤하거나 사회경제적 환경이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경우 적절한 사회적 환경이 제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서 납 노출을 줄이는 방법

적은 양의 납 노출도 지능과 주의력,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고, 어린이를 납 노출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아이들의 평생 건강에 중요한 문제다. 납 노출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페인트 칠 /사진=픽사베이

페인트가 벗겨지거나 바닥에 페인트 조각이나 먼지가 보이면 젖은 걸레로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납 노출로 회수된 장난감이나 제품들에 대한 정보에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납 함유 유약으로 처리된 도자기제나, 산화납을 사용한 크리스탈 유리제 용기를 통해 노출될 수 있다.

"안전한 납 노출 수준은 없다"

미국 등 국가에서 과거 실내에 사용한 페인트에 함유된 납으로 인한 소아 납중독이 아직까지 주요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질병 통제 예방 센터(CDC)는 어린이의 혈액 납 검사에 대한 참조 수준을 낮췄다. 어린이의 혈액 내 납 1데시리터당 3.5 마이크로그램이 현재 CDC 참조 수준이다. 유럽의 경우 실내 건축용 페인트에 납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인도 필리핀 미국 등에서도 페인트의 납 농도를 최대 90 ppm로 규제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2018년 국제 납중독 예방 행동 주간에 함께한 국제 유해물질 반대 단체 IPEN에서 페인트 속 납을 제거하고 법규를 강화하자는 캠페인을 벌여 전 세계적으로 페인트 납 규제 수준인 600ppm에서 90ppm으로 강화하는 것을 요구했다.

납중독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 /이미지=식품의약품안전처

국내 사정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일반 페인트에서 납이 600ppm까지 허용되고, 어린이 활동 공간 페인트 제품에 한해 90ppm까지 허용되어왔는데, 지난해 화학물질등록평가법 제24조에 따른 위해성 평가 결과 페인트 내 중금속을 줄이기 위해 납, 크로뮴(6+) 화합물의 제한내용의 적용범위를 모든 페인트로 확대한다고 행정 예고한 바 있다.(환경부 공고 제2021-175호)

이는 페인트 내 납의 허용 함량을 줄여서 국민건강과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위해를 줄이려는 이유다. 납 혼합물의 함량 기준을 현행 0.06%(600ppm)에서 0.009%(90ppm)로 강화하고, 13세 이하 어린이 목재 장난감 페인트 용도로 취급하지 못하게 하던 것을 모든 페인트 용도로 취급할 수 없도록 제한내용을 확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정에서 실내용 페인트 사용이 없어서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이러한 문제는 적다고 알려져 있지만, 셀프 인테리어 열풍으로 실내용 페인트 사용은 늘어나는 추세다. 친환경과 DIY 페인트 등 고부가가치 페인트에 대한 수요 증가로 가정용 페인트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밀폐된 장소에서의 페인트 사용은 피해야 하며,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용 중이나 후에도 환기가 필요하다. 

포인트경제 심성필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